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불교계에서도 시작됐다.

기본소득, 좌파의 정책이 아니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현실 가능한 유토피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불교계에서도 시작됐다. 불교환경연대는 20일 오후 4시부터 여성개발원 교육장에서 ‘기본소득과 불교’를 주제로 이야기마당을 연다. 불교환경연대가 분기별로 진행하는 녹색불교포럼의 일환이다.

기본소득은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핫(hot)한 의제가 된 지 오래다. 대형서점은 기본소득과 관련한 도서를 모아 진열하는 특판대를 꾸며 독자들의 관심에 부응하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조건 없이 기본소득> <복지국가와 기본소득>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 등을 진열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는 가장 최근 나온 책으로 국내 저작이다. 우리 사회의 상황과 연결 지어 기본소득을 쉽게, 경제와 정치에 대한 학습이 없는 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은이는 오준호 씨로, 기본소득이 한국에 처음 알려질 무렵부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겸 작가다.

기본소득이 논의되는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 있다. 오씨는 “불평등이 계속 확대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면서 “현실 가능한 유토피아”라고 말했다.

이 책은 ‘기본소득, 왜 지금일까?’ ‘공짜 돈을 주면 게을러진다고?’ ‘일이냐 삶이냐’ ‘기본소득, 우리는 자격 있다’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 기본소득에 대한 반론에 대한 비판, 기본소득의 역사와 한국적 현실화 가능성을 주창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기본소득이 좌파의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적 좌우를 넘어선, 혁명을 막기 위한 데서 기인했다. 최초의 기본소득법이라 할 수 있는 ‘스피넘랜드법 Speenhamland law'은 18세기 말 영국에서 잠깐 시행했다. 1795년 영국에 극심한 흉작이 들었다.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곡물 수입도 막혔다. 정부당국자들은 혁명의 불씨가 영국으로 넘어올까 걱정했다. 치안판사들이 스피넘랜드의 한 여관에서 모여 머리를 맞댔다. 그들은 성인 남자들을 기준으로 1주일에 빵 12㎏에 해당하는 소득이 최소한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노동자의 임금이 그 소득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닉슨 대통령은 재임 중(1969. 3~1974. 8) ‘빈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그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지금의 가치로 1만 달러(약 1100만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가족부조계획법 제정을 추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물러나면서 이 법안은 무산됐다.

알래스카에서는 1982년부터 매년 주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주(州) 정부가 소유한 노스슬로프 유전 채굴권을 석유회사에 대여해주고 얻은 수입으로 기금을 적립했다. 2015년의 경우 모든 주민의 은행계좌와 우편을 통해 1인당 2072달러(약 230만원)가 전달됐다.

알래스카의 당시 주지사는 제이 해먼드. 그는 공동체 구성원이면 누구에게나 공유자원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1974년 배당금 지급을 결정하고 추진했다. 알래스카는 석유 채굴권에 기반해 만들어진 영구기금배당을 운영함으로써 미국에서 가장 평등한 주로 평가받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일지어정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오씨는 “부는 충분히 존재한다. 그 부를 어떻게 거두어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문제다”라면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정책적 의지와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적합한 정책은 조세부담률을 현재의 25%에서 35%로 늘리는 방안이다. 그러면 160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

강남훈 교수의 연구(한국에서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재정모형)를 인용한 오씨에 따르면, 1인당 매달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줄 경우 년간 예산액은 180조원이다. 기본소득에 통합할 수 있는 연금‧수당‧보조금을 고려하면 160조원이다.

오씨는 “복지를 늘려야 한다면서 증세를 회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면서 조세부담률을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법인세와 상속세를 인상하고, 이어 부동산 수익, 이자 수익, 주식 배당, 주식 양도 차익 등 불로소득에 매기는 세율을 높여가야 한다고 증세전략을 제시했다.

미국 독립 영웅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페인은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땅‧공기‧물 등의 자연재산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정당하고 균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봄으로써 기본소득제의 기초를 놓았다. 페인은 소수가 사유한 자연재산으로부터 지대를 걷어 ‘국가기금’을 만들어 시민에게 배당금을 주자고 주장했다.

페인이 자연재산에 대한 균등한 권리를 강조했다면, 오씨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며 한탄하는 이들에게 리셋의 기회를 주자는 데 있다. “한 번 선택한 결과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이라면, 그 결과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무 큰 결심과 부담이 필요한 사회라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기사출처: 불교포커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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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