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연등행렬의 밤

부처님 오신 뜻을 이 땅에” 10만 연등행렬

올해도 10만 개의 등이 서울 종로거리를 물들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간의 관심이 줄어든 데다, 십 수 년 째 큰 변화 없는 진행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불자들이 직접 만든 등을 밝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기리는 연등회(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의 의미만은 퇴색하지 않았다.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을 주제로 내건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는 4월29일 오후 4시30분 서울 동국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어울림마당으로 막을 열었다. 따뜻한 봄햇살 아래 모여든 1만여 명의 사부대중은 흥겨운 노래와 율동으로 하나가 됐다.

연등법회에선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연등법회 참가자들은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 정사가 발표한 기원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영가 모두 극락왕생하고 미수습자 모두가 하루속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발원했다.

연등회의 하이라이트인 연등행렬은 오후 7시 시작됐다. 불교 주요 종단 지도자들을 선두로 학인 스님, 사찰 주지스님과 신도, 신행단체 회원, 이주민 노동자 불자 등이 수개월 간 직접 제작한 각양각색의 등 10만여 개를 들고 거리에 섰다. 동대문을 출발해 조계사에 이르는 3km 행렬 구간에는 가족단위 관람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자리를 잡고 연등행렬을 반겼다.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등도 선보였다. 모바일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만화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의 주인공이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졌다.

지난해에 이어 동국대 학생들의 피켓 시위도 열렸다. 동국대 학생들은 불교계 지도자들이 연등행렬을 시작하는 동대문 앞에서 기습 피켓 시위를 벌이다 연등회 관계자들에 의해 쫓겨났다. 학생들의 피켓에는 ‘논문표절 학생탄압 부처님의 뜻입니까’ ‘우리는 학내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연등회 봉축위원장 자승스님의 개회사에는 “오늘에 대한 성찰과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기꺼이 나눠주는 희생은 내일을 희망하는 모두에게 밝은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편집부 : 기사 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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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