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4

왕과 보부상들이 거닐었던 남한산성 옛길

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4

왕과 보부상들이 거닐었던 남한산성 옛길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시, 성남시, 하남시를 마주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남한산성은 정기시장이 열리면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관청을 드나들던 사람들도 자주 이용하던 경로였다. 남한산성을 통과하는 길은 조선시대에 경기도 여주에 있는 왕릉을 참배하기 위해 임금들이 이동하던 거둥길로도 이용되었다. 지방에서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도 남한산성 길을 이용했다. 남한산성 옛길은 조선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남아 있는 길이다.

『동국대지도』에 표기된 남한산성(사진출처:국립중앙박물관)




남한산성을 품고 있는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 하남시, 성남시는 조선 시대에 모두 경기도 광주부에 속했던 고을이다. 남한산성에는 사대문을 비롯한 16개의 암문이 있었다. 남한산성 내부의 산성리에서 5일마다 열리는 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관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남한산성을 통과했다. 남한산성을 통과하던 옛길은 한양에서 경기도 여주를 지나 경상도 봉화까지 이어지던 조선 시대의 대로에 포함되었으며, 이 대로는 최종 목적지인 봉화의 이름을 따 봉화로라 불렸다.

조선 시대에 남한산성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통행로였던 남한산성 옛길은 조선시대에 김정호가 집필한 『대동지지』에 기록된 조선의 10대로 가운데 하나이다. 숙종·영조·정조가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 변에 있던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英陵)과 효종의 능인 영릉(寧陵)을 참배하러 이동하던 거둥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광주 주변의 장시를 돌아다니는 보부상들도 이 길을 많이 이용했고 지방에서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을 오가던 선비들도 지나던 길이다. 또한,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세자와 함께 삼전도로 향했던 굴욕의 길이기도 하다. 남한산성 옛길은 조선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조선은 유교를 국가 통치이념을 정하고 효 사상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효 사상은 왕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 시대의 왕을 모신 묘소는 도읍지인 한양에서 사방으로 100리 이내에 설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그로 인해 경기도 구리시에는 아홉 개의 능이 있는 동구릉이 있고, 고양시에는 서오릉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양에서 100리가 넘는 곳에 자리한 묘소도 있었으니, 대표적인 것은 강원도 영월의 장릉이고 경기도 여주의 영릉도 도성으로부터 100리밖에 자리한다.

왕실에서는 일 년에 몇 차례씩 임금이 조상의 묘를 참배하러 다녔다. 남한산성 옛길은 여주에 있는 묘소를 참배하러 가던 임금이 이용했던 길이다. 한양에서 출발한 능행은 첫째 날 남한산성의 행궁에서 하룻밤을 묵고, 둘째 날은 이천의 행궁에서 머무른 후 이튿날 여주로 향했다. 남한산성의 행궁은 1999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며, 2007년 6월 8일에는 사적 제480호로 지정되었다. 남한산성은 1971년 3월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14년 6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남한산성 옛길은 조선 후기로 들어오면서 상업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내륙의 유통망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민간업자들이 자주 이용하면서 상업 교역로로 활용된 특징도 가진다. 많은 보부상들이 봇짐을 짊어지고 남한산성 옛길을 통해 상업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데 기여한 길인 셈이다. 남한산성의 중앙에 있는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는 남한산성 옛길이 통과하던 마을로, 일찍부터 한양에 인접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산성리는 1626년(인조 5) 광주부의 행정 중심지가 이전해 오면서 꽤나 번잡한 저잣거리로 발전했다.

남한산성 옛길은 현재 4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복원되었다. 4개의 구간은 남한산성을 통과하던 4개의 대문을 기준으로 동문길, 서문길, 남문길, 북문길 등으로 조성되었다. 동문길 구간은 남한산성 동문(좌익문)에서 시작하여 남한산성 교차로를 지나는 경로이며, 옛날 고관들이 풍류를 즐겼던 지수당, 군사훈련 시설이었던 연무관 등을 경유한다. 서문길은 서울특별시 송파구 거여동에서 출발하여 남한산성 서문(우익문)에 이르는 경로이며, 남한산성의 다양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남문길은 남한산성 서북쪽 기슭에 조성된 위례신도시에서 출발하여 남한산성 남문(지화문)에 이르는 경로이며, 북문길은 경기도 하남시 춘궁동에 있는 광주향교에서 출발하여 남한산성의 북문(전승문)까지 이르는 경로이다.

산성을 통과하던 4개의 문 가운데 특히 남문(지화문)과 동문(좌익문)이 각각 지방과 한양을 연결하던 통로였으며, 이 문을 통해 왕의 행렬, 마차와 수레, 장사꾼, 주민들이 드나들었다. 동문에서 남문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현재 자동차의 통행이 가능하다. 남한산성면사무소에서 골짜기를 따라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동문에 다다르고, 동문에서 산성리의 중심지를 지나 남문을 통해 가파른 길을 따라 성남시와 서울특별시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구간의 도로는 342번 지방도가 통과하며, 남문을 통과하던 옛 자동차 도로는 새롭게 개통한 산성터널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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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