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묵은 옛터에 풀은 여전히 새롭네

시인이 사물을 보고 왜곡되게 쥐어짜서 작품을 만들어 가듯이 사진작가의 시선도 재빠르거나 혹은 날카롭거나 남다른 각도와 눈빛이 필요하다.

풀은 여전히 새롭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특별한 사진전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주의 옛 사찰을 사진으로 만나 보는 것이다. 한석홍, 안장헌, 오세윤 세 작가의 피땀 어린 작품이 오랫만에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작가는 얼핏보면 엄청 쉬울 듯 하지만 알고보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많은 발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연구를 해야만 한다.

시인이 사물을 보고 왜곡되게 쥐어짜서 작품을 만들어 가듯이 사진작가의 시선도 재빠르거나 혹은 날카롭거나 남다른 각도와 눈빛이 필요하다.



어렸을적에 허리를 굽혀 두 다리 사이로 세상을 거꾸로 보고 신기해서 놀라듯이 사진도 똑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뇌를 많이 해야한다. 특히 경주는 신라의 부스러기가 온 곳에 흩뿌려져 있지만 사진작가만이 건져 올릴 수 있는 기술이 남달라야 한다. 세 작가는 오랜 세월을 두고 그것을 이루어낸 독보적인 존재들이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을 할 수도 있지만 사진만큼은 따라갈 수가 없다. 특히 문화재 복원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이바지를 해왔다. 그러면서도 어제의 사진과 오늘의 사진은 또 다르다. 아침사진이 다르고 저녁이 다른 것이다. 세 작가는 거기에 예술의 혼을 불어 넣어준 것이다.


신라는 흥륜사를 시작으로 왕경내에 크고 작은 사찰들을 건립하였다.

삼국통일 이전에는 황룡사, 분황사와 같은 대규모 사찰을 왕경 중심부에 조성하였다. 통일 이후에는 낭산 주변으로 사천왕사, 망덕사, 황복사가 있고 동해안 교통로 상에는 고선사, 감은사, 불국사, 석굴사 등이 들어섰다. 8세기 후반 이후 사찰의 조영은 왕경외곽의 범위로 더욱 확대되어 나간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정혜사, 남사리절터,나원리절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절과 절이 하늘의 별처럼 펼쳐지고 탑과 탑들이 기러기떼처럼 줄지어 있다"는 삼국유사의 구절은 신라 왕경에 들어선 사찰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한 대목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신라의 사찰은 대부분 그 터만 남아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화려한 조각을 지닌 석조물과 다양한 문양이 장식된 기와들이 남겨져 있어 당시 웅장하고 찬란했던 사세를 말해주고 있다.

신라 천년 역사가 공존하는 경주,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도시에서 옛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밤하늘의 총총한 별처럼 수많은 사찰의 법등을 밝히고 있었을 그 광경을. 지금은 탑, 당간지주 또는 석물만이 남은 절터는 무상함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변함없는 자연 속에서 옛 숨결을 느끼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마련이 되었다.

6월 30일~10월 3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 입장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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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