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풍류 달성하목정

하목정 마루바닥에서 한양을 등지고 앉은 선비는 또 무엇을 생각했을까. 낙동강의 정취를 한껏 누리면서 풍류를 즐기던 모습이 두 눈에 선하다.

달성하목정(達城霞鶩亭)

때아닌 가을장마에 가을비는 낙동강에 모두 모여서 넘실거린다.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모든 것을 집어삼킨 채 훑어내린다. 때로는 범람을해야 다시 맑은 물이 뒤따라오는 것이 이치이다. 비록 오늘은 흐리고 탁하지만 곧 강물은 제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인생을 강물에 빗대어 옛사람들은 시를 읊었나보다. 그 줄기에 점 하나 찍듯이 낙동강변에 자리를 잡고 정자를 세웠다.


강물이 유유히 남쪽으로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지었다. 막을 수 없이 마구 흘러오는 것보다 물이 흘러가는 뒷모습은 더욱 처량하게 보이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마치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무거운 발걸음과 같이 강물은 아무 말 없이 가고 또 걷는다. 하목정 마루바닥에서 한양을 등지고 앉은 선비는 또 무엇을 생각했을까. 낙동강의 정취를 한껏 누리면서 풍류를 즐기던 모습이 두 눈에 선하다.

이 건물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낙포 이종문(1566~1638)이 선조 37년(1604년)에 세운 것이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곳에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그 후 이종문의 장자인 이지영(1589~1639)에게 '하목정'이라는 정호를 써 주었으며, 또한 일반 가옥에서는 서까래 위에 부연(付椽, 겹처마에서 서까래끝에 거는 짧고 방형단면인 서까래)을 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인조의 명으로 부연을 달았다고 하며, 현재 보물 제2053호로 지정되어 있는 귀중한 문화재이다.

사랑채로 이용하는 이 정자는 평면이 丁字形(정자형)처럼 되어 있어 특이하다. 처마 곡선도 부채 모양의 곡선으로 색다른 팔작지붕의 건물이다.
내부에는 김명석 남용익 등 많은 명인들의 시액이 걸려있다. 하목정은 1칸에는 전면으로 누가 1칸이 첨가되고 후면으로 방 1칸이 더 생겨서 집 전체 모양이 丁자를 이루었다. 마당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고 강쪽으로 나갈 수 있는 쪽문이 있다. 지금은 백일홍이 만발하여 고기와(오래된 기와)와 함께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그리고 발걸음이 쉽지 않는 곳에 가려 있는 탓에 조선중기의 건물이 지금까지 보존은 잘 되어 있다.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하산리 1043-1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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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