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13

안동 간고등어길

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 13

안동 간고등어길

경상북도 안동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 자리한다. 안동을 비롯해 그 남쪽으로 이어지는 낙동강변은 동쪽과 서쪽이 산줄기로 둘러싸여, 여름철에는 매우 더운 지방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에 가장 더운 도시로 알려진 대구광역시도 안동과 같은 지리적 여건을 가진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해산물을 먹어 왔는데,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여름철에 온도가 높은 안동지방은 해산물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도 문제였다. 여름철에 생선이 금방 상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는 염장법이었다.

안동지방은 선비들이 많이 살던 유림의 고장이었으며, 그들은 고급 반찬으로 고등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바다에서 멀고 여름철에는 덥기 때문에 간이 되지 않은 통고등어보다는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를 더 자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안동지방에서는 특히 고등어에 염장법을 적용해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소금으로 간을 한 간고등어가 유명하다. 경상도 동해안에서 고등어가 잡혔다는 기록은 조선 초기인 1530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부터 확인된다.


동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안동까지 가져오는 길은 험한 육로를 이용하는 산길이었다. 울진에서 넘어오는 고등어는 험준한 고갯길을 넘어 보부상들이 운반했으며, 영덕 강구항에서 넘어오는 고등어는 산세가 덜 험해 소가 끄는 달구지에 싣고 이동했다. 울진에서 넘어오는 산길은 보부상들이 주로 다녔던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로 이어지는 12개의 고개를 통칭하여 십이령(十二嶺)이라고 하는데, 전국에서 옛길이 잘 보전되어있는, 거의 유일한 옛길이다. 십이령길을 넘으면 봉화로 들어선다. 보부상들이 십이령을 넘어 봉화장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3일이 걸린다. 울진의 흥부에서 출발한 보부상은 바릿재에 오르기 직전에 있는 두천리에서 일단 하루를 머물다 넘는다.


                     안동 하회마을을 비롯한 이 지방 제사에는 안동 간고등어가 필수로 올라간다


                        가운데가 간잽이 이동삼 명인 (사진 안동 간고등어 제공)


                                                      내성행상불망비(乃城行商不忘碑)


                                                                                     주막터


두천1리에서 바릿재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보부상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재인 철로 만든 비석이 있다. 내성행상불망비(乃城行商不忘碑)다. 이 비는 1890년경 보부상들이 접장(우두머리) 정한조와 반수(계산을 대신 해주던 사람) 권재만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철(鐵)로 만들어진 이 비(碑)는 당시 울진지역 상품의 유통경로와 장시(場市)의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옛길은 내성행상불망비에서 바릿재, 샛재, 너삼밭재, 너불한재로 이어진다. 이 중 샛재는 동서를 횡으로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현재 이 구간은 국도 34호선이 지나고 있다.

옛길에는 보부상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예전 주막이 있던 터에는 가마솥이 딩굴고 있으며, 감나무, 신나무, 뽕나무 등이 자라고 있으며, 석축(石築)이 남아 있다. 주막은 1950년 6. 25전쟁 이전까지 활발히 운영되다 보부상들의 활동이 끊어지면서 없어졌다고 한다. 이후 이곳에 화전민이 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한다. 옛길 중간중간에는 무사 안녕과 소원성취를 기원하기 위해 보부상들이 직접 만든 성황당이 남아 있다. 그중 샛재는 그 형태가 가장 잘 보전되어있다.



영덕 강구항에서 소달구지에 실려 오던 고등어는 안동까지 남은 거리가 10리 정도에 이르면, 고등어에 소금을 뿌리는 간잽이가 고등어의 배를 갈라 왕소금을 뿌렸다. 소금을 머금은 고등어는 안동까지 오는 동안 햇볕을 받아 자연적인 숙성 과정을 거쳤고 비포장도로에서 달구지가 움직이면서 고등어에 남아 있던 물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강구항에서는 생물이었던 고등어가 달구지에 실려 안동에 도착하게 되면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간이 잘 밴 간고등어로 변하였다고 한다. 일설에는 강구항에서 안동장터까지의 거리가 약 200리에 달했기 때문에, 강구항의 고등어를 육로를 따라 운반하려면 최소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고등어가 쉽게 상하기 때문에, 강구항에서부터 이미 고등어에 염장해서 안동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선시대 9개대로와 명승지정 예고 옛길


마을과 마을을 이은 길은 서로 소통하게 하고, 양쪽 지역의 경제를 모두 활발하게 만들었다. 또한 무수히 많이 자리 잡은 작은 마을들을 잇느라 거미줄처럼 복잡했지만, 야생동물과 숲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죽령옛길, 구룡령 옛길, 문경새재 옛길, 하늘재 옛길, 대관령 옛길, 등을 명승으로 2007년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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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