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칠석의 유래

동국세시기에 보면 칠석날에는 여름 동안 장마와 습기로 눅눅한 옷을 햇빛에 말리는 것이 옛날부터의 풍속이다. 또 저녁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까마귀가 놓은 다리를 건너가 만나서 기쁨의 격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고, 새벽에 오는 비는 헤어지는 슬픔의 눈물이라는 전설이 있다.

칠월칠석

어느덧 뜨거운 더위도 한풀 꺾이고 밤이면 선선한 기운이 스며드는 간절기가 돌아왔다. 입추, 말복도 지나가고 붉은 해는 점점 남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들에는 한창 익어가는 곡식들이 풍성하게 넘실대고 어느새 밥 짓는 고향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칠석날에는 여름 동안 장마와 습기로 눅눅한 옷을 햇빛에 말리는 것이 옛날부터의 풍속이다. 또 저녁에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까마귀가 놓은 다리를 건너가 만나서 기쁨의 격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고, 새벽에 오는 비는 헤어지는 슬픔의 눈물이라는 전설이 있다. 어쩌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견우와 직녀는 일년에 단 하루를 만난다. 은하수 저편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애틋할까. 사랑하는 두 남녀는 그 짧은 만남을 위하여 열심히 밭을 갈고 길쌈을 하며 그리움을 달랜다. 그래서 까마귀가 날개를 펴서 다리를 놓아 견우와 직녀가 건너는데 이 다리를 오작교라 부른다.

사실 칠월칠석이면 은하수 양쪽에 떨어져 있던 두 별이 매우 가까워지는 시기이다. 중국 후한 때의 삼족오도 속에 견우성과 직녀성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견우직녀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춘추전국시대에 천문관측을 통해 은하수가 발견되었으며, '시경'에 설화의 연원이 되는 시구가 있다. 후한(25~220년) 말경에 견우와 직녀 두 별이 인격화 되면서 설화로 꾸며졌다. 육조(265~589년)시대에 이르러 '직녀가 은하수를 건너 견우를 만난다'라는 전설로 발전되었다고 형초세시기(아래에 설명)에 있다.


우리나라는 강서 덕흥리 고구려 고분벽화(408년)에 은하수 사이에 견우가 있고 개를 데리고 있는 직녀의 그림이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우랑직녀'는 4대 전설로 여길 만큼 널리 전승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전은 하지만 남아있는 기록이 부족해서 뒤늦게 조선동화대집에 오작교라는 자료가 있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안남도 대안시 덕흥리에 있는 고구려 벽화고분  200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형초세시기 荊楚歲時記
6세기경 중국 양나라의 종름이 쓴 연중 세시기.

이 책은 세시기의 효시격으로 양쯔강[揚子江] 중류지방을 중심으로 1~12월을 월별로 나누어 민간의 생활풍습을 서술했다. 정월의 폭죽,문신,인일,입춘점,타구, 2월의 석가탄신일,춘분일,한식, 4월의 욕불, 5월의 욕난절,하지절, 6월의 복일, 7월의 견우직녀 취회, 8월의 두화우, 9월의 야연회, 10월의 삭일, 11월의 중동, 12월의 납제,세모, 윤달에는 '불거백사'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 쓰인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경도잡지 京都雜誌〉·〈열양세시기 洌陽歲時記〉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의 세시기와 〈형초세시기〉를 서로 비교하면 중국민속과 한국민속의 상호관련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책은 월별로 민간의 생활풍습을 서술한 한국의 〈동국세시기〉와 유사하다.


직녀는 옥황상제의 손녀로 길쌈을 잘하고 늘 부지런하였다. 옥황상제는 직녀를 매우 사랑하여 은하수 건너편의 하고(河鼓)라는 목동 견우와 혼인하게 했다. 그러나 직녀와 견우는 신혼의 즐거움에 빠져 이내 게을러 졌고, 옥황상제는 크게 노하여 둘을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다시 떨어져 살게 하였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칠월칠석에만 같이 지내도록 했다. 은하수 때문에 칠석에도 서로 만나지 못하자 보다 못한 까마귀들이 하늘에 올라가 머리를 이어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 다리를 오작교라 하며 칠석이 지나면 까마귀가 다리를 놓느라고 머리가 모두 벗겨져 돌아온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오는 비를 칠석우라고 한다.

한편 서양에서도 똑같은 전설이 있다. 옥황상제의 벌을 받고 일년에 한 번 일곱번째 달 일곱번째 날의 밤에만 이들이 강을 건너 만날 수 있게 허락하였다. 이들은 7월 7일이 되면 '칠일월'이라는 배를 타고 하늘의 강을 건너 만나게 되는데 비가 내리면 강물의 물이 불어 배가 뜨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강언덕에서 직녀가 울고 있으면 까마귀가 날아와 다리를 만들어 만나게 해 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칠석날 까마귀가 지붕에 앉아 있으면 '빨리 하늘의 강으로 날아가라'고 말하면서 돌을 던져 쫓아버리는 풍습이 있다.



은하수가 흐르는 밤이면 거문고자리의 큰 별과 독수리자리의 일등별이 청초하게 빛나는 모습이 이 전설을 알고 보면 더 아름답다. 거문고자리의 직녀별 베가는 '여름밤의 여왕' '하늘에 하나뿐인 다이아몬드'라고 할 정도로 밝고 아름다운 사파이어빛 별이다. 독수리자리의 일등별 알타이르가 견우이다. 거문고자리 베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백조자리의 데네브는 여름밤 하늘에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며 밝게 빛나는데 이것을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한다. 오늘밤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밤하늘을 쳐다보고 아름다웠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보자.   글/ 정태상,  사진/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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