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맑은 추어탕

청도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민물고기를 함께 넣어 맑게 끓여낸 경상북도 청도군의 향토 음식이다.

미꾸라지와 민물생선의 컬래버레이션, 청도 추어탕

청도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민물고기를 함께 넣어 맑게 끓여낸 경상북도 청도군의 향토 음식이다. 청도에는 미꾸라지보다 민물고기가 풍부한데, 이 때문에 청도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민물고기를 섞어 맑게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인 서울식, 뼈까지 갈아넣는 남원식 추어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경부선 청도역(淸道驛)에서 내리면 역 주변에 추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밀집해 있어 단번에 추어탕이 경상북도 청도군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청도 추어탕의 역사는 1963년으로부터 비롯된다. 청도역 인근에서 의성식당을 운영하는 김말두 할머니가 추어탕을 팔기 시작한 이래 추어탕 집이 늘기 시작해 지금은 역 주변에 추어탕 거리가 형성되었다.
청도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민물고기를 섞어서 맑게 끓여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산 좋고 물이 맑아 지명조차 맑을 청(淸)자를 쓰는 청도군의 청도천과 동창천, 운문천에는 미꾸라지보다 민물고기가 더 풍부하다. 미꾸라지는 주로 논두렁이나 도랑 및 수로 등 진흙 바닥이 있고 물의 흐름이 적은 곳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는 아주 적다. 상대적으로 미꾸라지가 적은 청도에서는 청도의 청정하천에서 많이 잡히는 꺽지와 메기, 동사리, 빠가사리 등 민물고기를 섞어 추어탕을 끓여낸 것이다.
이렇게 민물고기를 넣어 끓인 추어탕은 타 지역의 추어탕에 비해 국물이 맑고 시원해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저절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청도 특유의 ‘민물고기 추어탕’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인 서울식, 매운탕에 가까운 원주식, 미꾸라지를 뼈까지 갈아서 끓여내는 남원식 추어탕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미꾸라지 식용의 역사는 비교적 오래되었다. 미꾸라지를 언급한 최초의 기록은 1123년(인종1) 북송(北宋)의 사신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인데, “고려 풍속에 양과 돼지는 왕궁이나 귀인이 아니면 먹지 못하며, 가난한 백성은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라고 하여 해산물의 하나로 미꾸라지를 기록하고 있다.


추어탕에 대해 언급한 최초의 문헌은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이다. ‘추두부탕(鰍豆腐湯)’이란 이름으로 조리법과 함께 “이 탕은 서울에서 성균관에 속한 반인(泮人)들 사이에 성행하는 음식으로 독특한 맛을 즐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19세기 중엽의 추어탕은 중하류 계층의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솥에 물을 붓고 두부 몇 모와 미꾸라지를 넣어 불을 때면 미꾸라지는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모습이 점잖은 양반계층으로서는 꺼리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런 탓인지 글자를 아는 양반이나 반가의 부인들이 주로 기록한 전통 조리서에는 미꾸라지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미꾸라지의 효능에 대해서는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배를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돋우어 준다. 술에 취한 것을 깨도록 하며 소갈을 풀어준다”라고 전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미꾸라지는 성질이 따듯하며 단맛이 나고 독이 없다. 속을 보하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미꾸라지의 한자어 추(鰍)는 ‘고기 魚’와 ‘가을 秋’가 합성된 글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꾸라지는 음력 7월부터 8월까지가 제철로, 이때 먹는 추어탕은 여름철 무더위와 고된 농사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풍부한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을 공급원이 되었을 것이다.


미꾸라지를 넣고 끓이지 않는데도 추어탕이라고 하는 것에 의아심이 든다면 경상도 지방에서 '추어탕'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쓰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 아닌 다른 생선을 넣고 끓인 탕도 추어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미꾸라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의성식당의 김말두 할머니도 그의 고향인 경상북도 의성군에서는 민물 잡어탕을 추어탕으로 불렀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고등어 추어탕’이라는 향토 음식이 전하는데, 고등어를 추어탕의 조리법으로 끓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러므로 민물고기만을 사용하든 미꾸라지와 섞어서 사용하든 모두 청도 '추어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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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