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여래입상

5cm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억세게 재수 없을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정반대의 현상이 여기에 있다.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여래입상은 앞으로 넘어졌는데 코가 반듯이 살아있다. 70톤이나 되는 거대한 바위에 불상을 조각했는데 정면으로 넘어져 있다.


코와 지면 사이가 겨우 5cm를 두고 멈춘 것이다. 이것을 사람들은 5cm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이렇다보니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조계종단에서는 이 불상을 원래대로 바로 세우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지금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훨씬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을 복원한다고 바로 세운다면 그 신비감은 사라지고 우리가 많은 것을 기대한 것보다는 못미칠 수도 있다. 문화유산은 잘 보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칫하다보면 복원 중에 훼손이 되거나 거대한 암석을 세워서 오래 지탱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


지금은 비록 얼굴이 땅바닥을 보고 엎어져 있지만 그래도 그 표정은 읽을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뜻이라 여기고 생각하면 쉬운 일이다. 닿을락말락 하는 얼굴이 오묘한 경지에 다다른 것 같이 보인다.


조각한 솜씨도 상당히 세련되어 있다. 오뚝하고 날렵한 콧등선과 꼭 다문 입술, 반쯤 뜬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이다. 귀가 큼직하고 육계도 크게 표현하였다. 신체는 5등신인데 팔이 약간 길어 보인다. 발끝은 양쪽으로 벌린 자세이다. 오른 손은 내려서 허벅지에 붙이고 왼손은 가슴 앞으로 들었다. 편단의 가사는 발목까지 내려왔다. 대좌는 연꽃을 놓았는데 약간 파손이 되었다.


이 불상은 2007년 그 바로 옆에 있는 열암곡 석불좌상의 복원을 위해서 발굴 조사 중 우연히 발견이 되었다. 6.2m나 되는 화강암의 한 면을 이용하여 고부조로 새겨진 불상으로, 불상 높이는 4.8m, 연화대좌가 1m의 비교적 큰 불상이다. 통일신라 8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저작권자 ⓒ 한국역사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태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