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행정부의 물자 출납상황과 무게단위 단서 확인

백제 행정부의 물자 출납상황과 무게단위 단서 확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올 3~4월 출토된 부여 동남리유적 목간 5점 보존처리 및 판독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임승경)는 올해 3월과 4월 두 달간 부여 동남리 (49-2번지) 공공주택 신축부지 내 유적(이하 동남리유적) 백제문화층에서 출토된 목간 5점에서 백제 행정 관부의 물자 출납과 관련된 문자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했다.
* 목간(木簡) : 문자를 기록하기 위한 목제품으로 고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종이가 보편화되기 이전 가장 널리 사용된 서사(書寫, 글씨를 베낌) 재료



(재)울산문화재연구원이 조사 중인 동남리유적은 현재까지 백제시기 도로, 건물지, 수혈, 수로, 우물, 경작유구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되어 백제 사비기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올해 4월부터 백제문화권 문화재 보존·관리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재)울산문화재연구원이 의뢰한 목간의 보존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목간 재료를 확인하기 위한 수종 분석과 글자 판독을 위한 묵서흔 확인을 위해 적외선 촬영을 진행하였고, 근적외선 초분광 촬영을 실시하였다.
* 수종: 수목의 종류나 종자
* 묵서흔: 목간에 먹으로 쓴 글씨의 흔적
* 근적외선 초분광촬영 : 적외선 중 비교적 짧은 파장을 가진 단파적외선(Short-wave Infrared; SWIR) 영역에서 수백 개의 파장 정보를 가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비접촉·비파괴 분석 방법. 이를 통해 벽화 단청 등의 밑그림 관찰, 무기안료의 종류별 분류지도 작성, 보존처리 영역 식별 등에 활용

수종분석 결과 목간은 벚나무류, 소나무류, 삼나무류에 속하는 나무를 가공하여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목간의 형태나 판독된 문자 내용을 통해 많은 글자가 쓰여진 2점은 문서용 목간, 나머지 3점은 하찰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4번에 걸친 자문 회의와 문자 판독회를 통해 출토된 목간의 일부 글자를 판독하였다.
먼저, 문서용인 <목간①>에서는 날짜(十二月十一日), 금(金), 중량(重)을 뜻하는 글자와 더불어 출납(內), 이동(? : 보내는(送) 혹은 맞이하는(逆)으로 해석), 재고 상황(亡)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글자가 확인되어 행정 관부의 출납을 담당하던 관리가 기록한 문서나 장부의 용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로로 표기한 행간의 빈 공간에 이음표(丶)를 써서 문자를 거꾸로 써내려가는 흥미로운 사서방법도 확인하였다.
* 하찰(下札) : 물품(꾸러미)의 꼬리표 목간으로 상단에 끈을 묶을 수 있게 홈이 파여 있거나 구멍이 있음

특히 무령왕릉 출토 유물인 다리작명 은제 팔찌에 새겨진 글자이자 기존에 백제의 무게단위로 알려져 있던 ‘주(主)’가 <목간①>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중(重)’의 이체자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견이 제기되는 등 백제의 무게단위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도 확인하였다.
* 이체자(異體字) : 한자에서 글자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글자로 취급되는 글자

한편 문서용 <목간②>에서는 곡물 중 하나인 피(稗)와 함께 이동(?), 연령 등급(丁), 사람 이름, 용량 단위(斗) 등으로 볼 수 있는 글자가 확인되어 이 목간 역시 곡물의 출납과 관련된 기록으로 파악되었다. 더욱이 피는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서도 확인된 글자로, 고대 식량에서 중요한 곡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번에 확인된 새로운 문자 자료는 백제 중앙의 행정상 복원과 더불어 도량형을 파악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목간 문자 판독에 대해 연구자간 의견이 분분한 만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한국목간학회(회장 이성시)와 함께 새롭게 확인된 백제 문자 자료의 해석과 목간의 용도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041-830-5640), (재)울산문화재연구원(052-254-5451)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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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