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기자, 개신교 목사의 삭발…“종교인 과세 특혜 규탄한다” |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왼쪽)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를 맡고 있는 류상태 목사가 22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종교권력의 시녀가 된 기획재정부를 규탄한다”며 삭발을 감행했다. |
불교계 기자와 개신교 목사가 정부의 종교인 과세 특혜를 비판하며 삭발에 나섰다.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를 맡고 있는 류상태 목사는 22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종교권력의 시녀가 된 기획재정부를 규탄한다”며 삭발을 감행했다.
언론문제가 아닌 일반 사회쟁점에 기자가 직접 ‘삭발’ 등의 행동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삭발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개신교계의 문제가 부자목사의 세습이라면 불교계의 문제는 승려들의 각종 일탈에 있다. 두 가지 문제의 공통점은 그 원인이 돈이라는데 있다”면서 “결국 종교 청정성을 위해서는 재정투명화가 관건이다. 그 시작은 제대로 된 종교인 과세에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종교인 과세의 알맹이는 빼고 껍데기만 취하려는 것은 종교가 본연의 역할을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라며 “누구보다 불교계 현실을 잘 아는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불교가 되는데 한발짝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나섰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한국 교회의 배타성을 지적하다 쫓겨난 목사’라고 소개한 류상태 목사는 “성경에는 종교인들이 예수님을 찾아와 세금에 대해 묻는 장면이 있다. 예수님은 ‘세금은 국가에 내고 하나님에 대한 도리도 다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면서 “예수님도 내라 하신 세금을 목사 자기들이 뭐라고 안내려 하는가”라고 성토했다.
류 목사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목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진짜 섬기는 것이 예수인가 아니면 돈인가”라고 되물은 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면 납세의 의무를 지키기 바란다. 목사가 되기 전에 양심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류 목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삭발을 진행하는 동안 불력회 회원들이 옆에서 종교인 과세 공평 시행을 촉구하는 108배 절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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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을 진행하는 동안 불력회 회원들이 옆에서 종교인 과세 공평 시행을 촉구하는 108배 절을 하기도 했다. |
이날 종교투명성감시센터 준비위원회와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21일 입법예고한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은 종교인 과세 특혜를 시정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면세혜택을 누리던 일부 종교인들의 쥐꼬리만 한 납세거부협박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성실 납세하던 일반 국민들의 분노에 찬 납세저항을 두려워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악을 철회하고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며 △종교인에 대한 근로소득과세 일괄 실시 △종교인 기타 소득 신고 시 근로장려세제 지원 폐기 △소득세법 시행령 추진 경과에 대한 감사 시행 △기성 종교계와의 담합 의혹 해명 등을 촉구했다.
종교인 과세 특혜를 지적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연말까지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계획이다. 종교투명성감시센터 준비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집중 세무사는 “종교인 과세 시행령이 통과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법안이 처음 만들어질 때 당시 정부와 종교계의 뒷거래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진 이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다”면서 “기획재정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청와대 청원 및 헌법소원 등을 통해 특혜 없는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12월 1일부터 ‘종교인과세법 폐지! 근로소득세 과세! 공평과세 실현!’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다. 현재(12월 22일 오후 12시 기준)까지 1,374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관련 링크주소: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5909?navigation=pet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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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만 불교닷컴 대표(왼쪽)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류상태 목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