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행하는 간절함 예술의 경지에 들다, 굿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삶 가까이에, 무속이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믿음을 행하는 간절함 예술의 경지에 들다, 굿

무속 신앙은 우리 역사 곳곳에서 그 흔적을 보인다. 유적지에서 제의용 방울 같은 것이 출토되기도 하고, 『고려사』나 『동국이상국집』 등의 문헌에도 굿에 관한 기록이 등장한다. 무당이 점을 치고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삶 가까이에, 무속이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중 대감거리 장면 ©문화재청



신에게 올리는 최고의 표현

굿은 인간이 신에게 올리는 최고의 정성이자 예술적 표현이다. 각지의 굿에서 이러한 점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황해도 지역에서 행해졌던 황해도 철물이굿에서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철물이굿의 경우, 굿날이 잡히면 목욕재계를 하고 세 곳에서 물을 길어와 밥을 지어 술을 담아 아랫목에 둔다. 그런 다음 옥수(玉水) 세 그릇을 상에 놓고 집안 신들에게 굿하는 것을 아뢴다. 그리고 산에 올라가서 동쪽으로 향한 소나무가지를 꺾어서 추녀 끝이나 대문 양쪽에 솔가지를 꽂고 대문 앞에 황토를 깐다. 잡인의 출입을 금하는 표시이다.

굿할 때 사용하는 다래천, 감흥천, 수래천, 조상천은 목화 농사로 수확한 최상품의 목화송이로 짠 것이다. 무신도를 그리는 환쟁이는 한 달 전부터 조상꽃, 군웅꽃, 만도산꽃, 감흥꽃, 쟁비꽃, 제석꽃, 수팔련 등을 만든다. 음식을 준비 하는 아낙들은 목욕재계한 뒤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수건을 쓴다. 이윽고 말을 조심하고 경건하게 신에게 올릴 음식을 조리한다. 조라술은 항아리에 빚어놓았다가 걸러서 감흥병주, 상산부군병주, 타살병주, 대감병주, 조상병주로 나누어 솔잎으로 주둥이를 막아 둔다. 떡은 시루떡, 인절미, 흰떡, 둥글레, 반대기 등을 빚어 놓는다. 이렇게 굿날이 다가오면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신에게 바치는 천과 꽃, 술, 떡 등은 최상품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다.

02. 국가무형문화재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중 장군놀이 장면 ©문화재청
03. 국가무형문화재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중 선녀들이 목욕물 주위를 도는 장면 ©문화재청


예와 공경과 정성으로

굿을 하기 3일 전에는 안반 위에 떡과 음식, 술을 놓고 안반고사를 지낸다. 고사가 끝나면 이웃집을 다니면서 떡을 나누어주고 굿 구경하러 오도록 알린다. 이때 나누어주는 떡을 ‘오래떡’이라고 한다. 굿을 하는 저녁에 청포, 감주, 쌀 등 굿에 쓰이는 음식을 한 가지씩 가지고 온다. 굿에서는 먼저 신청울림과 주당물림을 한다. 굿을 하기 전에 악기를 울려서 주당살을 물리고 신들에게 굿이 시작됨을 알린다. 이어서 산천거리가 시작된다. 무당은 부채와 방울을 들고 장단에 맞추어 사방으로 재배를 한다. 절을 할 때는 서서 한쪽 발을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얼굴을 옆으로 돌려 귀를 전면으로 향하게 하여 절을 한다. 신을 정면으로 빤히 쳐다 보는 것은 결례라고 생각하여 옆으로 ‘귀절’을 하는 것이다. 그만큼 굿에선 예의범절을 중히 여긴다.

04. 국가무형문화재 동해안별신굿 ©문화재청
05. 국가무형문화재 동해안별신굿 중 무집단과 마을사람들이 함께하는 후리 장면 ©문화재청


사방재배를 마치고 막춤을 추다가 사뿐히 연풍을 몇 바퀴 돈 다음 장구 앞에 서서 청배를 한다. “모시랴요. 모시랴요. 본향산천 모시랴요.” 아름다운 서도소리의 장법과 음률에 신을 지극정 성으로 모신다는 내용을 싣는다. 청배가 끝나면 쇠를 열어 신을 모시는 쇠열이 타령을 하고 신이 하강하시라고 “아~ 헤~” 하면서 내림을 하고 막춤을 추다가 부채와 방울, 제금을 든 양손을 치켜 올리고 산신이 내리기를 청한 다음 신이 내리면 어깨를 들썩이며 양팔을 내리고 잠시 막춤을 추고 연풍을 돌다가 장구 앞에 서서 산신이 왔음을 알리는 공수를 한다.

이어서 장군복을 입고 장군칼을 들고 장군의 일상을 알 수 있는 말을 타고 가는 모습, 칼을 휘두르는 모습, 허리를 뒤로 젖히고 칼을 혀에 대어 장군의 위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장군의 일상을 빠른 막장단에 맞추어 몸짓과 춤을 통해서 보여준 다음 “네 열시영산에 본산장군, 최영장군, 장군님들 아니시랴” 하면서 논 다음 소당기를 들고 서낭을 놀고 서낭님 공수를 한 다음 오방기에 쌀을 놓고 점을 치고 “네~ 잘 도와준다”라고 하며 공수를 하고 “한 거리 잘 놀다가요. 아~헤” 하면서 내림을 하고 마친다.


06. 현대화된 굿은 유희를 위한 공연이 되기도 한다.



이후 굿청에 들어오는 부정을 막고 신들을 모시는 초감흥거리, 천신과 불교계통의 신을 모시는 칠성거리등 차례로 굿거리를 하고 뜰에서 잡귀를 대접하고 보내는 마당거리로 마무리된다. 굿에서 필요한 술과 음식, 꽃, 베 등을 준비 할 때는 물론이고 목욕재계, 근신, 굿청 장식, 굿을 하기 전에 안반고사를 지내어 신에게 알리고 각 거리의 절차와 행위 하나 하나를 할 때도 예의[禮]와 공경[敬], 정성[誠]이 가득하다. 굿을 행함에 있어서 소소한 것까지 이것이 배어 있다. ‘예(禮)’와 ‘제(祭)’라는 것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의례에서 비롯되었다. 신에게 소망을 희구하는 인간의 지극 함에서 자연히 발생된 것이다.


07. 화려한 색감은 굿의 매력이다.
08. 황해도 지역의 철물이굿 중 익은타살굿 장면  ©한국학중앙연구원


간절하게 바라면, 예술이 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굿을 지낼 때는 최상품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 뿐만 아니라 음식의 모양 까지 ‘미(美)’를 추구한다. 정성스럽게 만든 꽃도 다르지 않다. 신이 보기에 좋아야 한다. 이것은 음식이나 장식물에 국한되지 않으며 굿에서 행해지는 예능에도 적용된다. 지극정성으로 신에게 음악과 노래, 춤, 연희를 선사하여 신을 흡족하게 해야 한다. 음악과 노래가 아름답지 못하면 소음이 되며 춤이 예쁘지 않으면 흉한 모습이 된다. 아름다운 음악과 예쁜 춤으로 신을 달래고 만족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정성과 믿음의 간절함이 굿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다.

평범한 사람들도 연회장에가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면 한층 즐거워한다. 그런데 만족스럽지 못하면 성의가 없어 보인다. 신을 대접하는 데도 마찬가지이다. 믿음의 간절함은 신에게 올리는 연희에서도 최상의 아름다움, ‘美’ 를 요구하게 되며 이것은 예술로 승화된다. 국가무형문화 재인 동해안별신굿, 남해안별신굿, 경기도도당굿 등 세습 무로 행해졌던 굿은 물론이고 서울 새남굿, 황해도 철물이 굿, 평안도 다리굿 등 강신무로 행해졌던 굿 속의 연희도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예술적 미학이다. 우리 국악의 많은 부분이 종교음악에서 비롯되었듯이 종교는 예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불교에서도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공양을 바치고 꽃 공양, 춤 공양, 노래 공양을 한다. 아름다운 승무, 바라춤, 범패 등은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정성에서 비롯된다. 굿도 같은 이치이고 굿 속의 예능은 종교성과 무관하지 않으며 믿음의 간절함과 지극함이 예술에 닿아 있다. 이처럼 굿의 아름다운 음악과 춤, 노래를 통해서 우리는 거꾸로 그것을 잉태한 인간 내면의 지극함을 생각할 수 있다. 소리만 잘하고 춤만 잘 춘다고 굿이 잘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에게 올리는 노래 한 구절, 춤사위 하나에도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신의 감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굿은 이렇게 예술을 잉태하였으며 문화 유산으로 전승되어 왔다. 출처 / 김덕묵(한국민속기록보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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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