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형상과 조화를 그린 단청(丹靑)의 아름다움

단청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목조건축물의 수명 연장과 목재 면의 조악한 부분을 감추는 것이다.

만물의 형상과 조화를 그린 단청(丹靑)의 아름다움

붉을 단(丹) 푸를 청(靑)의 단청(丹靑). 붉고 푸른 그것은 수천 년의 세월에도 그 색을 잃지 않은 채 현재의 사람들과 한 시대를 이루고 있다. 낡고 흐릿하나 오래된 시간의 역사를 간직한 단청은 단순히 목조건축물에 행하는 도채(塗彩) 작업을 넘어 우리나라의 회화를 가장 선명하게, 아름답게 표현하는 일이다.


                                              국보 경복궁 근정전 처마의 단청 모습 ©이미지투데이

오색 빛에 권위와 위엄을 담다

궁궐이나 사찰 등 전통 건축물에는 단청(丹靑)이라는 역사가 오래된 우리의 유·무형 유산이 있다. 울긋불긋하고 강렬한 색감으로 일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청은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해서만 아니라 목조건축물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단청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목조건축물의 수명 연장과 목재 면의 조악한 부분을 감추는 것이다. 단청이 이뤄지기 전 상태의 목조건축물을 백골집[白骨家]이라고 하는데, 백골집 상태로 오래 두면 건축물의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목조건축물에는 되도록 단청을 올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단청은 아무 건물에나 행하는 것이 아니다. 사가(私家), 즉 일반인의 집에는 단청을 행할 수 없었음을 『삼국사기(三國史記)』, 『고려사(高麗史)』, 『조선왕조실록(朝 鮮王朝實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왕 또는 왕실과 관련된 건축물이나 종교적 건축물, 관아 건축물 등에는 반드시 단청을 행했으며, 그것도 위계에 따른 장엄 등급을 규정해 이를 엄격히 지키며 시행했다.

우리나라 궁궐이나 사찰 등은 크게 중심전각과 부속전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중심전각의 단청은 화려한 장식으로, 부속전각은 중심전각보다 덜 화려한 장식으로 단청을 행한다. 궁궐의 경우 정전(正殿), 편전(便殿), 침전(寢殿), 중궁전(中宮殿), 동궁(東宮), 후원(後苑), 궐내각사(闕內各司) 등의 전각에서 단청을 볼 수 있고, 사찰의 경우 부처를 모시는 대웅전(大雄殿), 무량수전(無量壽殿), 대적광전(大寂光殿) 등과 보살과 제자들이 있는 원통전(圓通殿), 명부 전(冥府殿), 나한전(羅漢殿) 등의 전각 그리고 일주문(一 柱門), 천왕문(天王門) 등에서 단청을 볼 수 있다.

                               02.단청의 종류 (위에서부터) 가칠단청, 긋기단청, 모로단청, 금단청 ©김석곤

                               03.국보 경복궁 근정전 내부 ©이미지투데이

단청은 건물의 위계에 따라 장엄 종류가 달라진다. 궁궐 내 관청인 궐내각사나 사찰에서 승려들이 생활하는 요사채는 장엄 등급에서 제일 낮은 가칠단청이나 긋기단청이 행해지고, 궁궐의 편전 외부나 편전 앞문(門)과 사찰의 천왕문·불이문 등은 모로단청이 행해진다. 그리고 궁궐의 정전이나 편전 내부 등과 사찰의 대웅전 같은 주불전에는 금단청이라는 최상위 장엄 등급으로 행해진다. 여기서 금단청의 ‘금’은 ‘비단 금(錦)’으로, 비단문양처럼 곱고 아름다운 문양을 넣는다는 의미이다.

           04.통도사 대웅전의 내부 ©문화재청 05.단청 작업을 하는 김석곤 단청장 이수자 ©문화재청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통도사 대웅전의 단청

단청을 목조건축물에 행하는 도채(塗彩) 작업으로 이해 하는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안료, 회화, 초상화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단청장 이수자로서 단청이란 ‘우리 민족의 회화’라고 생각한다. 이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청이 국보 양산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중 통도사 대웅전의 단청이다. 통도사 대웅전은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건물 뒷면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설치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으로 앞면 3칸, 옆면 5칸, 지붕은 앞면을 향해 ‘정(丁)’자형을 이룬 특이한 구성을 갖췄다. 통도사 대웅전의 외부단청은 퇴락으로 많은 부분의 채색이 떨어져 나간 상태이지만 전형적인 금단청 형식을 보인다. 내부단청 역시 금단청 형식을 띠지만, 외부단청과 비교해 시기적으로 앞선 문양 형식을 보인다. 또한 띠고리목단 머리문양 형식을 대량(大樑)에서 볼 수 있다. 띠고리목단 머리문양은 사실적인 화풍의 모란꽃을 머리문양으로 사용한 것으로 단청의 회화성을 알 수 있는 예이다. 띠고리 문은 국보 안동 봉정사 대웅전에서 나타나 17~18세기 경상도 지역에서 유행했던 특이한 머리초 형식의 단청문양이다. 그뿐만 아니라 통도사 대웅전에 행해진 다양한 별화(別畵)도 회화성 높은 그림이 많아 우리나라 단청의 정수로 볼 수 있다.

06.단청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국보 양산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문화재청

정성을 담아 긋는 한 척의 선

2022년은 국가무형문화재 단청장 종목이 지정된 후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1972년 8월 1일 당시 중요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초대 보유자로 금용(金蓉) 김갑병 (金甲炳), 만봉(萬奉) 이치호(李致虎), 월주(月洲) 원덕문 (元德文) 세 분이 인정되었다. 그 후 2006년 단청장에서 불화장(佛畵匠) 종목이 분리되었지만, 사찰단청에서는 불화 종목과 재료와 도상 등이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단청장의 역사 속에 숭례문 단청을 통하여 재료와 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그것을 통해 전통 재료의 생산과 기법의 계승을 공고(鞏固)히 하는 중이다.

또한 각 시도무형문화재에 단청과 관련된 종목이 지정되어 그 기능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단청장 전승자 현황은 명예보유자가 네 분, 보유자가 아홉 분, 전승교육사는 여덟 분이 배출되 었으며, 그 외에 다수의 이수자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단청장 전수교육학교로 선정돼 이수자를 배출하고 있어 활발한 전수교육과 활동이 기대된다.

한평생 단청에 몸담고 팔순을 바라보는 나의 스승이자 아버지 소운 김용우 선생은 2020년 단청장 전승교육사에서 명예보유자가 되셨다. 아버지가 이 분야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정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삶에 대한 애착과 그 삶을 일구어 나갈 수 있게 한 단청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초대 단청장 보유자였던 고(故) 월주 원덕문 스님은 제자들에게 늘 ‘일척필도(一尺筆道) 천리행보(千里行 步)’를 강조했다. ‘먹선 한 척 긋는 힘이 천 리 길을 걷는 것 과 맞먹는다’라는 의미로 한 척의 선을 긋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의미로 항상 마음에 새기는 문구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마음으로 내 스승과 그 스승의 스승이 그랬듯이 그러한 마음을 올곧게 가지고 흔들림 없이 단청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정진하고 또한 그 단청의 요체 (要諦)를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정확하고 바르게 전해 줄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 이를 위해 오늘도 새로운 작업을 위한 붓끝의 움직임과 채색의 향연을 즐기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척필도 천리행보(一尺筆道 千里行步)’, ‘먹선 한 척 긋는 힘이 천 리 길을 걷는 것과 맞먹는다’라는 의미로 한 척의 선을 긋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문구이다.  김석곤(국가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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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