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10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갯길 하늘재

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10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갯길 하늘재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충주시를 잇는 해발 520m의 고갯길로, 우리나라 문헌에 나오는 고갯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옛길이다.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갯길이 하늘재이다. 포암산과 탄항산의 사이 말안장처럼 움푹 들어간 곳에 자리한다. 하늘재 옛길은 경상북도의 예천과 문경 지방에서 충청북도 충주를 오가는 지름길 고개이며, 반대쪽 충주와 제천 지방의 사람들이 문경과 예천을 지나 남쪽으로 향하던 길이다. 경상도에서 하늘재를 넘으면 곧바로 충주에 이르고 충주에서는 남한강에서 뱃길을 이용하여 한강 하류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계립령이라고 알려진 하늘재는 하늘재는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시대 초인 156년 4월 아달라이사금왕의 북진을 위해 하늘재를 개척했으며, 죽령 옛길보다 2년 앞서 열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늘재라는 명칭은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고개라 하여 붙여진 것이지만, 실제로는 고갯마루의 높이가 해발 525m로 그다지 높지 않다. 하늘재는 음을 그대로 바꿔 한자로 천치(天峙)라 표기하기도 하고 하니재, 하닛재 등으로 발음을 달리하여 부르기도 했다. 높은 고개라는 뜻에서 한치라고도 했다. 또한 신라 시대에는 계립령이나 마목현, 고려 시대에는 계립령 북쪽에 대원사가 창건되면서 절의 이름에서 따 대원령이라고도 불렀다. 이후 조선시대로 들어서면서 고개 부근에 한훤령산성이 있어 한훤령이라고도 불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음이 약화 되어 한원령으로 변했다. 2,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하늘재는 정말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고갯길이다.



하늘재 부근에는 다양한 문화재가 많다. 포암산 방향에 있는 한훤령산성은 480m에 이르는 석성으로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성벽 주위에서 신라계의 연질 토기와 경질 토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신라에서 축조한 성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사적으로 지정 된 중원미륵리사지와, 중원미륵리오층석탑(보물), 중원미륵리석불입상(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와 다수의 지방문화재가 있어 풍부한 문화 경관 요소를 자랑한다. 그중 하늘재 서쪽에 있는 중원미륵리사지는 고려 초기에 조성된 약 8만m2에 이르는 대규모 사찰터로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가 당시 사찰의 위용을 짐작하게 한다. 충주에서 하늘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수안보면 미륵리 사지에는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이곳에 석굴사원을 조성하고 불상을 세웠는데, 이 불상은 동생인 덕성공주가 송계계곡에 새긴 덕주사 마애불과 마주보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훤령산성


                                                                         중원미륵리오층석탑(보물)


                                                                       중원미륵리석불입상(보물)


하늘재는 한반도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였으며, 국방상으로도 중요한 요충지며, 문명의 길로도 알려져 있다. 삼국시대에 한반도에 전래 된 불교가 신라로 전해지던 통로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영남과 충청 이북 지방에서 생산된 많은 물산의 교역이 이루어진 남북 무역의 중심지기도 했다.

고려 말 왜구가 창궐하면서 강물을 따라 통행이 이루어지는 조운(漕運)이 점점 약화 되고, 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육운(陸運)이 성행하면서 하늘재의 가치가 차츰 상실되기 시작했다. 조선 태종 때 지금의 새재(鳥嶺)인 초점이 크게 개척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재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개설된 새재가 새로운 고갯길로 조명을 받으면서 하늘재의 이용은 점점 줄어들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새재가 중요한 구실을 했으며 관방 시설을 설치하고 난 뒤에는 인근의 다른 통행로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하늘재 옛길도 폐쇄되어 행인의 왕래가 끊긴 지 오래되었다.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사지에서 시작하는 2.5㎞ 구간의 옛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이다. 옛길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고갯길은 계곡물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 이어진다. 하늘재 정상에서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를 지나 갈평리로 이어지는 도로는 새 도로가 개설되어 옛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며, 자동차의 통행도 가능하다. 

2008년 12월 26일 명승 제49호로 지정되었으며,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크다.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갯길인 하늘재를 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전쟁과 고대 한반도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고구려, 신라, 백제가 영토확장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었던 기상을 생각하고, 불교의 전래를 통한 새로운 문화의 발전을 되새겨보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잊혀진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 가며 옛길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하늘재를 걸어보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 일부 사진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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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