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2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추풍령(秋風嶺) 옛길

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2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추풍령(秋風嶺) 옛길

추풍령은 해발고도가 221m에 불과해 고도가 낮은 고갯길이지만, 죽령, 조령, 이화령과 함께 충청도와 경상도를 잇는 4대 고개였다.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과 충청북도 영동군 추풍령면을 잇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갯길이다. 추풍령은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경계이기도 하고 낙동강과 금강의 물줄기가 갈라지는 분수계 역할도 한다. 고개 정상은 고도가 낮고 땅이 평평하여 도로변에는 일찍부터 마을이 자리했는데, 추풍령면의 추풍령리가 대표적이다.


추풍령 (이미지 네이버)


추풍령을 넘으면 우리나라는 전국이 겨울로 접어든단다. 옛사람들의 말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추풍령, 가을 바람고개다. 《고려사지》에는 금산군(김천)에서 35리에 위치한다 했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황금소 추풍역이라고 했다.

추풍령은 조선 시대에 충청도와 경상도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관용도로였다. 그러나 영남대로에 포함되는 문경새재보다 규모가 작았고 명성도 높지 않았다. 1905년 경부선 철도가 추풍령을 통과하면서 한반도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이 추풍령으로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1970년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경부고속도로가 추풍령을 지나면서부터 추풍령은 교통의 요지로 부상했다. 조선 시대에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영남지방의 선비들 가운데 마음 약한 사람들은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시험에 낙방한다 하여 추풍령 남쪽의 괘방령(궤방령)을 넘었다고 한다.


괘방령 (이미지 네이버)


고갯마루에는 당마루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과거에 실패한 선비들이 고향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머물면서 생겨난 마을이라 한다. 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때에 당나라 군사가 이곳에서 쉬어 갔다는 데에서 마을 이름이 생겨났다고도 전해진다. 추풍령은 전략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전쟁이 있을 때마다 이 고개에서는 전투가 벌어졌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장지현은 이곳에서 의병을 모아 관군들과 힘을 합쳐 1만여 명의 왜군을 맞아 싸웠지만 패하고 말았다.

현재 추풍령에는 옛 국도, 새 국도(국도 4호선), 경부고속도로, 경부선 철도가 모두 지나가는데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길은 옛 국도이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에서 경상도로 내려가는 큰길이었으므로, 도로변에는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주막거리가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추풍령 옛길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구한말 시대의 옛길은 어느 정도 흔적이 남아 있지만, 조선 시대에 사람들이 다니던 옛길은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추풍령 옛길은 지금의 추풍령보다 북쪽에 있는 추풍령면 신안리의 반고개를 넘어가는 길이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고개를 통과하면 충청북도 보은군을 지나 청주시로 이어진다.

추풍령은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에 있다. 이 때문에 두 지방의 문화가 공존하는 양상인데, 김천시 추풍령면에서도 충청도 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마을이 있는가 하면 경상도 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마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추풍령은 교통의 역사성과 문화적 접경, 백두대간의 중간 기착지라는 특징을 가진 곳이다. 김천시와 영동군이 포도 생산량이 아주 많은 곳인 만큼, 추풍령 옛길 주변은 대부분 포도밭이 차지하고 있다.


추풍령대교  (이미지 네이버)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기념탑 (이지지 네이버)


추풍령에는 2002년에 부설된 길이 17m의 교량이 있는데, 이 다리의 이름은 추풍령 대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대교다. 단지 다리의 길이만 가지고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다리의 중요성을 고려한 이름으로 보인다.

추풍령 정상에는 추풍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는 잘 알려진 유행가 가사가 적혀 있다. 남상규의 <추풍령>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구비 마다 한 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고개// 기적도 숨이 차서 목메어 울고 가는/ 추풍령 구비 마다 싸늘한 철길/ 떠나간 아쉬움이 뼈에 사무쳐/ 거치른 두 뺨 위에 눈물이 어려/ 그 모습 어렸구나 추풍령 고개.(가사 전문)

이 노래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제1호, 최초의 휴게소가 생긴 추풍령 고개를 모티브로 한 노래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1일 기공, 2년 5개월 만인 1970년 6월 말에 완공하여 7월 7일 개통을 했다. 이것은 세계고속도로 건설 역사상 최단기간의 공정 기간이며, 서울~부산 418㎞ 중간, 서울 기점 214㎞ 지점인 추풍령에 높이 30.8m의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자료참고  김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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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