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갯벌을 찾는 귀한 손님, 황새

황새 예로부터 마을의 큰 나무에서 번식하며 사람과 친숙했던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길조(吉鳥)로 통했다.

신안갯벌을 찾는 귀한 손님, 황새

황새 예로부터 마을의 큰 나무에서 번식하며 사람과 친숙했던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길조(吉鳥)로 통했다. 황새가 번식하는 마을은 부촌이 되거나 황새가 군락을 이루면 큰 벼슬을 할 사람이나 만석꾼이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이면 겨울의 귀한 손님인 천연기념물 황새가 어김없이 월동을 위해 신안갯벌을 찾는다.


황새는 천연기념물로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에 위기종(Endangered)으로 분류되어 있다. 전 세계 개체군이 2,500개체 미만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새로 가까운 미래에 멸종될 위험이 높은 종으로 평가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보호가 시급한 보호종이다.

황새는 1부 1처로 한 번 연을 맺은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하며, 매년 같은 둥지를 보수해 번식한다. 번식기에는 무리를 짓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배우자와 생활하며 어린 새는 둥지를 떠난 뒤에도 일정기간 어미새와 함께 지낸다. 논, 하천, 호수에서 작은 물고기, 개구리, 미꾸라지 등을 잡아먹으며, 경계심이 매우 강하다. 외형적으로 암수의 구분은 불가능하며, 날개의 검은색을 제외하고 몸전체가 흰색이다. 부리는 매우 크고 검은색이며, 눈 주위가 붉은색인 것이 특징이다.

          01.황새 무리들 02.하늘을 비상하고 있는 황새

          03.갯벌에 서 있는 황새 04.눈 주위가 붉은 것이 특징인 황새

한국에서 황새는 광복 이전까지 황해도, 충청도, 영남 지역에서 번식하던 흔한 텃새였다. 하지만 6·25전쟁 이후 밀렵이 성행하면서 대부분 희생되었다. 우리나라에 텃새로 남은 황새는 1971년 충청북도 음성군에서 발견된 한쌍이 마지막이었으나 수컷이 총에 맞아 희생되고 암컷이 홀로 지내다 1994년 자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시베리아 남동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한 개체 중 60여 개체의 소수가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텃새 황새가 사라진 후 1996년 7월 17일 러시아에서 새끼 1쌍을 기증받아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센터에서 인공증식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9월 첫 야생방사에 성공하였고 2016년부터 자연에서 번식하고 있다. 현재 황새들은 예산군 광시면, 대술면, 봉산면을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되어 서식 중이며 북한, 중국, 일본까지 오가기도 한다.

신안에는 매년 황새 5~10개체가 증도, 지도, 압해도 등지를 찾아와 월동하는 게 관찰되고 있다. 겨울철에 월동을 위해 찾아오는 야생 황새도 있지만, 국내에서 인공증식으로 태어났거나 자연 방사한 개체가 번식에 성공해 태어난 개체도 함께 관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11월에는 국내에서 태어난 4개체의 순황(E62), 햇살(H36). 백제(E58), 나라빛(E73)으로 불리는 황새가 증도에서 관찰되기도 하였다.

신안갯벌과 인근의 서식지는 먹이자원이 풍부하고 높은 건물 등 방해요인이 적어 신안을 찾아왔던 황새가 학습을 통해 정기적으로 다시 도래하고 있다. 멸종위기 1급인데다 경계심이 매우 강한 황새가 신안갯벌을 정기적으로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신안갯벌의 자연생태계가 안정적이며, 서식 환경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신안을 찾는 황새 개체수도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 사진. 고경남(신안군 세계유산과 과장,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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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