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이슬람 발상지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반전·관용' 강조 |
UAE서 反戰·종교적 화해 역설...이슬람 대이맘과 성명서 교환…대규모 미사도 집전 |
UAE서 反戰·종교적 화해 역설...이슬람 대이맘과 성명서 교환…대규모 미사도 집전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교가 반전(反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2월4일(이하 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가진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든지, 미래가 없이 살든지 선택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종교가 군사력의 논리에 맞서기 위해 서로 손잡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가 위험에 빠진다"며 "신은 평화를 추구하는 이와 함께 하신다"라고 말했다. 또한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거론하며 "어떤 폭력도 종교를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없으며, 전쟁은 비참함을 낳고 무기는 죽음을 낳는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4년간 6만여 명이 목숨을 잃으며 세계 최악의 무력충돌로 불리는 예멘 내전(內戰)에 개입한 UAE에서 반전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세계의 종교를 대표하는 우리는 인류 박애의 정신을 통해 '전쟁'이라는 단어조차도 허용하면 안된다"며 "종교가 가식을 버리고 용기와 담대함으로 인류라는 가족이 조화와 희망,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그리스도의 형제자매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반자이며, 이슬람과 특별한 유대 관계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역대 교황 가운데 이슬람교의 발상지인 아라비아반도에 발을 내디딘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초로, 이는 ‘역사적인 방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에 이집트, 터키 등 다른 이슬람 국가는 이미 찾아 가톨릭과 이슬람 간의 화해를 촉구하고,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테러 등 폭력 행위를 규탄한 바 있다. AP,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가톨릭과 이슬람이라는 서로 다른 종교 간 화해와 협력을 도모할 목적으로 2월3일부터 오는 5일까지 사흘간 UAE에 머물렀다. 앞서 교황은 3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가 공항에 나와 영접했고, 여러 명의 UAE 장관들과 가톨릭·이슬람교 대표자들이 교황과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4일에는 아부다비에서 열린 서로 다른 종교 간 교류촉진을 위해 마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의 대표 수백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UAE 인구 970만명 중 80%가 이민자들이며, UAE의 가톨릭 인구는 약 1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주로 인도와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 노동자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 "모든 종교 지도자들, 전쟁을 반대하는 데 협력해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종교 지도자가 전쟁을 반대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2월4일(현지시간) 오후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UAE 군주와 고위 정치인, 귀족, 이슬람과 유대교 등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든지, 미래가 없이 살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촉구했다. 이어 "종교가 군사력의 논리에 맞서 서로 손잡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위험해진다"며 "신은 평화를 좇는 이와 함께 하신다"고 역설했다. 또 예멘,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무력 충돌을 언급하면서 "어떤 폭력도 종교를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전쟁은 비참함만을 낳고 무기는 죽음만을 낳는다"고 비판했다.
중동의 최대 난제이자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의 내전에 깊숙이 개입한 UAE에서 '반전'이라는 메시지를 부각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 셈이다. 그러면서 "세계의 종교를 대표하는 우리는 인류 박애의 정신을 통해 '전쟁'이라는 단어조차도 조금이라도 허용해선 안된다"며 "종교가 가식을 버리고 용기와 담대함으로 인류라는 가족이 조화와 희망, 평화로 가는 탄탄한 길을 고양할 수 있도록 더 활발히 힘써야 할 때가 왔다"고 주문했다. 이슬람을 대표한 셰이크 아흐메드는 "이슬람은 인간의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평화의 종교다"라면서 "테러리즘과 무장조직이 아무리 종교를 명분 삼아도 그들은 신의 가르침을 공격하는 살인자요 도살자"라고 말했다. 이어 "9·11 테러 뒤 서방 언론은 이슬람을 부정적이고 피에 굶주린 종교로 왜곡했고 무슬림을 현재 사회를 위협하는 야만인으로 보이도록 했다"고 비판하면서 테러리즘은 이슬람은 물론 모든 종교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연설을 끝낸 후 이슬람 수니파신학의 총본산인 알아즈하르 사원의 '대이맘'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와 만나 '종교적 극단주의를 반대하는 인류 박애'를 강조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교환하기도 했다. 성명은 세계 종교 지도자들에게 관용의 문화를 통해 무고한 피를 흘리지 말고 전쟁, 갈등, 부패, ·도덕적 문제를 신속히 종식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교황은 아부다비에 나란히 세워질 이슬람 사원(마스지드 또는 모스크)과 기독교회 건물의 초석을 놓는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UAE는 다른 이슬람권 국가와 비교하면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편이지만, 이슬람이 아닌 타 종교의 예배의식은 허가된 종교단지에서만 이뤄져야 하고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선교, 개종 활동은 엄격히 금지한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교황의 UAE 도착은 종교의 자유를 위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아라비아반도에서 교황이 처음으로 집전하는 미사는 두 종교 사이의 평화와 이해를 증진할 것”이라고 적었다. UAE 외무담당 국무장관인 안와르 가르가시도 트위터에 “교황의 방문은 인도적 가치가 크다”며 “UAE는 우애와 관용에 관한 역사의 장을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교황, 아부다비 경기장서 대규모 미사 집전…17만명 참석 사상 처음 UAE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5일(현지시간) 수도 아부다비 자이드 스포츠시티 경기장에서 UAE 역대 최대 규모의 미사를 집전했다. AFP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미사에는 가톨릭 신자와 이슬람교 신자 등 17만명 가량이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13만5000명 가량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경기장에 몰렸다. 4만3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경기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미사에 참여하기 위한 인파들이 몰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교황이 미사 집전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신자들은 깃발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등 열광적으로 그를 맞았다. 교황 입장 직후 사회자는 "이 하늘 아래서 우리 형제들이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외치며 감탄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를 마지막으로 UAE에서 보낸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 앞서 전날 아부다비에서 UAE 군주와 고위 정치인, 귀족, 이슬람과 유대교 등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모든 종교 지도자가 전쟁을 반대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멘,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무력 충돌을 언급하면서 "어떤 폭력도 종교를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세계의 종교를 대표하는 우리는 인류 박애의 정신을 통해 '전쟁'이라는 단어조차도 조금이라도 허용해선 안 된다"며 "종교가 가식을 버리고 용기와 담대함으로 인류라는 가족이 조화와 희망, 평화로 가는 탄탄한 길을 고양할 수 있도록 더 활발히 힘써야 할 때가 왔다"고 주문했다.
|
<저작권자 ⓒ 한국역사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