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하늘을 그리고 지혜를 얻다

우리에게는 오랜 별 그림 기록이 있다.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을 살펴보면 역사시대 이전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천문 활동을 했는지,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을 그리고 지혜를 얻다



별이 빛나는 밤, 하늘을 그리고 지혜를 얻다



역사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한국의 전통 천문학은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까지 꾸준히 이어왔다.우리 조상들은 다양하고 많은 천문 유산을 남겼는데, 천문 역법과 무덤에 그려진 별 그림 그리고 역사서에 기록된 다양한 천문관측 현상과 별자리 이야기들은 우리의 소중한 천문 자산이다.특히 고인돌에서 고구려와 고려로 이어지는 무덤 별 그림과 고구려에서 유래된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각석 등 다양한 별 그림은 우리 천문학 역사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함안 가야 무덤에서도 별 그림이 발견되었다.

우리에게는 오랜 별 그림 기록이 있다.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을 살펴보면 역사시대 이전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천문 활동을 했는지,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현재 한반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남아 있는데, 일부 고인돌 덮개돌에는 성혈(Cup-Mark)이라고 하는 홈이 새겨져있다. 이들 홈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간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 새겨 놓은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최근에는 별자리 모양을 닮은 홈을 발견하면서 고대의 별자리 그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 남부의 고인돌 가운데 300기가 넘는 고인돌 덮개돌에서 홈이 발견되었는데, 그중에는 북두칠성과 남두육성, 묘수(Pleiades cluster), 북쪽왕관자리 등 별자리 모양이 분명한 홈이 확인되었다.  홈이 만들어진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유럽이나 북한 학계에서도 이미 고인돌 홈에서 다양한 별자리를 찾아내고 있다.

고인돌 덮개돌의 별 그림은 한반도에서 천문 관측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청동기시대를 지나 고구려,고려의 무덤에서도 별 그림이 많이 발견된다. 무덤에 별그림을 그리던 것이 청동기시대부터 이어진 우리의 전통임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충북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발견된 4만 년 전의 돌(Pebble stone)에 눈금자와 함께 여러 개의 홈이 발견되었으며 이들이 별자리일 가능성이 제시되어 우리 별 그림의 역사가 한층 더 오래전부터 이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01. 청주 아득이 고인돌 덮개 홈 ⓒ한국학중앙연구원

02.청주 아득이 유적 돌판에 새겨진 별 그림 ⓒKBS



고구려 고분 벽화, 고유의 별 그림
별 그림 역사가 삼국시대에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고구려 고분 벽화를 보면 알 수 있다. 25기의 고구려 무덤 천장과 벽면에는 해와 달, 별자리, 사신 등 천문과 관련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중 진파리 4호 무덤과 덕화리 2호 무덤에는 동양의 대표적인 28수 별자리가 모두 그려져 있다.

고구려 무덤의 별 그림을 살펴보면 북두칠성을 북쪽에, 남두육성을 남쪽에 그려 넣어 사신 방위에 따라 별자리를 배치한 중국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고구려 벽화에는 별의 크기가 다양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우리 전통 별 그림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다. 한편 고구려 무덤 별 그림과 고인돌 홈 모양 사이에 여러가지 공통점이 알려졌는데 이를 통해 우리 고유의 천문지식과 체계가 청동기시대에서 삼국시대로 이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천문의 흔적
고구려에 이어 고려의 여러 무덤에도 별 그림이 전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안동 서삼동 무덤이다. 이 무덤의 천장에는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둥글게 28수 별자리가 둘러 그려져 있다. 고려 정종과 문종, 신종 등 여러 왕릉에서도 별자리 그림이 발견되고 있어 고인돌 무덤 별 그림이 고구려를 거쳐 고려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조선 태조 4년(1395)에는 우리 전통 천문학의 대표적 유물 중 하나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각석이 제작되었다. 이 천문도는 우리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1,467개의 별을 돌에 새겨 만든 것으로, 고구려의 천문도가 전해져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진 별의 위치를 연구한 결과에서도 1세기(고구려)와 14세기(조선 초기)의 별이 함께 그려져 있음이 밝혀졌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 별은 다양한 크기로 새겨져 있는데, 이는 별의 실제 겉보기 등급을 나타내고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중국의 소주천문도(蘇州天文圖)와 더불어 동양의 전통 별자리를 그린 대표적 석각 천문도로 평가받고 있다.


03. 천상열차분야지도 탁본 ⓒ서울역사박물관

04.함안 말이산 13호분. 무덤 덮개돌 안쪽에 새겨진 별자리 홈. 방수(房宿), 심수(心宿), 미수(尾宿), 기수(箕宿)와 두수(斗宿)의 전통별자리로 1차 동정하였다. ⓒ함안군청



알려지지 않았던 가야의 하늘, 베일 벗다
2018년 아라가야 말이산 13호 무덤 발굴조사를 하던 중 묘실 덮개석 안쪽에서 별자리를 새긴 홈이 확인되었다. 말이산 13호 고분은 1918년 일제강점기에 처음 발굴·조사되었으나 별자리는 이번 발굴 조사에서 새롭게 확인되었다. 경남 함안에 위치한 말이산 고분군은 한반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아라가야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별자리가 발견된 13호분은 말이산 고분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주능선 중앙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5세기 중후반 아라가야의 왕묘(王墓)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야 무덤의 묘실 안에서 별자리 홈이 발견된 것은 말이산 13호분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삼국시대 고구려 무덤 외에 신라와 백제서도 발견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가야 고분에서 별자리 발견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말이산 13호분에서 발견된 홈은 모두 134개이다. 홈은 다양한 크기로 새겨져 있는데 일차적으로 분석한 결과 여름철 고대 별자리를 표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동정된 별자리는 방수(房宿)와 심수(心宿), 미수(尾宿), 기수(箕宿), 두수(斗宿)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현대 별자리로 은하수 주변에 있는 전갈자리와 궁수자리 별자리에 해당한다. 별자리 홈이 새겨진 덮개석은 가로 2.3m, 세로 0.9m의 직사각형 형태로 13개의 덮개석 중 유일한 사암 계열이다. 별자리가 새겨진 면은 평편하게 마연되어 있으며 관찰결과 별자리는 쇠끌 같은 뾰족한 것으로 쳐서 홈의 위치를 표시하고 이를 갈아서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 발견은 한국 고대 별자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함안 아라가야 말이산 13호분에서 발견된 별자리는 한반도 남쪽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역사시대 무덤 별자리이다. 고구려 고분의 별자리와 비슷한 시기의 별 그림이 가야 고분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5세기 한반도에서 천문학의 발전과 교류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고구려 무덤과 함께 남쪽에 위치한 가야의 왕실 고분에서 별자리가 발견된 것은 당시 한반도 전역에서 천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거나 천문교류가 폭넓게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당시 한반도에서 천문이 중요하게 인식되었음을 증명한다.

고구려 무덤 벽화는 크게 압록강 근처의 집안과 평양의 대동강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대동강 지역은 북쪽에서 고인돌이 많이 발견된 곳으로 고대의 천문이 시대를 거쳐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말이산 13호분이 발견된 함안 또한 남한의 고인돌 중에서 별자리 모양의 홈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다. 함안의 고인돌 별자리와 이번에 발견된 가야무덤의 별 그림은 한반도 남쪽 별 그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고구려의 활기차고 웅장했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수준 높은 천문 지식과 활동은 여러 사료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함안에서 발견된 가야 무덤 별 그림은 고구려 무덤의 별 그림이 그려진 시기에 가야에서도 수준 높은 천문학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비슷한 시기 무덤에 별 그림을 남긴 고구려와 가야의 천문학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한반도 남과 북에 번성했던 두 왕조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무덤의 별 그림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두 왕조의 천문교류에 관해서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별 헤는 밤, 별 헤는 문화재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하늘을 향한 호기심을 키워왔다. 단순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움직임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재해를 대비하고, 기상을 알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기구들로 밤하늘을 관측하고 이해했다.


보물 제851호 창경궁 관천대
창경궁 안에 있는 이 천문관측소는 『서운관지(書雲觀志)』에 따르면 조선 숙종 14년(1688)에 만들어졌다. 높이 3m, 가로 2.9m, 세로 2.3m 정도의 화강암 석대(石臺) 위에 전통 천체관측 기기 중 하나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를 이용해 관측했다고 한다. ⓒ문화재청


세종대왕릉에 전시된 간의 모형 간의는 혼천의를 간략하게 만든 천문기기로 행성과 별의 위치 및 시간 그리고 고도와 방위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천체 관측기기이다. ⓒ문화재청


국보 제31호 경주 첨성대 신라 선덕여왕 대에 건립된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높은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재라 할 수 있다.ⓒ문화재청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535호 배상열 혼천의 「선기옥형」 조선시대 천체의 위치와 운행을 관측하던 기구로 혼천의로도 불린다. 기록이 남은 것으로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이천과 장영실 등이 1433년 6월 제작한 것이 최초이다. ⓒ문화재청   자료. 양홍진(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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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