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十二支)

다시 호랑이해가 돌아왔다. 壬寅年 검은 호랑이해에는 호랑이 포효처럼 虎氣(호기)로운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십이지 十二支

우리는 누구나 태어난 해에 따라 해당하는 띠를 가지고 있다. 태어난 시간도 띠가 있고 혼인할 때도 띠를 골라서 하고 집을 지을 때도 방향을 정해 짓고 죽은 뒤에도 띠로서 시간을 정해 땅으로 묻힌다.

띠는 곧 우주를 다스리는 五行의 신하들이라고 보면 된다. 五行이란 3천여 년 전 중국 은나라 시대에 우주를 거느리는 원동력인 木. 火. 土. 金. 水를 가르킨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우주 만물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중국 사람들의 사상이다. 木은 성장을, 火는 변화를, 土는 출생을, 水는 육성을 각각 맡아서 서로 돕기도 하고 또는 해치기도 해서 우주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五行의 근본 이치가 있다. 五行은 아래에 十干이라는 형제들이 있고 十干은 다시 12명의 부하들이 있다. 주인이 되는 十干들은 十二支를 거느리고 해마다 번갈아 가며 우주를 다스린다. 갑자년으로부터 을축년, 병인년 등으로 가다보면 61번째에 다시 갑자년이 돌아온다. 이 해를 환갑이라 해서 크게 잔치를 차린다.

이렇게 해를 다스리는 神일뿐 아니라 달에도 마찬가지로 갑자삭, 을축삭 등으로 달을 다스리고 시간에도 배치되어 시간의 神으로도 통한다. 처음에는 글자로만 나타나던 十二支는 모두 짐승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서 십이지생초 또는 십이지신상이라고 한다. 그 후로는 주인 격인 十干(십간)보다 십이지가 더욱 친근감을, 갖게 되고 시간을 다스리는 외에 방위까지 지키는 神으로 숭앙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왕릉이나 탑 둘레에도 십이지를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2000년 전 한나라 때부터 글자로 표시되던 십이지가 당나라 중기부터는 사람의 몸에 짐승의 얼굴을 한 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삼국통일 이후에 들어왔다.

십이지의 고향은 인도라고 본다. 인도에서는 수미 세계를 지키는 열두 짐승이 있었다고 한다. 그 수미산 주위에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굴이 있는데, 동쪽의 파리산굴에는 사자, 토끼, 용이 있고, 서쪽의 백은산굴에는 개, 닭, 원숭이가 있고, 남쪽 유리산굴에는 양, 말, 뱀이 있고, 북쪽에 황금산굴에는 돼지, 쥐, 소가 지킨다고 한다. 그중에서 쥐, 범, 용, 원숭이, 개는 발가락이 다섯이고 말은 통굽이라서 陽(홀수)이 되고, 소, 양, 돼지는 쪽발이고 뱀은 혓바닥이 두 갈래이고 닭은 발가락이 넷이고 토끼는 두 귀가 특징이라서 陰(짝수)에 해당한다.

다시 호랑이해가 돌아왔다. 壬寅年 검은 호랑이해에는 호랑이 포효처럼 虎氣(호기)로운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12지신이 새겨진 가장 오래된 유적은 김유신이 창건한 경주 원원사지의 석탑이다. 석탑 기단부에 연화좌 위에 좌상으로 곱게 모셔져 있다. 어깨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듯 천의를 두르고 있다. 신라왕릉과 김유신장군묘에도 12지신이 조각되어 있다. 김유신묘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한 것은 어느 방향 어느 시간에 쳐들어오는 적군도 물리친다는 호국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경주 남산에는 많은 석불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석불이 약사여래이다. 경덕왕 14년에는 분황사에 30만 6천근의 청동으로 약사대불을 조성 봉안하였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신라 때 약사경을 수지독송한 사람이 바로 김유신 장군이다. 그는 약사회를 조직하여 함께 약사경을 독경하는 모임을 이끄는 법사 역할도 하였다.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을 줄여서 약사경이라 부른다. 약사여래가 보살도를 닦을 때 중생들을 재난과 질병에서 구제하고 누구나 진리의 빛 속에서 살게 하겠다는 12가지 대원을 세웠다. 김유신묘에 12지신이 조각된 것은 그가 생전에 수지 독송한 약사경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지리산 화엄사 각황전 아래 오층석탑이 있다. 석탑 기단부에도 12지신이 새겨져 있다. 그 위에 팔부신중이 새겨지고 한단 위에 사천왕이 새겨져 있다.

경주 원원사지 석탑(보물)에 새겨진 12지신이다.
원원사지 석탑은 기단 면석에 십이지신상이, 1층 몸돌에는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고 상륜부는 노반과 양화만 남아 있으며 통일신라 8세기 중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밀교를 계승한 안혜, 남융 등이 김유신, 김의원, 김술종과 뜻을 모아 창건한 호국사찰로 기록되어있다.



지리산 화엄사 오층석탑(국보)에 새겨진 12지신상이다.
2단의 기단(基壇) 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 각 면에는 안상(眼象) 속에 12지신상(十二支神像)을 방향에 따라 배치하였고, 윗층 기단은 각 면 모서리와 가운데에 기둥 모양을 본떠 새겼으며, 나뉜 두 면에는 8부신중(八部神衆)을 조각하였다. 탑신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하나의 돌이며 몸돌에는 각 층 모서리에도 기둥 모양을 본떠 새겨 두었다. 1층 몸돌 4면에는 4천왕상(四天王像)을 조각 배치하였다.


김유신장군묘(흥무대왕릉 사적)에 새겨진 12지신상이다.
묘는 30m에 달하는 큰 원형인데, 둘레에는 24장의 호석과 돌난간을 둘렀고 호석과 돌난간 사이의 바닥에는 돌을 깔았다. 호석은 12지신상이 새겨져 있는데, 대개의 경우 능을 지키는 수호신으로는 갑옷을 입은 조각들이 새겨져 있으나, 이 묘의 12지신상은 평복을 입고 무기를 들었다. 몸체는 정면을 보고 서 있으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주시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며 무장을 하지 않아 매우 온화해 보인다. 경주 왕릉에는 몇 군데 지신상(支神像) 조각이 보이나 조각의 우수함이나 상의 거대함에 있어 이 묘를 따를 수 없다.  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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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