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 1 - 경산 구룡마을

동물 유래 지명 중 으뜸은 환상의 동물 "용“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지명의 유래 - 경산 구룡마을

우리나라 곳곳에는 다양한 이름의 마을들이 있다. 그 마을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서로 다른 도시에 똑같은 동 이름이 있는가 하면, 역사적인 한 인물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지명을 낳기도 했다.

지명의 유래를 유형별로 나누어 그중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지명들을 살펴보았다.

동물 유래 지명 중 으뜸은 환상의 동물 "용“

지명에 얽힌 이야기 중에는 식물보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중에서도 현실에는 없는 상상의 동물 용에 관련된 마을이 많다. ‘룡’이나 ‘용’이 붙은 지명에는 전부 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다. 경북 경산시 용성면의 구룡마을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간 전설이 있고, 충남 아산시 배방읍 회룡리는 마을의 수호신 황룡이 다시 돌아온 마을이다. 전북 군산시 고룡동 용당포는 용이 승천하면서 만든 바다이다. 용이 되기 전의 상태를 이무기라고 하는데, 이무기 관련 지명도 있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뱀사골은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하고 죽은 골짜기이고, 경남 하동군 진교면은 고관대작의 딸들에게 해코지하는 이무기를 용으로 만들어 화를 면한 마을이다.



아홉 마리 용이 하늘로 올라간 경산시 구룡마을

옛날 용왕에게는 세 딸이 있었다. 새 왕비를 들인 후, 딸들이 왕비에게 구박을 받자 용왕은 막내딸을 육지에서 살게 했다. 막내딸은 지금의 구룡산에 터를 잡고서 비와 구름을 관장하며 아홉 용을 낳고 살았다. 막내용이 말썽을 심하게 부리자 막내딸은 용왕에게 부탁하여 막내용에게 벌을 청했다. 용왕은 아홉 용을 하늘나라에 보내어 비와 구름을 다스리게 했다.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한 막내용은 살던 곳을 찾아 나서다 용왕의 노여움을 사 죽고 말았다. 이들이 살던 산을 아홉 마리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 해서 구룡산이라고 했으며 구룡산 아래 자리 잡은 마을이라는 뜻으로 구룡마을이라고 불렀다.

구룡마을 전경

경상북도 경산시 용성면(龍城面) 매남리(梅南里)는 구룡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산촌 마을이다. 매암, 장재, 가만골, 구룡 등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매암’은 매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매남’이라고도 불렀다, ‘장재’는 박 씨라는 선비가 사람이 나면 재주가 있고 장수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길 장(長), 재주 재(才)를 붙여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가만골’은 새터[자연촌락 중 가장 나중에 형성되었다고 하여 새터 또는 신기(新基)라고 불렸다]로부터 약 1km 떨어진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다. 새터에서 까마득하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룡’은 구룡산 밑에 위치한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구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아홉 마리 용이 하늘로 올라간 경산시 용성면 구룡마을


옛날 동해 용왕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세 딸의 엄마인 왕비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슬퍼하던 용왕은 얼마 후 새 왕비를 얻었다. 하지만 새 왕비는 전처의 딸들을 틈만 나면 구박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용왕이 그중 막내딸을 육지로 보내어 살도록 했다. “너를 떠나보내기 마음 아프다만, 이곳에서 너를 지켜보는 것도 마음 아프긴 매한가지로구나. 부디 육지에서 좋은 터를 잡아 그곳에서 비와 구름을 다스리며 맘 편히 살도록 하여라.” 막내딸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염려하지 마세요, 아버지. 훌륭한 용으로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육지로 올라온 막내딸은 살기 좋은 땅을 물색하였으나 영 마땅치가 않았다. 금강산이 딱 마음에 들었지만 그곳에는 이미 용왕의 동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눈을 돌려 태백산 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마침내 나무와 풀이 울창하고 꼭대기가 넓고 평평하며 좋은 기운이 어린 산 하나를 발견했다. 이곳이로구나 싶었던 막내딸은 그 산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막내딸은 구름과 비를 관장하며 이후 혼인도 하여 아홉 마리의 용을 낳았다. 아홉 용은 때때로 구름을 낳고 비를 뿌리며 무럭무럭 자랐다.

아홉 용 중 말썽꾸러기가 한 명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효성이 지극하여 엄마인 막내딸의 말을 잘 들었으나 유난히 막내만은 속을 썩여댔다. 막내딸은 막둥이를 타이르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고 꾸짖기도 했다. 하지만 막내용은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막내딸은 아버지인 동해 용왕에게 청하여 막내용에게 벌을 주십사 했다. 용왕은 그동안 인간 세상에서 고생한 막내딸을 용궁으로 불러들이고, 아홉 용들은 더 넓은 세상인 하늘나라로 보내어 그곳에서 비와 구름을 관장하게 하였다.

살던 곳을 떠나 낯선 하늘로 가게 된 막내용은 그제서야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행실을 반성하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고향을 찾아다니던 막내용은 결국 용왕의 노여움을 사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훗날 사람들은 아홉 마리 용이 살던 그 산을 ‘구룡산(九龍山)’이라고 불렀으며 구룡산 기슭에 생긴 마을을 ‘구룡(九龍)’이라고 했다. 지금도 구룡산 꼭대기에는 용이 살았던 샘인 ‘무지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구룡산은 청도군의 구룡과 구별하여 경산구룡 또는 전에 자인현(慈仁縣) 땅이었으므로[1914년 자인현 일부와 청도군 일부를 병합하여 용성면이 되었다] 자인구룡이라고도 한다.


구룡산 정상 / 구룡산 무지터

참고자료/박은영 경상북도 지명유래총람. 대구:경상북도교육위원회, 1984. 향토문화전자대전, "구룡산",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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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