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스님의 ‘한국불교’ 비판…엇갈린 반응
- 자현스님 “낮은 곳 경험하지 못한 투정” vs 교계 단체들 “개선의 계기 되어야”
한국불교와 조계종에 대한 현각스님의 날선 비판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다양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SNS와 댓글 등을 통해 조계종의 자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 ‘현각스님의 몰이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또 그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는 등 현각스님으로 부터 시작된 이번 사태가 오늘날 한국불교에 화두를 던지는 모양새다.
중앙승가대 교수이자 월정사 교무국장인 자현스님은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본인의 페이스북과 교계 언론 등을 통해 현각스님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현각스님의 문제제기가 한국불교에 경종을 울릴 날선 비판이 아닌, 낮은 곳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의 투정이라는 지적이다.
“나도 조계종에 비판적인 사람”이라고 전제한 자현스님은 현각스님이 한국불교의 문제점으로 꼽은 유교문화(관련기사: "기복불교 되어버린 조계종 떠나겠다")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현각스님이 지적한) 한국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이 현각이라는 오방한 이방인을 만들었다”면서 “1998년,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와 ‘하버드라는 학력’이 당시로서는 신출내기 출가자인 현각을 주목받게 했다. 현각의 한국불교 내에서의 위치는, 당신이 비판한 유교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막 한국에 온 승려도 아니고, 근 30년 가까이 한국생활을 한 분이 불과 몇 달이면 알만한 문제를 거론한단 말인가?”라고 되물은 자현스님은 “반대로 생각해보자. 어떤 한국인이 미국에서 30년을 살다가 ‘너희의 개인주의는 참 싸가지가 없어. 그래서 난 떠나야겠어’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의 사고방식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수십 년을 살았다면 그것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러한 상식 밖의 비판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유효한 기재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각스님이 지적한 기복주의, 스님과 신도의 차등, 외국승려를 장식품으로 여기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한국불교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최소한 30여년의 인연을 정리하고 떠남까지 염두에 둔 간절한 쓴 소리라면, 그래도 무언가 하나 정도는 새로운 것이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며 “현각이 꺼내든 카드는 마치 남북문제처럼 모두가 알고 있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범범한 그의 비판은, 한국불교의 낮은 곳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의 투정으로만 들린다”고 했다.
스님은 “군대로 치면 현각은 대령쯤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절대 사병의 어려움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의 그의 비판은 날선 것도 아니며, 한국불교에 절대 경종을 울릴 수 없다”며 “한국사회의 하버드 망령이 그를 대령으로 시작하도록 특권을 주었지만, 이것은 동시에 낮은 자세로 온 수행자를 오만한 이방인으로 머물게 만들었다. 즉 우리의 과분한 관심과 대우가 오히려 한 외국수행자의 한국문화와 불교에 대한 판단마저 그르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현스님의 이 같은 주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누리꾼들은 기사 댓글 및 자현스님 SNS 댓글 등을 통해 공감을 표하거나 반박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사진은 자현스님의 페이스북 화면캡쳐.
반면, 바른불교재가모임과 참여불교재가연대를 비롯한 불교계 제 단체들은 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가 한국불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출가자 및 재가자 모두의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 바른불교재가모임, 불력회, 용주사 신도비대위, 조계종 언론탄압 공대위,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은 현각스님을 향한 자현스님의 비판에 대해 “조계종단에 대한 비판을 이기적인 품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매도하며 한국어 원주민의 종교적 우월성을 강조하였던 바, 이 역시 조계종단 풍토의 단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계종은 전례 없는 일부 기득권 정치승려들의 종교적 근거 없는 승가 중심, 비구 중심의 엘리트 의식과 비판에 조건반사적 공격 일변도로 반응하는 구태를 떨쳐버리고 다양한 비판과 가치관을 포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지적하였듯, 현재 조계종단은 주지불교와 ‘사찰 자본가’가 횡행하고 있으며, 타인을 짓밟으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종교’가 일상화된 상태”라며 “현각스님이 느꼈던 배타적 민족주의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승려생활 내내 한 번도 양보와 버림을 행한 적이 없는 몇 명의 승려들이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정치를 일상사로 삼는 조계종단의 집권층을 개혁하지 않으면 종단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조계종단은 언론과 사찰 신도회, 동국대 학생 등 모든 타제에 대한 탄압을 거둘 것 △기득권 층만이 아닌 다양한 종도가 참여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 것 △사찰재정공개 및 신도참여 등 불교 공공화를 이룰 것 등을 주장한 이들은 “이번 사태를 단지 한 외국승려의 진퇴 논의로만 몰아갈 것이 아니라 한국불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출가자 및 재가자 모두의 노력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출처 : 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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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