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말의 등을 빌려 전쟁터로 향했고, 산과 강을 건너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 길마저 말에게 맡기고자 했다.
말, 인간의 시간을 끌고 달리다
옛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말의 등을 빌려 전쟁터로 향했고, 산과 강을 건너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 길마저 말에게 맡기고자 했다. 한반도의 시간 위를 달려온 말의 모습을 쫓다 보면, 단순한 가축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기도와 애정을 실어 나르던 존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신에게 바쳐진 말부터, 갑옷과 장식을 두른 말 그리고 먼 길을 함께한 말까지. 그 시간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살펴본다. 유물 속 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잊고 지낸 오래된 동행의 얼굴이 문득 눈앞에 선다.
국보.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 Ⓒ국가유산포털
말은 땅 위를 달리는 짐승이면서도, 의례의 장면에서는 신과 인간을 잇는 '매개'로 호출되곤 했다. 동물 형상의 청동 장식, 제의용으로 보이는 유물에서 먼저 읽히는 것은 탈것의 실용보다 제단 앞에 세워진 상징의 얼굴이다. 말의 몸은 속도를 말하지만, 말의 형상은 오히려 경계를 넘는 힘(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다양한 말 유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동체가 바랐던 안녕과 질서를 ‘보이는 형태’로 붙들어 둔 흔적은 아닐까.
01.말 모양 띠고리(영천 어은동 발견, 삼국시대) Ⓒ국립중앙박물관 

02.삼국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말장식뿔잔 Ⓒ국립중앙박물관 03.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국립중앙박물관
금속과 장식이 겹겹이 얹히는 순간 말은 단순히 탈것이 아니라 주인의 위세를 증명하는 이동식 상징이 된다. 말갖춤을 갖춘 말은 오늘날 최고급 승용차처럼 신분을 드러내는 물품이었고, 그 화려함은 곧 나라의 질서와 위계를 눈앞에서 작동하는 장치였다. 장식을 두른 말이 빛날수록 그 위에 올라탄 인간의 권력은 더 또렷해졌다.
황남대총 비단벌레 장식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복원품) Ⓒ국가유산포털

06.황남대총 비단벌레 장식 금동 안장틀(복원품)
07.육각뿔 형태로 만들어진 말띠 꾸미개.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08.보물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 Ⓒ국가유산포털
그림 속에서 말은 전쟁터보다 일상의 길 위에 더 자주 등장한다. 산수를 배경으로 천천히 말을 몰아가는 선비, 먼 고을로 부임하는 관리, 마을과 마을 사이를 오가는 행렬. 그 곁에 있는 말은 누군가의 생각과 짐, 소식과 물건을 함께 나르는 동행자다.
09.전 윤두서 필 팔준도 Ⓒ국립중앙박물관 10.전 윤두서 필 기마도 Ⓒ국립중앙박물관
출처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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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