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어린이법회 여는 비구니스님들

영국서 어린이법회 여는 비구니스님들


정유년을 맞는 설날인 1월 28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절을 찾아 스님에게 세배를 하고 함께 만두 빚기와 윷놀이를 한다. 여느 사찰의 풍경 같지만 이곳은 영국 뉴몰든 한인타운의 로터스마인드템플.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이 매주 일요일 어린이법회를 이어가는 곳이다.
비구니 스님들이 영국에서 어린이법회를 열기 시작한지 이제 두 달 남짓. 법회를 이끌고 있는 법전스님은 조계종 국제불교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턴대학 석사과정에서 불교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공부만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스님은 한 어린이를 만나고 오래 전 세웠던 해외포교의 원력을 펼치기로 했다.
“길을 걸어가다 어떤 한인 아이가 절 보더니 엄마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걸 들었습니다. 아마 영국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스님을 처음 보는 듯 했습니다. 영국에서 어린이ㆍ청소년 포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린이법회를 열기로 마음먹자 가장 먼저 공간이 문제였다. 여러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거실이 큰 집을 얻다 보니 자연히 월세가 비쌌다. 법회 자료를 얻기도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사단법인 동련이 발간하는 ‘연꽃지’를 활용했는데, 영국에서는 이를 받아보기 어려웠다. 다행히 도반스님들이 ‘연꽃지’와 여러 어린이법회 자료를 보내줬다.

 

 ▲ 법전스님과 종성스님, 자윤스님은 지난해 11월부터 영국 뉴몰던 한인타운에서 어린이법회를 열고 있다. 사진=법전스님.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20일 로터스마인드 어린이법회를 창립했다. 법회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명상과 다도, 요가, 전래놀이, 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지도법사인 법전스님 외에도 종성스님과 자윤스님이 법회에 힘을 보태고 있다.

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한국말이 서툰데다 좌식생활도 익숙치 않지만 스님들과 즐겁게 놀면서 한국의 문화를 조금씩 접하고 있다. 절하는 법과 요가, 명상은 물론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발우공양 하는 법도 배웠다.
이번 설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절을 찾은 부모들이 떡국도 먹고 윷놀이도 하며 오랜만에 설 정취를 느끼기도 했다. 종성스님은 “먼 이국땅에서 설을 맞아 다 같이 만두도 빚고 윷놀이도 했다”며 “만두 속 준비하랴 선물 포장하랴 준비는 조금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즐겁게 참여해주셔서 따뜻한 설을 보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어린이법회지만 몇 달 후면 이사를 가야 한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법전스님은 “영국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어린이법회를 열고 싶은데 공간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어려운 살림이지만 아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밝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법회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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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