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신도...자격은 엄격, 권한은 無
동영상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pmuEyRe6350
불교 신도가 되기 위한 기준은 엄격하지만 정작 주어지는 권한이 거의 없어 불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계청의 '불자 인구 300만 감소' 조사 결과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허태곤)와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는 20일 저녁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만해NGO교육센터에서 ‘불교에서 신도는 누구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재가연대 공동대표 김형남 변호사는 “조계종은 신도의 보시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종단에서 신도의 지위는 흡사 유령과 같다”며 신도 권익 향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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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
"조계종 상황 따라 신도 자격 달리 적용"
과거 봉은사 신도 제명 관련 소송,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용주사 사태 관련 소송 등에서 신도 측 변호를 맡아 온 김형남 변호사는 그간 상황에 따라 신도 자격을 달리 적용하는 모습을 보인 종단 관계자들의 모순을 꼬집으며 종단 신도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정 다툼 결과 ‘신도 지위 회복’으로 끝난 봉은사 신도 제명 사태(관련기사: 법원, 봉은사 신도제명 ‘무효’ 판결)는 당시 신도 제명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다투기에 앞서, 제명을 결의한 임원의 자격을 따지는 양상으로 흐른 바 있다. 신도 회장이 신도품계 품수자가 아니었다는 점, 임원을 회장이 임명하지 않고 사찰 측에서 임명한 점 등이 주요 문제로 거론됐는데 모두 신도법 저촉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신도법대로 임원 뽑을 수 있는 사찰 없다?
김형남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당시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봉은사 종무원은 ‘신도법대로 신도회 임원을 뽑을 수 있는 사찰은 한군데도 없다. 현실적으로 신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밝혔다. 발언만 놓고 보자면 직영사찰 관계자가 법정에 나와 조계종 신도법의 실효성을 부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김 변호사는 “신도 제적 결정은 결국 ‘무효’ 판결을 받았으나, 당시 법적 다툼은 신도법이 신도의 권리와 의무를 판단하는데 별다른 기준이 되지 않음을 증명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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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불교재가연대와 한국불교언론인협회는 20일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만해NGO교육센터에서 ‘ 불교에서 신도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
용주사 재판서는 '신도법 적용' 강력 주장…상반된 모습
봉은사와 달리 용주사 사태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용주사 측 관계자들이 신도법의 강력한 적용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용주사 손배소] 성월스님 유전자감정 절차 진행 중) 주지 은처자 의혹을 제기하는 신도들의 신도 자격을 따진 뒤 원고 자격을 문제 삼으려했던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자승스님 측 변호인은 신도법을 강조하며 ‘신도들에게 스님의 지위나 자격을 문제 삼을 법적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는 김 변호사가 인용한 자승스님 측 입장이다.
- ‘조계종의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승려(또는 주지)의 지위나 자격에 관하여 다툴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없으며, 가사 승려의 자격 등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하자가 곧 신도들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으로 귀결될 수 없다’
"유령과 같은 신도 지위, 자긍심은 어디서 오나" 일침
“종단 신도법에 따른 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해당 요건을 갖춘 신도는 전국에 20만 명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김 변호사는 “정작 그런 신도들 조차 사찰의 문제,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찰 대표자의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할 권한이 없다는 게 용주사, 나아가 조계종 총무원장의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도 보시금으로 운영되는 조계종에서 신도의 지위는 흡사 유령과 같다. 권한은 거의 없다. 심지어 사찰 내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비판할 권리조차 없어 보인다. 그런데 종단은 때에 따라 신도법 조차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서 “신도의 소속감과 자긍심이 도대체 어디서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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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
"교단과 스님의 비불교성이 위기 자초" 한목소리
이날 ‘교단과 재가집단의 바람직한 관계와 각자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와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은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교단, 일부 스님의 범계와 비불교적 행태 등이 오늘날 한국 불교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우희종 대표는 오늘날 한국불교에 대해 “생활 현장과 괴리된 채 산중 내지 선방불교로 전락한 오늘날의 한국불교는 ‘벽돌갈이 똥자루 불교’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종단 내에서 종종 보는 탐욕으로 물든 파계승들은 출가수행자의 옷을 걸치고 있을 뿐 종도들에게 붙어사는 ‘기생충’일 뿐이다”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우 대표가 언급한 ‘벽돌갈이’는 남악 회양 선사와 마조 도일 선사의 일화(좌선에 열중하느라 일체 내방객을 받지 않은 마조 선사 앞에서 회양 선사가 벽돌을 갈며 ‘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좌선만 해서는 성불할 수 없다’는 가르침을 전했다는 이야기)를, ‘똥자루’는 선사들이 법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을 인용한 것. ‘기생충’ 역시 불교 교단에 있으면서 불법을 해치는 승려를 흔히 비유하는 ‘사자충’에 빗댄 표현이다.
"출재가, 역할 다른 도반일 뿐"
'선방불교를 타파할 것', '존경해야 할 출가자와 그렇지 않은 이를 구분할 것' 등을 재차 강조한 우 대표는 출재가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관계로 ‘평등공동체’를 내세웠다.
우 대표는 “대승불교를 믿는 신도라면 출가와 재가자 각자의 모습에서 그 역할이 다를 뿐, 근본적 차이가 없음을 인지하고 서로 같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도반의 입장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21세기 대승불교에서의 불교신자는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사부대중 공동체’, 더 나아가 ‘중생공동체’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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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
"스님들 인식 전환 절실…권위 내려놓아야"
같은 주제로 발제한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도 “교단과 재가집단의 관계가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는지 또는 발전적 관계에 있는지 묻는다면 한마디로 부정적”이라며 “이는 불교 신도가 격감했다는 사실로도 증명된다. 종단이나 스님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작금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재가자들이 스님이나 사찰, 종단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로 △종단과 스님들의 소통의지와 실력 부족 △종단과 스님들의 특권의식 △스님들이 신도들이 겪는 일상의 아픔에 공감 못하는 현실 △법회에 대한 스님들의 관심 부족 △비합리적이고 독선적인 사찰 운영 △스님은 주인이고 재가자는 손님이라는 일방의 구조 등을 꼽은 이 원장은 “존경과 공양을 받을 수 있는 청정한 승가상을 확립하는 한편, 화엄경 상불경행 보살처럼 재가자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재가자들을 종단과 사찰의 운영 주체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재가자들에게는 △청정하고 원력있는 스님들을 찾아 존경하고 공양할 것 △정기적으로 사찰을 찾아 예배하고 법회에 참여하며 보시할 것 △악승, 범계승에게 예배, 공양, 보시 등을 하지 말 것 △범계승, 무능력승, 무자격승들이 종단 주요직책 맡는 것을 감시, 제지할 것 △교육, 수행, 법회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출가한 스님들의 영역을 재가자들이 침범한다는 생각은 삼보존립을 위태롭게 만든다”며 “종단이나 스님들이 진정으로 불교를 걱정하고 사랑한다면 과감한 인식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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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처:불교포커스 편집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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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