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아침에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으면 마치 몸과 마음이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생동감이 전해진다.
돌의 시간, 하늘에 닿은 무등산의 정기
새해 맞이로 모처럼 가볼 만한 곳을 고르는 데 빠질 수 없는 곳은 일출 명소다. 저마다 열심히 살아온 한 해를 아쉽게 떠나 보내고 떠오르는 첫 해를 맞이하는 일은 매년 반복되지만, 늘 새롭고 가슴 벅차다. 새해 첫 아침에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으면 마치 몸과 마음이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생동감이 전해진다. 특히 병오년 붉은 말의 역동적인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그럴 때 가볼 만한 산이 있다. 바로 무등산이다.

00.사찰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무등산 규봉 풍경
18세기 이후 진경산수화의 유행과 함께 명승과 경관을 경험하는 산수 취미가 발달했다. 그 시기 해돋이는 화가들의 단골 주제였다. 관동팔경 중 낙산사의 일출을 담은 〈낙산사도(洛山寺圖)〉, 서울 남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그린 〈목멱조돈도(木覓朝暾圖)〉도 유명한 일출을 소재로 택했다. 연암 박지원은 일출 명소인 통천의 총석정을 찾아 해돋이를 기다리며 잠을 설치기도 했다. 어둠을 뚫고 솟은 태양을 목격한 연암은 그 장엄함을 시로 남겼으니, 그것이 바로 「총석정관일출(叢石亭觀日出)」이다. 자연이 만든 병풍 같은 기둥은 일출 명소로 자주 등장하는데, 광주의 천연기념물 무등산 주상절리대도 총석정처럼 그 웅대한 돌기둥과 함께 호남 최고의 일출 명소로 손꼽힌다.
주상절리란 현무암질 용암류 같은 분출암이나 관입암에 발달하는 기둥 모양으로 평행한 암석에 갈라진 면을 지칭한다. 이는 마그마나 용암이 냉각되는 도중 수축되어 생긴 것으로 횡단면은 다각형으로 돌기둥 형태를 지닌다. 입석대, 서석대, 규봉에 걸쳐 분포하는 거대한 이들 돌기둥은 수직으로 솟아오른 형태와 동서로 길게 뻗은 병풍 모양으로 빼어난 지질 경관을 선사한다.
01.명승 무등산 규봉 주상절리와 지공너덜 Ⓒ국가유산포털 02.천연기념물 무등산 주상절리대 Ⓒ국가유산포털
조선후기 실학자 성해응은 무등산(옛 서석산)을 유람하고 그 산수 경관을 『동국산수기』에 생생하게 기록했다. 서석산 입석암에 이르면 16개의 봉우리가 빙 둘러쳐 있는데 사방이 모두 깎여서 갈아 빛나는 모양이 먹줄로 튕긴 것과 같다고 묘사하였으니, 이는 지금까지도 이곳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에서 염불암까지 이르는 길 동쪽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지공너덜’이라 부르는데, 이는 주상절리가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깨어져 능선을 따라 모인 산물이다. ‘너덜’은 암석이 무너진 것이 산비탈을 덮은 현상을 일컫는 말로, 일종의 돌바다라 할 수 있다. 바윗덩이가 제각각 굴러떨어져 있으면서도 사이사이에 자라난 식생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지공너덜은 산의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약 3km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가운데는 움푹 패어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옛날 한 나무꾼이 실수로 떨어뜨린 도끼 소리가 오랜 시간 지나고서야 멈추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지공너덜이라는 이름은 인도에서 온 승려 지공대사가 이곳에 석실을 만들고 좌선 수도하며, 신비로운 능력으로 무수한 돌을 깔았다는 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봉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거대한 돌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사이로 울창하게 자라난 숲과 규봉암이 조화로운 경관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고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규봉의 열 개 대(臺)에 각각 이름을 붙였고, 그 당시 선비들은 이곳의 아름다움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빚은 이 장관을 명승 무등산 규봉 주상절리와 지공너덜로 부른다.
무등산에 서서히 해가 떠오르면 이곳의 땅과 돌이 간직한 신비가 드러나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유서 깊은 바위가 세월 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가 비로소 살아나듯 지상에 웅크리고 있던 신성함이 하늘을 향해 기개를 펼친다. 돌기둥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난다. 번암 채제공은 “하늘이 내려준 명승은 사람이 거기에 가지 않으면 명승 스스로 나타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일출 명소인 무등산의 돌기둥은 예부터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닿고 수없이 많은 소원이 모여 오늘날의 자연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처, 전다슬 ((재)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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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