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막걸리

술지게미를 체에 거르면 빛깔이 뜨물처럼 뿌옇고 희고 탁하여 탁주(濁酒)또는 탁배기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 술 하면 막걸리다.

전통 술의 하나로 탁주, 농주, 재주, 회주라고도 한다. 삼국시대 이후 전래 된 전통 술로 쌀, 보리, 밀 등을 원료로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후 체로 걸러내어 만든다. 원료에 따라 찹쌀막걸리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뽀얀 빛깔을 띠는 것이 특징이며, 은근한 단맛과 감칠맛, 청량감이 있으며, 맑은 청주를 떠내고(또는 떠내지 않고) 술지게미를 체에 거르면 빛깔이 뜨물처럼 뿌옇고 희고 탁하여 탁주(濁酒)또는 탁배기로 불리기도 하며, 알코올 성분이 적은 6~7도의 술이 된다. 이때 술통에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걸러내면 청주가 된다. 전통적으로는 청주를 걸러 낸 나머지를 다시 체에 걸러 막걸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때 찹쌀이 원료이면 찹쌀막걸리,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밥풀이 담긴 채 뜬 것은 동동주라 한다.



                                         신주(神酒)로도 기능한 막걸리


                                                                                                 김홍도의 점심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농부들의 갈증을 덜어주는 농주(農酒)로 전래 되어 왔으며, 거르는 과정에서 찌꺼기가 남은 술이라고 하여 재주(滓酒), 신맛을 없애기 위해 재를 섞는다고 하여 회주(灰酒)라고도 한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의 막걸리 심부름은 사와라 하지 않고 받아 오라고 한 것이다. 원래 쌀로 빚었던 막걸리가 식량난으로 64년~76년은 밀가루로 주조했었고 쌀은 77년에 다시 등장했다. 막걸리에는 쌀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지역마다 막걸리가 있지만, 맛이 조금씩은 다르다. 알코올 도수 6도 제한도 풀려 14도 이상까지 다양해졌다.

막걸리가 언제부터 음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삼국시대에도 막걸리와 유사한 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의 글에 맛이 텁텁하고 색이 진한 서민용 술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고려시대에도 막걸리를 담가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 때부터 잘 알려진 막걸리인 이화주(梨花酒)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든다고 하여 그렇게 불렀는데, 후에는 아무 때나 막걸리를 만들어서 그 이름도 사라졌다. 추모주(秋牟酒)도 막걸리의 일종이다. 〈조선양조사〉에 중국에서 전래 된 막걸리는 처음 대동강 일대에서 빚기 시작해서 전 국토에 전파되어 민족고유주가 되었다고 씌어 있는데 그 진위는 가리기 어려우나 토속성이 짙은 술임은 분명하다.

막걸리는 통풍치료와 예방, 지방간 제거, 혈관 청소와 요산 수치 저하, 암세포 억제, 만성피로 회복 등 만병통치 식품이라고도 한다. 유산균, 식이섬유가 풍부해 하루 2잔 정도를 흔들어서 마시면 건강에 가장 좋다. 이런 효능으로 한때는 소비가 급증했으나 지금은 소강상태다. 막걸리에는 탄산이 있기 때문에 기름에 지진 전 종류와 함께 먹으면 전의 느끼함을 탄산으로 상쇄시켜주고, 두부김치와 함께 먹으면 곡주인 막걸리에 단백질과 비타민 등의 영양을 보충해주어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고 천상병 시인은 배가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밥이라고 막걸리를 예찬하기도 했다.

2009년 한국의 10대 히트 상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막걸리 소비량이 줄면서 쌀 소비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막걸리 전성시대는 1960년대다. 당시에는 시골 면 단위에도 양조장이 다 있었다. 전국에 4 천개가 넘었다. 더불어 노란 양은 주전자 생산과 유통도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금은 서울 장수막걸리, 포천 이동막걸리를 비롯 전국에 600여개의 양조장이 있다. 여기에서 약 1200여 종의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잣, 꿀, 감귤, 솔잎, 옥수수, 알밤, 더덕, 치즈, 유자, 바나나, 땅콩, 복분자, 인삼, 메밀, 조, 등 막걸리 재료가 다양해서 고유의 맛과 부가 재료의 단맛이 취향에 따른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져 젊은 층에서도 인기가 많아졌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뽑은 전국의 막걸리 품평 순위다. 일반인의 입맛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위, 느린마을 막걸리    2위, 해창 12    3위, 복순도가 막걸리      4위, 이화백주     5위, 화성 생막걸리   

6위, 서울 생막걸리    7위, 국순당 우국    8위, 영탁 막걸리   9위, 골목 막걸리    10위, 일동 막걸리

다음은 애주가들이 뽑은 전국의 유명 10대 막걸리다.

1. 막걸리 계의 아메리카노, 정읍 태인 송명섭 막걸리     2. 추억의 맛,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3. 특유의 향 맛, 해남 해창 막걸리     4. 밥상에 제격인 맛, 신안 암태도 섬 막걸리
5. 달콤하며 고소한 맛, 칠곡 막걸리     6. 연잎 막걸리로 알싸한 맛, 당진 신평 백련 막걸리
7. 솔잎향기의 맛, 단양 소백산 막걸리     8. 전통적인 탁주 맛, 양평 지평 막걸리
9. 박정희의 술맛, 고양 배다리 막걸리     10. 시원함과 달콤한 맛, 인천 옹진 도촌 막걸리

최근 몇 년간의 매출을 보면 지평 막걸리, 해창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순위로 치열한 판매 경쟁을 하고 있다. 서울 장수 막걸리는 서울탁주 제조 협회의 7개 양조장서 생산되며 제조장마다 맛이 다르다. 뚜껑이 흰색은 국내산 쌀, 녹색은 수입산 쌀로 주조한 것이다. 1925년에 세워진 양평의 지평 양조장은 근대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고 3대째 가업승계로 이어져 전국구 유명 지평 막걸리가 되었다.



위 사진은 현존 최고의 양조장은 경북 영양 양조장으로 1920년대에 지어져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다.   국내 최고가 막걸리는 18도짜리 해남의 해창 막걸리로, 주문으로만 생산하며 출고가가 한 병에 15만원이다.  한 병에 15만원인 해창막걸리. 해창 제공


지난 가을 출시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 이 막걸리는 해남의 유기농 찹쌀을 사용했고, 감미료 없이 4번에 걸쳐 발효와 숙성을 진행했습니다. 마케팅을 노리고 나온 제품은 아니고, 양조장에서 자부심을 갖고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어보겠다며 시험 삼아 출시한 막걸리였는데 반응이 예상 외로 폭발적이었습니다. 추석 기간 제품이 완판을 기록했고, 최근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양조장에 직접 찾아가 시음을 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까지 했죠. 이 밖에 한 병에 36만원인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에서 만드는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도 국내 프리미엄 증류주를 상징하는 ‘스테디 셀러’입니다.(서울신문 기사2020. 12. 04)


    비오는 날에는 여전히 막걸리가 많이 팔린다. 전주는 막걸리 거리를 조성, 다양한 안주와 함께 막걸리 상품화에 크게 성공한 경우다.


                                                                                배다리  막걸리 박물관


                                                                                      양평 지평 양조장  



지역마다 막걸리 축제도 많다. 막걸리날도 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가사속에 있는 시월의 마지막 날, 10월 31일이 농식품부에서 정한 막걸리의 날이다.  이미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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