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다.

혜산 유숙의 매화도

겨울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다.

조선 후기 화가인 혜산(蕙山) 유숙(劉淑)(1827∼1873)이 그린 홍매화 그림의 8첩 병풍이다.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이었던 유숙(劉淑, 1827-1873)) 사과(司果)벼슬을 역임하였으며, 초상화를 잘 그렸던 유숙은 1851년과 1861년 두 차례에 걸쳐 철종(哲宗)의 어진(御眞) 제작에 참여하였다. 아울러 그는 1872년에 고종의 어진 제작에 수종화사(隨從畵師)로 일하였다. 인물화, 풍속화, 산수화에 뛰어났다. 중인(中人) 출신으로 대대로 역관(譯官), 무관(武官) 벼슬을 지낸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숙 이전에 그의 집안에서 도화서 화원을 지낸 인물은 없었다. 유숙은 그림 솜씨가 뛰어나 화원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보물  유숙의 매화도


본관은 한양(漢陽), 자는 선영(善永) 또는 야군(野君), 호는 혜산(蕙山)이다. 매화를 그린 것은 이것이 유일한 작품이다. 가로 378㎝, 세로 112㎝의 커다란 화면 전체에 가지를 펼친 매화나무를 능숙한 필치로 처리하였다. 유숙(劉淑)이 그린 유일한 매화 그림이다. 15행(行)에 걸친 화가 자신이 쓴 제사와 간기 ‘戊辰(술신)’에 의해 42세 때인 고종 5년(1868) 하지에 그린 매화도의 품격이 높아 19세기 유행하던 매화도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제작연대가 확실하고 유숙(劉淑)이 별로 다루지 않던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조선 시대 회화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그의 문재(文才) 및 서필(書筆)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 그림은 유숙이 장승업의 스승이라는 속설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시사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으며 보물이다.

사군자 화목(畵目)은 우리나라에서 선비들의 그림, 즉 문인화의 주된 소재로 크게 유행했다. 비록 현존하는 예는 드물지만 일본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소장의 청자상감포류수금문판(靑磁象嵌蒲柳水禽文板) 등 고려청자의 문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군자는 고려 시대부터 그려졌다.
매화와 대나무의 조선적인 정형은 조선 중기 화단에 이르러 형성된 것으로, 어몽룡(魚夢龍)이나 허목(許穆), 오달진(吳達晋), 오달제(吳達濟) 등의 유작을 통해서 17세기 묵매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대련(對聯) 및 전체가 이어진 병풍류도 그려졌으리라 여겨진다.

19세기에 이르면 현존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폭으로 된 대작 병풍의 매화 그림들이 다수 전래 된다. 그리고 선비만이 아닌 유숙(劉淑), 장승업(張承業)과 같은 화원들의 그림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당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다. 김정희(金正喜)의 제사(題辭)가 들어가 있는 「홍백매병(紅白梅屛)」(개인 소장)을 비롯해 조희룡(趙熙龍)도 여러 점의 매화도 병풍을 남기고 있다. 개인 소장의 10폭 「묵매병(墨梅屛)」,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8폭 「홍백매병」 등은 긴 제사를 곁들인 명품(名品)들이다.

이와 같은 계열의 대작은 앞에서 언급한 조희룡, 그리고 허유(許維), 유숙, 장승업, 그리고 양기훈(楊基薰)의「홍매도(紅梅圖)」 (평양 조선미술박물관 소장) 등 일관된 흐름과 유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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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