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불경

공주시 계룡면에 위치한 갑사(甲寺)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대장경(大藏經)인 『월인석보』 (보물) 목판이 소장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불경
현존하는 유일한 『월인석보』 목판

공주시 계룡면에 위치한 갑사(甲寺)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대장경(大藏經)인 『월인석보』 (보물) 목판이 소장되어 있다.

『월인석보』는 1459년에 간행된 불경 언해서로서 모친인 소헌왕후(昭憲王后)의 명복을 빌기 위해 당시 수양대군(首陽大君)이었던 세조(世祖)가 지은 『석보상절(釋譜詳節)』과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합하여 발간한 불경이다.

갑사에 소장된 이 목판은 1569년인 선조 2년에 만든 것으로서 현존하는 유일한 『월인석보』 목판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월인석보』 목판은 1974년 12월 31일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21권 46매 분량이다. 목판의 재질은 계수나무이며, 아랫부분에 목판 제작을 위해 시주한 인물과 각수(刻手)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본래 충남 쌍계사에서 보관하였으나 현재는 갑사에 소장되어 있으며, 별도의 전경을 건립하여 관리 중에 있다.

오늘날 조선 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억불숭유(抑佛崇儒)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있다. 고려 사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개혁을 명분으로 수립된 조선 사회에 예전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필요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문화적 토양은 어느 한 순간에 바뀔 수가 없다. 그것이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이데올로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조선 건국 이후, 유교와 불교가 보인 일종의 불편한 동행은 이러한 구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 건국의 주역인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는 사원 창건, 대장경 간행 등과 같은 다양한 불교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이후 여러 왕은 선왕들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절을 찾거나 때론 궐내에 관련 시설을 건립하였다. 세조 재위기에는 왕실에서 불경을 간행하기 위해 간경도감(刊經都監)을 건립할 정도였으니, 조선의 왕가와 불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월인석보 목판(사진출처:문화재청)


                                          월인석보

『월인석보』는 이러한 왕가의 불심(佛心)이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 재위기에 당시 수양대군이었던 세조(世祖)는 왕명을 받아 모친인 소헌왕후(昭憲王后)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기록한 『석보상절』 (세조가 지은 불경)을 편찬하였다. 이를 읽어 본 세종은 감탄하며 『월인천강지곡』 (세종이 『석보상절』을 바탕으로 지은 불경)을 지었던 것이다. 대를 이어 조선 사회에서 주목받는 불경을 간행한 것이다.

특히 세조는 왕위를 찬탈하고 불경 간행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중 『월인석보』는 세조의 재위기 동안 수차례에 걸쳐 간행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세조 재위기에는 『월인석보』를 중심으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등과 같은 불경이 많이 간행되었다. 특히 세조는 간경도감을 설치하고 다양한 불교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세조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으로는 왕위 찬탈로 인해 불안했던 심리, 아들인 의경세자(懿敬世子)의 이른 죽음으로 인한 슬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글 반포를 염원하였던 부왕 세종의 뜻을 이어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조선 백성들에게 문자를 깨우치게 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불경을 이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조는 주변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경 간행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월인석보』를 중심으로 한글 불경의 반포에 힘을 쏟았다. 갑사에 소장되어 있는 국내 유일의 『월인석보』 목판은 이와 같은 왕가의 불심과 백성에게 글자를 전하고자 하였던 애민 사상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료 공주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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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