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우리 삶의 주인이다 퇴계의 마음 다스리는 방법

퇴계 이황은 스스로 조심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았으며 특히 ‘치심 -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당대의 선비들은 그 가르침을 따르고자 했으며, 그 효과는 현대인에게도 유효하다.

마음은 우리 삶의 주인이다 퇴계의 마음 다스리는 방법


                                             마음은 우리 삶의 주인이다 퇴계의 마음 다스리는 방법


「활인심방」 과 퇴계 이황의 건강법 퇴계 이황은 젊은 시절 지나친 공부로 병을 얻어 평생동안 여러가지 병을 앓았다. 그런데도 70세까지 장수한 비결이 뭘까,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퇴계 이황은 스스로 조심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았으며 특히 ‘치심 -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당대의 선비들은 그 가르침을 따르고자 했으며, 그 효과는 현대인에게도 유효하다.


‘나’라는 존재의 다층 구조, 그 주체는 ‘마음’


퇴계 이황(李滉)의 학문과 삶을 연구하고 배우다 보면 우리 삶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본말 전도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과학적 사유의 학문에서는 객체와 객체가 지닌 법칙이 학문의 대상이다. 주체는 객체의 법칙을 연구하는 인간 두뇌의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퇴계 이황이 정립하고자 노력한 ‘유학’에서는 마음이 인간의 주체이며 주재자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성리학의 자연관인 이기론(理氣論)에서 ‘이(理)’는 객관적 법칙을 넘어 우주의 주재자이며 창조자이다. 우주 자연의 주재적 창조자인 ‘이’가 인간을 창조하며 인간에게 본성을 부여한다. 인간의 본성을 담고 있으면서 인간의 주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성리학의 자연관, 인간관에서 자연과 인간은 다층적 존재로 설명된다. 퇴계 이황이 1568년 17세의 선조에게 올린 『성학십도』의 제1도인 「태극도」와 「태극도설」은 성리학의 창시자인 주돈이(周敦)가 지은 것으로 성리학의 자연관과 인간관을 대표한다.

「태극도」는 우주자연을 태극권, 음양권, 오행권, 기화권, 만물화생권의 5층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태극도설」에서는 자연의 산물인 인간도 소우주로서 ‘신령한 본성’, ‘형체와 정신’, ‘오성(性)’, ‘선악의 삶’, ‘만사를 낳음’이라는 5층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위의 층은 상위 층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이처럼 자연과 인간에 대한 다층적 이해에서는 본성을 담고 있는 존재의 가장 깊은 층인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것이 학문과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01.안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자리한 이황 동상. 퇴계 이황의 학문은 당대를 풍미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영호남의 주리적(主理的) 퇴계학파와 근기지역의 실학파를 형성하였다. ‘인간완성’을 지향하는 그의 학문은 현대 동서 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광호

02.『성학십도』 중 제8심학도 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성학십도』 전체는 마음을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경(敬)을 바탕으로 천리를 함양하고 욕망을 다스림으로써 성인이 되는 것을 학문과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성학십도』를 통하여 위기지학, 즉‘인간완성’의 학문을 체계화하고자 하였다.



퇴계 이황은 왜 「활인심방」을 필사했을까

「활인심방」의 원래 제목은 『구선활인심법(仙活人心法)』으로 상, 중, 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선은 명나라 주권(朱權)의 호인데, 그는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아들 26명 가운데 17번째로 태어나 14세에 영왕(寧王)에 봉해졌다. 그 후 번왕으로 세력을 떨쳤지만 중년에 도교에 귀의하여, 『동천비전(洞天秘典)』, 『태청옥책(太玉)』, 『정명오론』 등의 도가서와 『수역신방(壽域神方)』, 『건곤생의비온(乾坤生意秘蘊)』 등 의학서를 남긴 인물이다. 명말 청초의 유명한 서화가 팔대산인(八大山人) 주탑(朱)이 그의 후손이다.

『구선활인심법(仙活人心法)』은 1424년에 저술되었다. 상권은 보화탕(保和湯), 화기환(和氣丸), 양생지법(養生之法), 치심(治心), 도인법(導引法), 육자법(六字法), 보양정신(保養精神), 보양음식(補養飮食) 등 수양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하고, 중권은 옥급(玉)이십육방, 하권은 가감영비(加減靈秘)십팔방이라는 처방법을 다룬다.

퇴계 이황은 그 가운데 심신의 수양과 관련이 깊은 상권의 내용을 필사하였다. 필사하면서 제목을 「활인심방」이라 붙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성종 8년(1477)에 간행한 의학총서인 『의방유취(醫方類聚)』에는 『활인심법』이나 주권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다만 “의학에 관한 『경험방(經驗方)』, 「활인심방」 등의 저술이 있었으나 임진란으로 산일되었다”고 한 송당(松堂) 박영(朴英)의 소개에서 처음으로 그 제목이 나온다.

이후 퇴계 이황이 필사해 자신의 건강법으로 사용하면서 이 책이 유포되기 시작하였다. 1550년에는 경주부에서 목판으로 간행되고, 1610년에 편찬된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이 무렵 양예수(楊禮壽)가 편찬한 『의림촬요(醫林撮要)』에서는 구선의 의학설과 처방법이 자주 인용되기에 이른다. 이후 「활인심방」은 조선시대 학자들의 애독서로 자리 잡게 된다.

03,04. 「활인심방」 상권의 도인법. 퇴계 이황이 직접 그려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도인법의 동작들. 일종의 건강체조법으로 천주혈을 자극하거나, 발을 잡아당기는 동작, 두 손을 깍지 끼어 머리 위로 올리는 동작 등 따라하기 쉬운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병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생긴다

「활인심방」에는 마음은 사람의 근본이어서, 마음을 잘 쓰면 병 없이 오래 살지만 마음을 잘못 쓰면 병이 나서 일찍 죽게 된다고 적혀 있다.

“옛날 신성(神聖)한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살필 수 있어서 미리 병이 나지 않게 하였다. 오늘날의 의사는 사람의 병을 다스릴 줄만 알고 사람의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니 이는 근본을 버리고 말단을 추구하며(舍本逐末), 근원을 추궁하지 않고 그 말류만을 다스리는 것이니, 병이 낫기를 바란다면 어리석지 않겠는가? 비록 한때 요행으로 낫게 하더라도 이것은 세상의 용렬한 의사로 취할 것이 못된다. 병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생기고 업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짓게 된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활인심방」 상권 서두

이처럼 ‘마음’에서 병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과거에만 해당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현대 사회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복잡한 사회를 살다 보면 온갖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수면부족, 소화불량, 정신쇠약으로 건강한 삶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모두 마음과 관련된 병들이다. 그러나 과학은 객체는 알지만 주체인 마음은 알지 못한다. 과학적 교육만 하는 학교에서는 마음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교육과 학문이 마음을 버리고 돌보지 않으니, 어찌 병이 나지 않을까.

“성인은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고, 의사는 병이 난 뒤에 다스린다.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는 것을 ‘마음을 다스린다’고 하고 또는 ‘수양한다’고 한다. 병이 난 뒤에 다스리는 것을 ‘약과 음식’ 혹은 ‘침과 뜸’이라고 한다. 다스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만, 병의 근원은 하나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생기지 않는 것이 없다. ”- 「활인심방」 서문

「활인심방」에는 마음을 다스려 신선이 되는 방법과 병을 다스려 의사가 되는 방법이 함께 나온다. 의사는 처방법대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병이 나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상권의 내용이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퇴계 이황도 상권만 필사했다. 상권에는 ‘삿된 생각을 하지 말라(思無邪)’, ‘마음을 속이지 말라(莫欺心)’, ‘마음을 맑게 하라(淸心)’, ‘욕심을 적게 하여라(寡慾)’ 등 30가지 보화탕(保和湯: 퇴계는 中和湯으로 기록함)을 먼저 복용하고, 그 다음 ‘인(忍)’이라는 화기환(和氣丸)을 오래도록 복용하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참으라’는 뜻의 ‘인(忍)’이라는 한 글자 경전과 ‘방편(方便)’이라는 두 글자 경전, ‘본분에 따르라’는 ‘의본분(依本分)’ 세 글자 경전을 진심으로 받들며 실행하면 무한한 복을 받아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어 마음을 다스리는 치심법(治心法)과 기운을 조화롭게 하는 도인술, 여섯 글자의 발성법으로 여섯 가지 장부를 건강하게 하는 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활인심방」도 「태극도」처럼 인간을 몸과 기운과 마음의 다층구조로 이해하고 있다. 약으로 병든 기운과 몸을 다스리는 처방법과 달리 도인술과 치심법은 평소에 마음과 기운을 다스리며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방법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화를 참지 못하고 병이 나는 이들이 많다. 마음을 다스릴 필요성과 그 방법을 알지 못해서다. 병을 고칠 의료 시설과 기술은 넘치지만, 정작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는 모두가 어둡다. 우리도 퇴계처럼 「활인심방」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마음을 잘 다스린다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정신적으로는 물론 육체적으로도 더욱 건강하게 될 것이다.
출처/ 문화재청 글. 이광호(국제퇴계학회 명예회장, 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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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