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축제의 원류 강릉단오제

올해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강릉 남대천 일대에서 열린다.

한민족 축제의 원류 강릉단오제


 ‘오, 강릉단오제!’ 6월 달력을 펼쳤더니 붉은 동그라미가 눈에 꽉 찬다. 신년 행사의 첫 삽으로 6월 22일 단옷날 붉은 색연필로 동그라미 몇 개를 그려두었는데, 그날이 바싹 다가온 것이다. 올해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강릉 남대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대천에는 단오장이 펼쳐질 것이고 전국에서 모인 얼굴들로 구석구석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강릉단오제를 찾은 사람들은 단오제단에서 열리는 제례와 무녀들의 화려한 굿이 지역의 평안을 기원하고, 수리마당과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관노가면극이 천년을 이어온 웃음임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몇 걸음마다 마주치는 체험현장과 공연장 곳곳을 돌아보며 함성과 탄성을 터트릴 것이다.


           01.국사성황제: 음력 4월 15일, 대관령 성황사에서 열리는 국사성황제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에게 드릴 술을 담그면서 시작된다. 음력 4월 15일에는 대관령 정상에서 산신제와 국사성황제를 올리고, 국사성황이 강림한 신목을 모시고 내려오는 ‘국사행차’를 한다. 국사성황은 구산서낭당과 구정서낭당에서 제사를 받고 여성황사를 찾는데, 국사성황과 여성황의 만남은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의 기약을 의미한다. 음력 5월 3일 국사성황 부부는 여성황의 친정 경방댁에서 굿 한석을 벌이고, 길놀이를 이끌며 남대천 단오제단으로 이동한다. 제단 한복판에 신목이 자리하면서 하늘엔 불꽃이 수를 놓고 단오제는 절정을 향한다. 단오제단에서 펼쳐지는 유교식 제례와 신명나는 굿판은 마을의 번영과 평안, 풍농·풍어를 위함이다.

강릉단오제는 국사성황 범일국사, 산신 김유신 장군, 여성황 정씨녀 등을 모신다. 국사성황이 주신 격으로, 하늘에서 산정의 단풍나무로 강림하는 천신이다. 국사성황은 강릉 구정면 학산리에서 태어난 사굴산문의 종주 범일국사라고 믿고 있다. 범일국사는 어머니가 우물에 뜬 해를 마시고 잉태하여 13개월 만에 태어났으나 ‘처녀가 아기를 낳았다’고 하여 앞산 학바위에 버려진다. 하지만 학들은 따스한 체온과 붉은 구슬로 아기 범일의 생명을 지키는 전설을 남겼다. 장성한 그는 중국 유학 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굴산사를 창건하여 법문을 열었고, 사후엔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좌정했다. 1603년 허균이 본 강릉단오제의 산신은 신라장군 김유신이었고, 여성황 정씨녀는 단오제 행렬을 바라보다가 국사성황이 보낸 호랑이에게 업혀 와 맺은 인연으로 여성황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릉단오제는 지역 주민과 관람객 모두가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강릉단오제 기간에는 남대천 둔치를 따라 단오문화, 액막이와 관련된 체험공간이 줄지어 서 있다. 그네 뛰기, 씨름, 창포머리 감기, 수리취떡 만들기, 신주 맛보기, 부채 그리기 등을 경험하려는 또 다른 긴 줄도 평행선을 이루며 장관을 이룬다. 인근 공연장에서는 사투리경연대회, 농악경연대회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초청된 국가무형문화재 공연을 볼 수 있으며,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등 유네스코 무형유산목록에 등재된 해외 공연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난장이다. 강릉단오제의 난장은 4백여 곳이 운집하는 대규모 장터이다. 장터를 대표하는 음식, 옷, 기획상품, 품바춤 등의 전국적인 명성은 강릉단오제 난장에서 비롯되고 또 완성된다. 외국인들이 펼쳐놓는 장마당도 해를 거듭하며 증가하더니 이젠 어엿한 강릉단오제 난장의 한식구가 되었다.

     02.신목 모시기: 대관령 정상에서 신이 강림한 신목을 잡고 있는 신목잡이

     03.조전제: 단오제 기간 동안 오전에 관내 기관단체장들이 풍농·풍어를 기원하는 제례를 올린다.

     04.강릉단오굿: 단오제단에 신목을 모신 무녀들이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한다. 대관령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고려사』의 기록에 따라 ‘천년 단오제’를 가장 많이 인용하고 있지만, 사실 오천년 우리 민족사와도 맞닿아 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 ‘예’조에 기록된 “10월이면 하늘에 제사하고 밤낮으로 음주가무를 즐기는데 이름하여 무천이라고 한다. 또, 범을 신으로 삼아 제사한다”라는 문구는 강릉단오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중국 문헌 『토원책부』에서 ‘무천은 고조선의 풍속’이라는 주석이 발견되면서 고조선과 예의 연결고리도 생겼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무천은 10월에 열렸지만 현재 강릉단오제는 5월에 열린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예국의 노파가 냇가에서 주운 박에서 태어난 ‘창해역사’의 신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신화는 장신에 힘이 센 창해역사가 마을을 휘젓는 호랑이를 죽이고, 커다란 종을 옮기며 나중에는 장자방과 함께 진시황을 시해하러 중국까지 간다는 이야기로, 18세기에 홍만종이 채록했다. 여기에서 예국은 강릉을 의미하며, 호랑이의 죽음은 예의 멸망, 종은 불교의 유입 즉, 선진문화를 가진 다른 민족의 진출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곧 신라의 진출과 제천의례를 주도하는 집단의 교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신라는 단옷날 국행제를 지냈다. 때문에 강릉에 입성한 신라인들도 단옷날 대규모의 제사를 지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격변은 강릉의 대표 의례를 10월에서 5월 단옷날로 이동시켰을 개연성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조선 중기, 사라졌던 호랑이가 다시 등장하는 등 강릉단오제는 시대의 변화와 부침을 겪으면서 집권층의 의례에서 지역 공동체 신앙으로 변화하였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어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릉단오제를 신화적으로 풀면 재미가 한 수를 더한다. 단군신화를 보면 호랑이와 곰이 환웅을 찾아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며 방법을 묻는다. 환웅은 마늘을 주고 100일을 견디라고 한다. 동굴에서 도를 닦던 호랑이는 뛰쳐나가고 곰은 남아 웅녀가 된다. 토템을 깊이 보면 고조선보다는 부여와 고구려, 예 등 삼국의 건국과 관련한 복선을 간파할 수 있다. 좀 더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환웅은 고조선 후에 가장 먼저 일어선 부여로 비유할 수 있고, 곰은 고구려를 상징한다. 동굴을 뛰쳐나온 호랑이는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안을 따라 정착하면서 예(동예)라고 불렸다.

이들 삼국은 하늘에 제사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제천의례를 올렸는데 부여는 영고, 고구려는 동맹, 예는 무천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영고는 새해에 일출을 바라보며 북을 두드린 축제였고, 동맹은 동굴에서 신을 모시고 제사했는데 그 신격을 ‘웅녀’로 보고 있다. 서해안 곳곳에 전승되는 곰 관련 신화는 고구려의 왕비 소서노를 따라 남하했던 유민들이 심은 것으로 이해된다. 예의 무천은 천신께 제사하고, 호랑이를 신으로 섬겼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강릉이다.

     05.관노가면극: 무언극으로 화해와 상생을 주제로 공연한다.

     06.사천하평답교놀이: 대보름과 좀상날 강릉지역에 전승되는 놀이지만 강릉단오제에 특별 출연한다.

     07.난장의 외국인: 에콰도르 전통 복장을 한 상인 등 많은 외국인들은 난장의 명물이다.



동양권에는 예부터 홀수의 중첩을 좋게 여긴 기수민속(奇數民俗)이 전승되는데 음양사상이 근본이념이다.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 등으로 단오는 정중앙에 있어 양기 높은 날로 중히 여겼다. 2004년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에 등록할 당시 중국은 ‘문화찬탈’이라며 단오민속 원조론을 내세워 발목을 잡았다. 중국이 원조라고 주장한 단오는 액막이다. 단옷날 액을 막는 향낭을 차고, 난을 삶은 물로 목욕하고, 쑥과 창포로 액을 막는 등 다양하다. 또한 초나라 굴원이 멱라수에 투신하자 물고기가 굴원의 시신을 훼손할까 봐 쭝쯔(연잎에 싼 밥)를 던지고 빨리 구조하기 위해 배로 달려갔다는 용선경주가 주류이다. 굴원은 선(善)으로 양(陽)이고, 물고기는 악(惡)으로 음(陰)이다. 결국 용선경주도 선(양)을 지키려는 즉, 액막이를 기저에 둔 풍속이다.

하지만 강릉단오제는 다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제천의례의 유풍으로 지역의 ‘공동선(善)’을 기원하는 신앙의례이다. 세계관이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결국 강릉단오제는 그 문화적 독창성과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 11월 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등록되었고,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그 다름을 인정했던 중국은 2009년 ‘용선축제’를 중심으로 한 단오문화를 유네스코에 등재했다.  글, 사진. 안광선(강릉문화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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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