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의 종

아무쪼록 신년에는 국태민안 태평성대를 바래본다

재야의 종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늘 그렇듯이 다사 다난했던 지난 날들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고 간다.

나라 안팎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대재앙이 덮쳤는데도, 손바닥만한 나라 안에서는 연일 이념과 사상으로 갈라져 서로 핏대를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신년에는 선거가 연이어 있기 때문에 더욱 심하다. 백성들은 허리끈을 졸라 매고 있는데  이제는 목구멍까지 틀어 막을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천 길 낭떠러지 나뭇가지에 매달려 밑에는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데 그 순간 중생은 위에서 떨어지는 꿀을 받아 먹으며 괴로움과 두려움을 잊어버린 어느 경전의 한 장면과도 같은 현실이다.


보신각 종


성덕 대왕 신종 


제발 올해를 끝으로 신년에는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종소리에 실어 기도해 본다. 이제 오늘 해가 저물면 올해도 제야의 종은 또 울린다. 모든 지자체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선포를 하였다. 이런 일이 생길줄 누가 알았으랴. 우리 사회에 제야의 종이 그만큼 깊숙하고도 많이 뿌리를 내렸나보다.

원래는 사찰에서 행하던 것이 전해온 것이다. 인경(또는人定)은 아침에 33번, 낮에는 12번, 저녁에는 28번을 친다. 그 중에서 섣달그믐날 밤에는 제석(除夕)이라고 중생들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로 108번 타종하고 어둠을 걷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이었다.

또, 도성의 사대문을 열고 닫기 위하여 하루에 두 번 사용되었다. 새벽 4시 五更三點과 밤10시 二更에 종을 쳐서 백성들의 통행을 통제하였다. 二更에는 28번의 종을치고 人定이라 하였는데 이는 우주의 일월성신 28수에 밤 사이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다.

그리고 五更에는 33번의 종을 치고 파루(龍滿)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불교에서의 수호신인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33천에게 나라의 태평과 백성들의 무병장수와 평안을 기원 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매월 말일을 미소카(日)라고 하고 1년을 마무리 하는 12월 말에는 오미소카 (大日)라 해서 대청소를 한다. 신년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고 또 일년을 무사하게 마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풍습이 내려온다.


아무쪼록 신년에는 국태민안 태평성대를 바래본다.  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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