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로 남은 조선 레시피 『수운잡방(需雲雜方)』

『수운잡방(需雲雜方)』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

보물로 남은 조선 레시피 『수운잡방(需雲雜方)』

 음식을 조리하는 방법을 적은 ‘레시피’. 일반인들에게 레시피는 그저 조리 방법이지만, 그 음식을 만든 이에게 이는 엄연한 ‘저작물’이다. 그렇다면 그런 방법들을 담은 책이 있다면? 그리고 그 책이 무척 오래되었다면, 말 그대로 ‘보물’일 것이다. 『수운잡방(需雲雜方)』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


보물 『수운잡방(需雲雜方)』 총 114종의 음식 조리와 관련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조리서 중에 가장 먼저 보물 되다

『수운잡방』은 경북 안동의 유학자 김유와 그의 손자 김영이 저술한 한문 필사본 음식조리서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문사설』, 『시의전서』, 『임원십육지』 중 「정조지」, 『군학회등』, 『음식디미방』, 『음식방문니라』, 『반찬등속』 등 다양한 음식 관련 서적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그중에서 보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수운잡방』이 최초이다. 『수운잡방』에서 ‘수운’*은 ‘격조를 지닌 음식 문화’를 뜻하고, ‘잡방’은 ‘여러 가지 방법’을 일컫는다. 곧 풍류를 아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김유가 지은 앞부분에 86항, 김영이 지은 뒷부분에 36항이 수록되어 모두 122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14종의 음식 조리와 관련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항목을 분류하면 주류(酒類) 57종, 식초류 6종, 채소 절임 및 침채(沈菜, 김치류) 14종, 장류(醬類) 9종, 조과(造菓, 과자류) 및 당류(糖類, 사탕류) 5종, 찬물류 6종, 탕류 6종, 두부 1종, 타락(駝酪, 우유) 1종, 면류 2종, 채소와 과일의 파종과 저장법 7종이다. 중국이나 조선의 다른 요리서를 참조한 예도 있지만, ‘오천양법(烏川釀法, 안동 오천 지방의 술 빚는 법)’ 등 조선시대 안동 지역 양반가에서 만든 음식법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 제목의 ‘수운(需雲)’은 『주역(周易)』의 “구름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 ‘수(需), 즉 수괘(需卦)’이니, 군자가 이로써 마시고 먹으며, 잔치를 벌여 즐긴다(雲上于天, 需, 君子以飮食宴樂)”에서 유래한 것으로 연회를 베풀어 즐긴다는 의미


우리 음식문화의 기원을 찾아

『수운잡방』은 조선시대 양반들이 제사를 받드는 문화인 ‘봉제사(奉祭祀)’와 손님을 모시는 문화인 ‘접빈객(接賓客)’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자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의 기원과 역사, 조선 초·중기 음식 관련 용어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의의가 있다. 아울러 저자가 직접 쓴 원고본이고 후대의 전사본(傳寫本, 베낀 글)도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으로서 서지적 가치도 크다. 또한 학술적으로도 안동 예안 지방의 광산 김씨 문중과 주변 지역에서 내려오던 전통적인 음식 조리법을 정리한 책이자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의 기원과 역사, 조선 초·중기 음식 관련 용어 등을 고찰해 볼 수 있다는점에서 가치가 높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복원과 문화의 전승이라는 차원에서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수운잡방』은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 전기 요리서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있다는 점, 그 당시 사람들의 음식문화를 담고 있는 고유의 독창성이 돋보인다는 점, 더 나아가 오늘날 한국인의 음식문화 기원을 찾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지난 8월 24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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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