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들어줘야 신라 힙스터

한반도까지 흘러온 로만글라스 스타일 국보 제193호 경주 98호 남분 유리병 및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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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40호 황남동고분군 중 98호분인 ‘황남대총’. 황남동에서 발견된 신라 최대의 고분이라는 의미에서 ‘대’자가 붙었다. 이곳에서는 국보 제191호 금관을 비롯해 유물 5만 8천여 점이 출토됐는데, 가장 주목받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국보 제193호 경주 98호 남분 유리병 및 잔이다. 이 유물은 출토 당시 180여 개의 파편으로 쪼개져 있었는데 1980년대 1차로 복원됐다. 그리고 2014년에 이르러 보존처리를 거쳐 다시 한 번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이 유리병은 고대 그리스에서 포도주를 보관할 때 사용한 항아리 ‘오이노코에(oinochoe)’의 형태를 닮았다. 구연부가 새의 부리처럼 생겼으며 목이 길고 계란형 몸통에 굽이 달려 있다. 전체적으로 연녹색을 띠며 구연부와 목에 청색 유리띠를 돌려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형은 동부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제작되어 유행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출토된 석 점의 잔은 모두 연녹색이다. 위는 넓지만 밑은 좁아지는 식으로 그 형태가 유사하다. 석 점의 잔 중 크기가 좀 더 큰 한 점은 구연부를 둥글게 말아 청색으로 장식했고 몸통 아랫부분에는 격자문을 도드라지게 표현해 눈에 띈다. 나머지 두 점은 구연부와 굽 부분이 약간 다를 뿐 전체적인 생김새는 비슷하다.

이 유리병과 잔은 불기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열기를 가하면서 띠를 덧대거나 구연부를 둥글게 말아 기물을 완성하는 기법으로 4~5세기 초기 비잔틴 시기에 유행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지중해 동부 연안의 팔레스타인이나 북쪽 시리아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유물이 다수 확인되는데, 그 형태와 제작 기법을 고려하면 당시 신라에서 페르시아까지 문화 교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 문화재청 누리집,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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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