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 찰스 다윈

종의 기원-찰스 다윈

“지구상에 살아남은 종(種)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적인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다”

"종은 결코 불변하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네. 꼭 살인죄를 자백하는 것 같군."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해군측량선에 승선해 갈라파고스 제도를 비롯해 여러 섬을 탐사하고 돌아온 찰스 다윈은 1844년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부유한 귀족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다윈은 시체 해부가 너무 끔찍하다며 의사 길을 포기하고 케임브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831년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 측량선 비글호에 승선해 5년간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한 다윈은 그때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불손하기 짝이 없는 책 `종의 기원`을 썼다.

과격한 창조론자였던 선장의 우격다짐, 배 위에서 벌어지는 흑인 노예에 대한 학대가 그의 연구를 더욱 부채질했다. 소심한 천재 한 명이 `종의 맨 꼭대기에 우월한 백인남자가 있다`고 믿었던 빅토리아 시대 일반론에 비수를 꽂았던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인류가 믿고 의지했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치명적인 책이다. 1859년 11월22일 영국에서 504쪽짜리 두꺼운 책 한권이 나오자마자 초판 1,250부가 하루 만에 다 팔려나갔다.

녹색 헝겊표지로 장정한 이 책은 학술서적임에도 당일 매진의 진기록을 남겼다. 2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에서만 500만 부가 팔렸다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과 더불어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판매기록으로 남은 이 책은 곧바로 유럽 지식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그 치명적인 매력 때문에 다윈은 극단적인 비난에 시달렸고, 철저하게 이용당했다. ‘스펙테이터’ 신문은 “인류 역사가 글로 기록된 이래 인간을 이처럼 하찮은 존재로 전락시킨 예가 없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많은 지식인들은 이 책이 대중에게 파고들어 워털루 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팔리고 있다며 태산이 무너질 듯 걱정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이 책을 도서관에 소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은이는 “당신의 어머니나 아버지 중 누가 원숭이요?”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거역하는 못된 궤변’이라는 종교계의 거친 비난은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거셌다.

상찬하는 사람들은 주로 합리적인 학자였다. 식물학자 헨리 왓슨은 “선생은 19세기 자연과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혁명가입니다. 선생의 선구적인 생각은 과학의 확고한 진리로 인식될 것입니다”라고 지은이에게 편지를 썼다.

적자생존이론은 히틀러의 게르만 우월주의와 강대국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됐다. 반대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도구로 진화론을 활용했다. 적자생존을 `계급투쟁`으로 정리한 결과였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 책은 내 견해에 대해 자연사적인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반색하며 18년 뒤 출간한 ‘자본론’을 이 책의 저자에게 헌정했다.

이처럼 다윈의 진화론은 때로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때로는 해방의 이데올로기로 이용됐다.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 다윈은 이 책에서 모든 생명체는 신의 섭리가 아니라 자연의 선택 과정에 따라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선택이란 자연계에서 생활 조건에 적응하는 생물은 생존하고, 그렇지 못한 생물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을 일컫는다.

이 책은 변이, 유전, 경쟁이라는 세 가지 핵심단어로 간추릴 수 있다. 생물의 형질에는 충분한 변이가 존재한다. 생존 경쟁을 거쳐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한 변이가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진화가 일어나려면 이 세 가지 조건은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진화는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에 따라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눈길을 끄는 건 ‘힘세고 포악한 종은 멸망하고 착하고 배려하는 종은 생존한다’는 내용이다. 다윈 비판자들이 흔히 지목하는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는 같은 시대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허버트 스펜서가 맨 처음 사용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오해와 오용을 낳았다.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종일 뿐이다."

사실 다윈이 말한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오히려 진보보다는 변화에 가깝다. 진화는 정해진 목적 없이 진행된다. 그리고 `좋은 진화`와 `나쁜 진화`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다윈이 말한 적자생존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우연히 결정되는 것이지 여기에 비교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등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 꿋꿋이 살아남아 생을 영위하는 생물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 NSTIMES 유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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