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한신의 최후


<진희>가 거록의 태수로 임명되어 회음후 한신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 회음후가 그의 손을 잡고 좌우를 물리친 뒤에 그와 함께 뜰을 거닐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그대에게는 말할 수 있겠지? 그대와 함께 하고 싶은 말이 있소."

진희가 말했다.

"예, 장군께서는 명령만 하십시오."

회음후 한신이 말했다.

"그대가 가는 곳은 천하의 정예 병사들이 모인 곳이오. 그리고 그대는 폐하께서 신임하는 총신이오. 누군가 그대가 모반하였다고 고하더라도, 폐하께서는 반드시 믿지 않을 것이오. 두 번쯤 그런 밀고가 들어온 다음에야 폐하께서 의심하실테고, 세 번쯤 밀고가 들어온 뒤에야 반드시 노하여 친히 정벌할 것일세. 내가 그대를 위하여 안에서 일어나면, 천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오."

진희는 본래부터 그의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믿고 말했다.

"삼가 가르치심을 받겠습니다."

한 10년에 진희가 과연 모반하였다. 고조가 스스로 장수가 되어 친히 정벌하러 갔다. 한신이 병을 핑계대고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진희에게 사람을 보내어 말했다.

"그저 군사만 일으켜라. 내 여기서 그대를 돕겠다."

한신이 자기 가신과 음모하여 밤중에 거짓 조서를 내려 각 관아의 죄인들과 관노들을 풀어놓고, 이들을 동원하여 여후와 태자를 습격하려고 하였다. 각기 맡을 부서가 정해지자, 진희에게서 올 회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의 사인이 한신에게 죄를 지어, 한신이 그를 가두고 죽이려고 하였다. 그 사인의 아우가 변이 일어났다고 고발하고, 한신이 모반하려는 상황을 여후에게 아뢰었다.

<여후>가 한신을 불려들이려고 하였지만 그가 혹시라도 오지 않을까봐 염려되었다. 그래서 상국 <소하>와 의논하고, 거짓으로 사람을 시켜 고조에게서 온 것처럼 말했다.

"진희가 벌써 사형을 당하였습니다. 여러 제후들과 뭇 신하들이 모두 축하하고 있습니다."

상국 소하도 또한 한신에게 속여 말했다.

"병중이기는 하지만, 억지로라도 들어와서 축하하시오."

한신이 궁 안에 들어가자 여후가 무사를 시켜 그를 포박하여 장락궁 종실에서 목을 베었다. 한신이 죽으면서 말했다.

"내가 괴통의 계책을 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아녀자에게 속았으니 어찌 운명이 아니랴?"

드디어 한신의 삼족을 멸하였다.

<사기 권 92. 회음후 열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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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