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문화가 꽃피운 교토의 역사유적

백제 문화가 꽃피운 교토의 역사유적

 

백제 문화가 꽃피운 교토의 역사유적 세계유산에는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유산이 하나로 묶여 1건으로 등재된 연속유산이 많다. 한국의 백제역사유적지구도 연속유산 중 하나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 교토에도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이라는 이름의 연속유산이 자리해 있다.

 

01.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02. 일본 교토의 다이고지 5층탑

 

한국에는 2019년까지 문화유산 13건, 자연유산 1건 등 모두 14건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중에는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유산이 하나로 묶여 1건으로 등재된 연속유산이 많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역시 공주, 부여, 익산에 분포되어 있는 여러 건의 유산이 포함된 연속유산이다. 공주의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의 관북리 유적·부 소산성·정림사지·능산리 고분군·부 나성, 익산의 왕궁리유적·미륵사지가 주요 유적이다.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 역시 교토(京都), 우지(宇治), 오쓰(大津)에 분포된 여러 유적이 하나로 묶여 등재되었다.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은 1994년 일본에서 다섯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문화유산으로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고대 교토의 역사 기념물에 속한 유적은 모두 17건으로 가모와케이카즈치신사(賀茂別雷神社), 가모미오야신사(賀茂御祖神社), 교오고코쿠지(敎王護國寺, 일명 東寺), 기오미즈데라(淸水寺), 엔랴쿠지(延曆寺), 다이고지(醍寺), 닌나지(仁和寺), 뵤도인(平等院), 우지가미신사(宇治上神社), 고잔지(高山寺), 사이호지(西芳寺), 텐류지(天龍寺), 로쿠온지(鹿苑寺), 지쇼지(慈照寺), 료안지(龍安寺), 혼간지(本願寺), 니조조(二條城)를 하나로 묶어 연속유산으로 등재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나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 모두 연속유산이지만, 등재 명칭을 보면 ‘백제역사유적지구(Baekje Historic Areas)’는 지역 명칭을 쓰지 않지만 일본은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교토, 우지, 오쓰시)[Historic Monuments of Ancient Kyoto(Kyoto, Uji and Otsu Cities)]’로 지역 명칭을 쓰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에는 성벽과 사찰터, 석탑, 고분이 중심인 반면에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은 사찰과 신사를 중심으로 대부분 목조건축물과 정원이다.

 

03.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 중 하나인 로쿠온지(鹿苑寺) ©Ko Hon Chiu Vincent

04.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적 중 하나인 공주 공산성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고대 도시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고대 도시

 

닮은 듯 다른 백제역사유적지구과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세계유산이 정해놓은 카테고리 (ⅱ)와 (ⅲ),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은 카테고리 (ⅱ)와 (ⅳ)로 등재되었다. (ⅱ)는 오랫동안 또는 세계의 어떤 문화지역 안에서 일어난 건축,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계획 또는 조경설계의 발전에 관한 인간적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 주어야 하고, (ⅲ)은 문화적 전통 또는 살아 있거나 소멸된 문명에 관해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되어야 한다. 또 (ⅳ)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 주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 두 지역의 유적 모두 이러한 카테고리에 적합하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을 잘 갖추고 있다.

 

백제의 고고학 유적과 건축물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고대 왕국 사이에 있었던 상호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백제의 건축 기술과 불교 확산의 증거를 보여 주고 있으며(ⅱ), 백제역사유적지구에서 볼 수 있는 수도의 입지, 불교 사찰과 고분, 건축학적 특징과 석탑 등은 백제 왕국의 고유한 문화, 종교, 예술미를 보여 주는 탁월한 증거가 된다(ⅲ). 한편 교토는 8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종교 건축과 정원의 진화를 보여 주는 중심지로, 일본의 문화적 전통을 창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ⅱ), 현존하는 교토의 건축물과 정원은 전근대 일본의 물질문화 측면에서 최상의 표현으로 평가받고 있다(ⅳ).

 

두 지역 유적의 시대적 배경을 보면 모두 고대라는 시간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백제 유적은 서기 475년부터 서기 660년 백제의 폐망까지이며, 교토 유적은 서기 794년 헤이안시대부터 1602년 모모야마시대 말기까지로 이른바 고대와 중세에 걸쳐 있다. 시간적으로 겹치지는 않으나 시기적으로 앞선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이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지역 유적의 유형을 보면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성곽·궁 전지·사 찰·능 묘가,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은 사찰·궁 전·정 원·신 사가 중심 유적이다. 사찰과 궁전(지)은 두 지역 모두에 포함되나,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성곽과 능묘, 교토는 정원과 신사가 포함되어 일부는 같은 성격의 유적으로, 일부는 다른 성격의 유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존하는 유산의 조형적 특징을 보면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성곽·석 조건조물·건 물지·능 묘·지 하유적 등이 중심이라면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은 목조건축물과 지상 조경이 중심이다. 배경과 성격 면에서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적은 고대의 정치·불 교가 중심이고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의 유적은 중세의 불교와 토속신앙 중심이다. 이처럼 백제역사유적지구와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은 닮은 듯 다른 성격과 배경을 지니고 있다.

 

05.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하나인 익산 미륵사지 금당지 ⓒ백제세계유산센터

 

백제의 문화가 교토 문화로 이어지다

백제는 서기 552년 일본에 불교를 전하면서 각종 건축기술자와 화가, 불상조각가 등을 보냈다. 일본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백제 장인의 솜씨로 아스카지(飛鳥寺)가 건립되었다. 그 후 아스카문화의 영향으로 나라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 중 하나인 로쿠온지(鹿苑寺) ©Ko Hon Chiu Vincent良)에 수많은 사찰이 건립될 수 있었다.

 

이어 헤이안경(平安京)으로 천도하면서 헤이안문화의 불교를 꽃피운다. 헤이안경은 동서로 4.5km, 남북으로 5.1km에 이르는, 당시에는 거대한 도시로 중국 당나라 장안(長安)을 본떠 만들었다. 서기 794년부터 1192년까지 약 4세기에 걸쳐 헤이안경은 헤이안문화의 중심지였다. 헤이안시대 일본 불교는 왕실의 후원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었고, 무인정권인 가마쿠라시대에도 무인권력의 후원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불교건축은 교토뿐만 아니라 인근의 여러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성곽은 공산성, 부여나성 그리고 익산의 왕궁성이 남아 있으며, 왕궁은 추정되는 건물터만 남아 있다. 이들 유적은 인류가 이 지역에서 환경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응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고 타 지역과 교류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백제시대의 사찰 유적은 많지만 정림사와 미륵사만 등재되었다. 두 사찰의 목조건축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현존하는 석탑과 불교 유적은 당시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흔적과 불교예술의 가치를 보여 주고 있다.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 중 가모와케이카즈치신사를 비롯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적 중 하나인 공주 공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하나인 익산 미륵사지 금당지 ⓒ백제세계유산센터신사건축 역시 일본이라는 지역성을 잘 나타내는 지역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다. 니조조는 에도시대 초기에 지어진 귀족주택과 정원 양식을 보여 주고, 다이고지와 닌나지는 헤이안시대 초기의 대표적인 사찰 형식을 보존하고 있다. 교오고코쿠지는 왕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헤이안경 중심에 건립된 사찰이고, 고잔지에 있는 세키스이인(石水院)은 중세 무인시대 사찰의 정원 양식을 잘 보여 준다. 우지에 있는 뵤도인은 극락정토사상을 잘 표현한 헤이안 중기의 아름다운 정원과 건물이 있는 사찰이다. 그 밖에 로쿠온지, 지쇼지, 료안지, 혼간지 등은 사찰건축뿐만 아니라 일본 정원의 발전 과정도 보여 준다.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은 인류 건축문화와 조경 발전사에 기록될 만한 문화유산이며, 그 근저에는 백제의 불교문화가 중요한 씨앗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백제역사유적지구와 고대 교토의 역사기념물을 비교해 알 수 있다.  출처: 글. 이왕기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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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