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의 삶과 생각, 꿈이 그려진 문화재

옛 사람들의 삶과 생각, 꿈이 그려진 문화재

 

회화 문화재(풍속화, 진경산수화, 민화)

유형문화재 중 회화, 조각, 공예, 전적 고문서 등을 동산문화재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회화는 과거 조상들의 삶과 생각, 그들이 살았던 터전의 모습을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문화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상들의 생활상을 그린 풍속화, 우리나라 산하를 직접 답사하고 화폭에 담은 진경산수화, 서민들이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그린 민화까지 알고 보면 더욱 잘 보이는 회화 문화재, 그 이야기를 만나보자.

 

01. 남녀 사이의 사랑이 잘 나타나 있는 혜원풍속도 (문화재청)

 

02. 서민들 삶의 여러 모습들이 그려진 단원풍속도첩 (문화재청)

 

옛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다  -  풍속화

옛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알아보려면 한국민속촌이나 각 지방 민속마을에 가보면 된다.  또 당시 생활이 담긴 그림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홍도와 신윤복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화가였다.

 

김홍도(1745~?)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여 10대에 도화서 화원이 되었다.  그의 풍속화에는 백성들의 생활상이 구수하고 익살스럽게 나타나있으며 우리 고유의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삼공(삼정승) 자리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의 <삼공불환도>, 개성 만월대에서 벌어진 잔치를 그린 <기노세련계도>, 서민들 삶의 여러 모습들을 그린 『단원풍속도첩』 등이 있다. 『단원풍속도첩』 속의 작품들은 소탈한 조선 후기 백성들의 생활 모습과 먹고 사는 모습을 소재로 했다.  힘찬 붓질로 당시 백성들의 생활과 감정을 매우 짜임새 있게 나타내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혜원 신윤복(1758~?)은 도화서 화원으로서 첨사 벼슬을 하였는데 너무 천박한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로 도화서에서 쫓겨났다.  이후 그는 직업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풍속화를 그렸다.  그의 풍속화들은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 많은데, 세련된 솜씨의 붓질과 아름다운 색깔을 주로 사용했다.  대표작으로는 국보 제135호 『혜원풍속도』가 있다.  『혜원풍속도』는 30면으로 되어 있는 그림책으로, <청금상련>, <기방무사>, <월하정인> 등 30여 점으로 되어 있다.  신윤복의 풍속화에는 남녀 사이의 사랑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인물뿐만 아니라 배경이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어 당시 살림과 의복 등 조선 후기의 생활상과 멋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진경으로 보는 우리 산  -  진경산수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을 꼽으라면 누구나 금강산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500년 도읍지였던 한양에서 멋스러운 산세를 지닌 산을 꼽으라면 인왕산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멋진 산들의 300년 전 모습이 담겨있는 그림이 바로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이다.

 

03. 정선이 쉰여덟 살 때인 1734년 겨울에 내금강의 전체 모습을 만폭동을 중심으로 그린 (금강전도) ( 문화재청)

04. 조선 중기에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히는 (인왕제색도) (문화재청)

 

정선은 방 안에 앉아서 상상으로 경치를 그리지 않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 변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실제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을 그린 것이다.  이런 그림을 진경산수화라고 한다.

국보 제217호인 <금강전도>는 정선이 쉰여덟 살 때인 1734년 겨울에 내금강의 전체 모습을 만폭동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이다.  정선은 원형으로 구도를 잡아 봉우리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그렸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봉우리는 수직으로 죽죽 내려 긋고, 봉우리 사이사이에는 크기가 다른 여러 점들을 찍어 소나무와 흙으로 된 산을 나타냈다.  산 둘레에는 푸른색으로 문질러 둥근 형태를 강조하면서 하늘 높이 솟은 느낌을 나타냈다.

 

<인왕제색도>는 <금강전도>와 함께 조선 중기에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1751년 정선이 일흔여섯 살이던 어느 여름날, 갑자기 장대비가 퍼붓더니 어느덧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지고 먹구름도 걷혔다.  정선은 이 장면을 그림에 옮기기 시작했다.

정선은 직묵법으로 깎아지른 듯이 높고 커다란 바위를 그렸다.  흰 바위를 거꾸로 검푸르게 나타내고 물안개와 소나무를 희게 그리니 비 갠 인왕산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에는 첫 봉우리부터 맨 마지막 봉우리까지 골골이 솟아있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모두 그려있다.  정선은 높은 산 위에 올라 멀리 있는 산을 보면서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보기도 하고(평원법), 산 아래에서 높은 산꼭대기를 올려다보기도 했다(고원법). 또 뒤에 있는 산들이 겹쳐 보이는 모습까지 본(심원법) 후에야 <금강전도>를 그렸다.  평원법, 고원법, 심원법 이 세 가지를 삼원법이라고 한다. 이는 원근법에 기초해 그린 서양화와 구별되는 동양화의 큰 특징이다.

 

그림에 숨어있는 백성들의 꿈  - 민화

민화란 말 그대로 백성들에 의해, 백성들의 요구로 그려진 그림으로, 일반 가정집에 걸거나 혼례와 같은 잔치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서 그리기도 했다.  그 형식이나 규칙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을 꾸밈없이 표현한, 진솔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05. (까치 호랑이), 민화 중 토착적인 무속과 결합된 그림을 '세화'라 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호랑이 그림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06. 부부가 금실 좋게 지내며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에서 안방에 걸었던 화조도

 

민화는 장식될 장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를테면 부부가 금실 좋게 지내며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에서 안방에는 암수가 서로 정답게 등장하는 화조도나 어해도를 걸었다.  또 사랑방에는 늘 책을 가까이하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해야 함을 마음에 새기라고 책가도나 문자도, 효자도 병풍을 펼쳐놓았다.

민화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장식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둘째, 실용적이고 종교적이며 예술적이다.  셋째, 민간 종교가 반영되어 있다.  민화 중 토착적인 무속과 결합된 그림들이 있는데, 이를 ‘세화’라 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호랑이 그림이다.  넷째, 실용성과 대중성을 갖고 있다.  다섯째, ‘따라 그린 그림’이다.  화가가 그린 일정한 본을 놓고 여러 사람들이 따라 그린 것이지만, 담긴 내용이나 표현기법은 저마다 다르다. 기법에 있어서는 독특한 공간 구성 방법, 강렬한 색채 대비, 복합성과 반복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민족의 생활과 문화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 민화를 ‘겨레 그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만큼 가장 민중적이고도 한국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출처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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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