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물살을 견뎌온 진천 농다리

천년을 지켜가야 할 귀중한 문화재다.

천년의 물살을 견뎌온 진천 농다리

농다리(진천농교鎭川籠橋)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천년을 이어온 농다리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의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놓여 있는 독특한 모습의 다리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사력 암질의 붉은 돌을 쌓아서 만들어진 규모도 크고 축조술도 특이한 긴 돌다리다. 멀리서 보면 다리가 아니라 마치 돌을 쌓아논 것처럼 보인다. 교각을 세우고 반듯하게 돌을 깎아 만든 다리가 아니라 돌을 원래의 모양 그대로 다듬지 않고 은 투박한 때문이다. 겉모습은 듬성듬성 구멍도 뚫리고 발로 밟으면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큰 돌을 쌓고 그사이엔 작은 돌을 끼워 넣었다.




이 투박한 돌다리가놀랍게도 천년세월의 물살을 견뎌온 농다리다. 농다리의 농자는 해석이 분분하다. 물건을 넣어지고 다니는 도구의 농(篝)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혹은 고려 시대 임연 장군이 용마(龍馬)를 써서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에서 용자가 와전되어 농이 됐다고도 한다. 다리를 구성한 돌들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모두 사력암질의 붉은색 돌을 사용했는데 깎거나 다듬지 않았다. 얼기설기 얹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강한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는 과학적 원리와 함께 철학적 뜻까지 담고 있다.

문헌(조선환여승람(朝鮮環與勝覽)의 기록에 따르면 농다리는 "고려 초 임장군이, 자석배음양, 즉 음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붉은 돌로써 음양을 배치하여 하늘의 기본 별자리인 28숙(宿)을 응용해 28칸으로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장마 때면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든 수월교(水越橋) 형태로 만들어 오랜 세월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10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농다리는 1976년 12월 21일 충청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었으며, 작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지네가 기어가는 듯 구불거리는 모양으로 생긴 다리는 빠른 물살에 견디기 위한 구조다. 또한 교각 역할을 하는 기둥들은 타원형으로 만들어져 물살을 피하고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어눌하게 생긴 돌다리가 천년을 이어온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는것같다.

다리 길이 93.6m, 폭 3.6m, 교각 1.2m 정도이며, 교각 사이의 내폭은 80cm 정도다. 교각 위의 상판은 길이 170cm, 폭 80cm, 두께 20cm의 돌 1개가 얹은 것도 있고, 또는 길이 130cm, 너비 60cm, 두께 16cm의 돌 2개를 얹어놓은 것도 있다. 돌들 사이의 접착을 위해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은 구조물인데도 무척 견고하여 장마가 져도 유실됨이 없이 천년세월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돌들은 강바닥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데 이를 통해 서로 맞물려 하천의 빠른 물살을 견딜 수 있다. 옛날에는 어른도 서서 다리 밑을 통과할 만큼 높았다고 하나 지금은 하천 바닥이 많이 높아져 원래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돌들은 자성을 띠어 현대까지 비교적 잘 유지되어오고 있다. 원래 28칸의 교각으로 되어 있었으나 세월이 지나며 교각이 일부 유실돼 24칸이 남아 있던 것을 2008년 복원하여 2022년 현재 28칸으로 보존되고 있다. 천년 이상을 지켜가야 할 귀중한 문화재다.

2000년부터 해마다 농다리 축제도 열렸다. 농다리를 알리기 위해 전시관도 만들었고 다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 농암정도 만들어졌다. 살아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 건너갔고 죽어서는 꽃상여에 실려 건너가는 사람과 공존하는 다리, 바로 진천 농다리에 봄이 오고 있다. 여유로운 운치, 멋진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진천 초롱길을 돌아보자. 한쪽은 가파른 산이요, 한쪽은 봄바람과 은빛 으로 살랑되는 물살을 감상해 볼 수 있는 초평호의 바람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들이 농다리와 초평호를 잇는 둘레길의 친구들이다.

정자, 산책로, 초평저수지까지 연결된 수변데크 등이 조성되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신비로운 하늘다리, 모양과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져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뽑혔으며, 행정자치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최한 제1회 살기 좋은지역만들기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우수 지역자원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모래시계, 밥이 되어라 등의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였으며, 주변에 볼만한 곳도 많다.



                                                         초평지와 하늘다리


                                                          성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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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