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토종 견공 둘 풍산개 vs 경산의 삽살개

오래전부터 우리는 개를 단순한 동물로 여기지 않았다. 남과 북의 대표적인 토종견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렷하게 알 수 있다.

한반도의 토종 견공 둘 풍산개 vs 경산의 삽살개

한반도의 토종 견공 둘 풍산개 vs 경산의 삽살개 개는 ‘견공’으로 불릴 만큼 오랫동안 사람 다음가는 대접을 받아왔다. 요즘은 사람과 대등한 ‘반려’의 동물로 그 위상이 더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식의 변화로 최근에는 개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그런데 사실 오래전부터 우리는 개를 단순한 동물로 여기지 않았다. 남과 북의 대표적인 토종견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렷하게 알 수 있다.


01.풍산개 ⓒ국립중앙박물관 02.경산의 삽살개 ⓒ문화재청



범 내려오다 ‘풍산개’ 보고 도로 올라간다

‘호랑이 잡는 개’로 알려진 풍산개는 북한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냥개로 사육되어 왔던 견종이다. 산악지방의 특성상 농작물 재배가 원활하지 않고, 그에 비해 여러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한반도 북쪽 지방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은 예전부터 수렵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수렵용으로 길러진 사냥개가 바로 풍산개이다.

풍산개는 오래전부터 전문 수렵견으로 육성되어 왔기에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 여러가지 동물을 사냥하며 사냥개로서 뿌리 깊은 역사를 이어왔다. 그 사냥 실력 또한 수많은 견종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옛말에 “풍산개 3마리를 풀면 호랑이도 잡아온다”라는 속설이 있는데, 실제로도 풍산개는 민첩하고 용맹할 뿐 아니라 담력이 강해 어떤 맹수가 앞에 있더라도 겁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 표적으로 삼은 사냥감은 뛰어난 후각과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끝까지 추격해서 어떻게든 사냥을 마치는 뛰어난 근성도 있다.

무엇보다 풍산개는 산악지방에서 자라난 견종이기에 체력이 강하고 추위와 질병 저항력도 매우 높다. 타고난 본성과 신체 조건이 모두 사냥개가 되기에 알맞다. 하지만 반대로 그 성품은 군자와도 같은 것으로 유명하다. 공격성을 숨기지 못하고 주인을 물거나 지나가는 행인을 공격하기도 하는 다른 맹견과 달리, 풍산개는 평소에 아주 얌전하며 자신보다 약한 개체는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 또 이유 없이 짖거나 싸우는 일이 없다고 한다. 결국 사냥할 때는 자신의 본능과 기질을 다해 집요하게 상대를 쓰러뜨리는 견종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무척 점잖고 주인에게 충성하는 개체다.


북한의 대표적인 동물 천연기념물

북한은 자연유산을 명승지와 천연기념물로 관리하며 그 법제는 ‘명승지·천연기념물 보호법(1995)’과 ‘민족유산보호법(2015, 2019)’에 따른다. 북한의 『천연기념물도감』2005~2010년 자료를 보면 북한은 488건의 천연기념물이 지정되어 있으며 그중 동물이 106건이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지정 기준에서 동물은 풍산개와 같이 북한 고유의 집짐승 또는 씨원종으로 순종 보존에 의의가 있는 종을 지정하고 있다.

본래 풍산개를 기르는 곳은 량강도 김형권군 광덕리이다. 광덕리는 읍에서 동쪽으로 약 8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오래전부터 광덕리 지방을 중심으로 한 갑산과 풍서 일대에서 풍산개를 사냥개로 많이 이용하였다. 풍산개는 한국 특산종으로 일제강점기인 1942년 조선총독부가 함경남도 풍산군 원산의 풍산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북한에서는 1965년경부터 국가천연기념물로 등록해 고유한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 1969년 광덕리에서는 풍산개를 모아 기르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전문적인 풍산개 목장이 만들어져 있다.

풍산개는 중형견으로 털이 빽빽하며 모색은 흰색인데 연한 재색털이 고루 섞인 것도 있다. 머리는 둥글고 아래턱이 약간 나왔으며 비색은 살구색 또는 검은색이며 주둥이는 넓고 짧다. 귀는 삼각형으로 직립하며 끝이 약간 앞으로 굽었다. 꼬리는 말려 있으며 길고 부드러운 털이 있다. 턱밑에는 콩알만 한 도드라기가 있는데 5~10cm의 수염 모양 털이 세 개씩 나 있다. 이마는 두드러져 보이고 눈은 오목한데 눈알은 검고 둥글다. 목은 짧고 굵으며 앞가슴은 넓고 깊게 발달되어 있다. 허리는 길지만 배는 늘어지지 않았으며 등이 넓다. 엉덩이도 넓으며 뒷다리 자세는 곧다. 네 다리는 비교적 짧고 뒷다리에 덧발가락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03.풍산개는 중형견으로 털이 빽빽한 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04.국립중앙박물관 소장사료. '함경남도 풍산의 풍산견'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05.삽살개는 모색의 다양성을 모두 인정한다. ⓒ문화재청



사자 같은 외양, 군자 같은 성품의 ‘경산의 삽살개’

삽살개는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 널리 서식한 우리나라 토종개다. ‘귀신과 액운을 쫓는 개’로 알려진 삽살개는 이름 자체도 순수한 우리말이다. 가사와 민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개다. 신라시대에는 주로 귀족 계층에서 길렀고 통일신라가 망한 이후 일반 백성들이 키우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에는 1960년대부터 30여 마리의 삽살개를 수집하고 보존을 시작했으며 특히 경산의 삽살개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깃든 우리 민족의 고유개로서 고유 혈통을 인정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삽살개 또한 풍산개처럼 중형견이다. 오랜 기간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했으며 장모종과 단모종이 모두 있다. 장모종 삽살개는 긴털이 온몸을 덮고 있어 특징이 뚜렷하다. 단모종은 얼굴은 풍산개처럼 노출되어 있으나, 귀는 누웠고 하체 부위와 목 주변부에 갈기가 있거나 꼬리털이 풍성하다.

그러나 털 길이를 제외하고 다른 특징은 장모종과 단모종이 동일한 편이다. 성품과 체질 그리고 골격 구성에서 전형적인 토종개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삽살개는 특히 우리나라 풍토에 오랜 세월 적응한 덕분에 체질이 무척 강하다. 성품은 점잖고 대체로 사람을 좋아하며 아는 사람인 경우 친근감을 잘 표현하는 편이다. 인내심도 많으며 주인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반면에 한번 사귄 주인에게는 온몸으로 정을 드러내고, 외출할 때에는 주인 곁을 잘 떠나지 않는다. 사냥개 기질은 두드러지지 않으나 반려견으로서는 우수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


외형적인 특징 뚜렷한, 개성 넘치는 토종견

삽살개의 모색은 다양성을 모두 인정한다. 기본적으로는 청색과 황색을 띠는 개체가 가장 많으며 낮은 빈도로 백색, 고동색이 얼굴 무늬인 개도 있다. 가장 흔한 청삽살개와 황삽살개도 색소의 농담과 멜라닌 색소 분포에 따라 다양한 변이 형태가 관찰된다. 머리의 털이 길어 단두종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장두종이며 액단도 깊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머리의 털이 길어서 가만히 있을 때에는 눈과 귀, 입이 쉽게 구분되지 않기도 한다.

눈의 모양은 적당히 크고 둥근 형태이며 속눈썹이 발달되어 있다. 눈 색깔은 황삽살개의 경우 연한 갈색, 청삽살개는 짙은 갈색을 보인다. 그러나 낮은 빈도로 고동색이 출현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옥색의 눈빛을 띠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모든 삽살개는 순한 눈빛을 보인다. 입은 윗입술이 약간 깊이가 있어 아랫입술을 덮어싸고 구열이 처지지 않으며 윤곽이 명확하다.

대부분의 경우, 교합은 정상교합이며 송곳니가 보통의 길이에 단단한 느낌을 준다. 목은 두껍고 힘이 있으며 적당한 길이로 알맞게 발달해 있으나 털이 길어서 다소 목이 짧다는 느낌을 받는다. 삽살개는 코가 유난히 돋보이는데, 눈과 귀가 털로 덮여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뒷발의 근육이 발달되어 있고 대퇴부는 편평하고 폭이 넓으며 적당한 각도를 유지한다. 하퇴부에서 발등에 이르는 후지 비절각의 각도는 깊지 않고 적당한 경사를 이루어 보행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출처/ 이일범(한반도천연기념물 복원연구소 대표) 자료 출처. 북한백과사전, 천연기념물 도감, 『한국의개』(하지홍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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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