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스님 법문 - 부부의 인연

장곡스님 법문


처음 보는 순간일지라도 그에게 만족감을 느끼면
그에게 믿음이 생겨난다.

과거의 인연이든 금생에 처음 만남이든
사랑은 물속의 수련처럼 피어오른다,
(법구경)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참 묘합니다. 생면부지의 사이가 이런저런 사연으로 선연도 맺고 악연도 맺기 때문입니다. 인연을 맺기 전까지 어찌 상상이나 했으리오?

그중에서도 부부로 맺어짐은 만남 중에서도 특별한 만남입니다. 남남인 남녀가 서로 만나 한집에서 동고동락하며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니 어찌 특별하지 않으리오?

부처님께선 인연경에 이르길 '부부의 인연은 과거 7천겁(생)동안 쌓아 온 지중한 인연이다'고 하십니다. 구잡비유경에 '부부의 인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 어떤 부인이 딸을 낳았는데 예쁘기 그지없었다. 그 소문을 들은 국왕은 그 아이가 크면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 했지만 도인들은 이 아이는 다른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 예언을 했다.

그러자 왕은 높은 설산 중턱에 살고 있는 백조를 불러 여자 아이를 그곳으로 데리고 가서 키우도록 했다. 백조는 곧 아이를 자신의 둥지로 데려가 세상과 단절시킨 채, 날마다 궁중에서 밥을 날라다 먹여 키웠다.

아이는 성숙한 여인으로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 날, 호수의 상류에 물난리가 나서 한 사내가 통나무를 안고 떠내려 오다가 천신만고 끝에 백조의 둥지 위에 오르게 되었다.

사내는 백조 둥지에 홀로 있는 절색의 미인을 보자 한 눈에 반했고, 여인도 남자를 백조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주었다. 그리고 둘 만의 애정을 키워나갔다.

날마다 여자를 들여다보던 백조는 어느 날 여자의 몸이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백조는 수상히 여긴 끝에 둥지를 뒤져 한 사내를 발견했고, 곧장 궁중으로 날아가 왕에게 이 사실을 고했고, 왕은 곧장 부처님에게 가서 그 말씀을 올렸다.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면서부터 제 짝이 있어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짝은 만나면 서로 끌려 허락하는 것이니, 뭇 짐승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부로 맺어짐은 이처럼 지중한 인연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인연이 부부로 맺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업은 선악을 구별하지 않기에 원수끼리 부부로 만나서 파멸로 이끄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부사이엔 그 무엇보다도 사랑과 이해가 중요합니다. 사랑과 이해는 선연은 증장기키고 악연을 녹이는 불가사의한 공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자소학에 이릅니다. "부부의 인륜은 두 성씨가 합한 것이니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서 서로 공경하기를 손님처럼 하라."    장곡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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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