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고유문화를 지켜내지 못하면 지역공동체도 소멸한다는 티베트의 교훈

티베트는 도시개발과 관광편익 위주의 변화로 인해 고유문화를 잃어가고 있다. 지역공동체가 전통문화를 지키지 못하면 결국 자연유산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아픈 교훈을 전하고 있다.

지역의 고유문화를 지켜내지 못하면 지역공동체도 소멸한다는 티베르의 교훈

티베트는 중국 서남지역에 위치하는 자치구로 중국 전체면적의 1/8이나 되는 국토면적을 갖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를 그린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에서 보여지듯 극한의 자연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이 끈질긴 신념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곳이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에 일생에 한 번은 티베트를 경험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는다. 하지만 요즘 티베트는 도시개발과 관광편익 위주의 변화로 인해 고유문화를 잃어가고 있다. 지역공동체가 전통문화를 지키지 못하면 결국 자연유산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아픈 교훈을 전하고 있다.


            01.중국 티베트 지역 암드록쵸(羊卓雍錯) 호수 전경

장족문화, 달라이라마, 붉은 망토를 두른 코흘리개 어린 승려들, 오체투지의 대장정은 티베트 문화의 중심이자 상징과도 같다. 각 계곡마다 말이 다르다 할 정도로 방언도 다양하고 문맹률은 인구의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티베트를 둘러싼 오지의 환경이 말해주듯 이곳은 그동안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티베트의 현재 모습은 우리의 그런 상상의 장막들을 한순간에 걷어젖힌다. 대부분 젊은이는 전통의복을 입지 않는다. 간혹 전통의복을 입은 사람도 집에서 직접 염색하거나 제작한 것이 아닌 개량된 전통의복을 입고 있다. 전통의복은 인기 관광상품으로 변형되었으며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었다. 영어로 된 글로벌 브랜드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저렴한 옷들은 시장에서 넘쳐나고 있다. 위생환경도 개선되다 보니 오랫동안 씻지 않아 머리가 떡이 된 사람도 이제는 보기 어렵다. 환경개선을 이유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보존보다는 개발이 우선시되면서 과거의 전통문화가 소멸되어가고 있다. 현대화가 전통문화 말살의 요인이 된 것이다.

           02.빙천(冰川)지역 오색 타르초 전경


무엇보다 큰 변화는 고난의 길을 상징하던 승려들의 삶이 윤택해졌다는 점이다. 승려가 소유하고 있던 땅이 개발로 인해 지가가 급상승하고 승려들의 수행 프로그램이 보여주기 식 관광상품에 편입되었다. 승려들이 수행에 보수를 받고 참여하다 보니 기존 승려의 자기 수행시간은 줄어들고 간소화되었다. 스님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들이 주도했던 행사도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일정에 맞추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티베트는 원래 승려 중심의 지역공동체가 계승되어온 곳이다. 승려가 마을의 지도자로서 지역공동체의 중심역할을 하면서 마을주민들의 재택수련을 돌보았고 전통문화와 종교적 풍습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마을에서 승려의 역할이 줄어든 것이다. 도시개발과 관광수입이 늘어나면서 우후죽순으로 인위적인 전통마을이 조성되었고 체험마을들이 전통마을과 혼동되는 심각한 현상이 야기되었다. 그나마 소수의 지역공동체가 이끄는 전통마을은 더욱 낙후되고 오래된 전통가옥들은 정부의 복구지원에서 제외되어 소실되면서 고유문화를 잃어버리게 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03.전통마을에서 소멸되어가는 룽다(風馬旗)와 타르초(經典旗) 풍습 현황

           04.대조사(大昭寺 죠캉사원: 1300여 년의 역사를 지님, 오체투지의 종착지)


서방 중심 NGO 단체의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영향도 만만치 않다. 티베트의 문맹자들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위주로 교육함으로써 고유언어가 점차 사라지게 될 위기에 놓였다. 그곳의 관광 가이드들은 영어를 위주로 해설하며 티베트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도시의 가로 체계는 관광편익 위주의 순환도로가 생겨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도시가 상징하던 물리적 위계도 그 형태를 잃었다. 과거에는 수림을 그대로 보존했던 정원들은 화훼류 위주의 붉고 노란 장식적 화단으로 변형되어 과거 건축물과 조화되던 수행공간의 상징성은 이미 보기 힘들어졌다. 도시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중요 사찰들의 부재는 재료의 변화를 겪었고 전통공간을 구성하던 요소의 형태도 변형되었다. 기도와 염원을 담아 불경을 새겨 달아 놓은 오색천의 타루초도 강한 태풍이 불었을 때 수목과 야생동물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철거되고 이제는 달지 않는다.

            05.라포림사(羅布林寺: 달라이 라마의 여름 궁전) 공간 훼손 현황


티베트의 안타까운 변화를 지켜보면서 자연유산과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차원에서 큰 교훈을 깨닫게 된다. 국제사회는 자연유산을 지키기 위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과 그 역할을 주장해 왔지만 지역공동체의 주체가 지켜 왔던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문화를 지키지 못한 사례의 결과를 보게 된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도 굳건했던 티베트의 정체성이 우리가 알지 못한 사이에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티베트의 경우 지역공동체의 역할보다는 외부의 NGO 단체 주도로 변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공동체가 전통문화를 고수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면 결국 자연유산은 그 가치를 잃어버려 지역공동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사진. 신현실(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우석대학교 부설 정원고고학연구소장, 교수) 자료. 천연기념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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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