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해 넘기는 불교계 과제 ①
- 직선제-멸빈자 사면-총본산 성역화 논란-언론탄압-태고종 내홍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사회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맞물린 대선이 가장 큰 이슈로 꼽히는 한편, 불교계에선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와 멸빈자 사면, 태고종 총무원장 자격 논란 등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불교계 주요 이슈 중 해를 넘겨 이어질 과제 10개를 분야별로 선정해 경과와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① 종도 열망 ‘직선제’ 산 너머 산
지난 한 해 조계종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총무원장 직선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선제 도입을 통한 참종권 확대를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표출됐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34대 원장 선거에서 ‘직선제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공약했으나, 돌연 ‘복수 후보 선출 후 종정 추첨’을 골자로 한 ‘염화미소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염화미소법’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조계종은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당초 ‘염화미소법을 밀어붙이려 대중공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대중공사 결과 ‘직선제’ 찬성 의견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러자 자승스님은 “직선제는 종단이 제2의 분규로 가는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중공사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였음을 자인한 셈이다.
이후 직선제를 열망하는 대중의 여론에 떠밀려 중앙종회 내 ‘총무원장직선제특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11월 정기회에서 직선제 관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못한 채 종헌 개정안이 이월된 것이다. 또 직선제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사의를 밝히면서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서 직선제 도입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직선제특위가 종도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80.5%(805명)가 직선제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직선제 실현’을 주요 의제로 끌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의기구인 중앙종회가 대중의 ‘직선제’ 열망을 오는 3월 임시회에서 어떻게 받아 안을지 관심이 모인다.
▲ 지난해 3월 서울 불광사에서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주제로 열린 사부대중 100일 대중공사.
② 94년 멸빈자 사면 강행?
2015년 조계종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서의현 재심 파동’은 올해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8월,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원로회의에 참석해 “내년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종헌종법을 준수하는 선에서 대사면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중앙종회가 3월 임시회에 ‘종단화합조치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키로 한 것이다.
앞서 ‘서의현 재심 파동’ 해결을 위해 구성된 ‘조계종 종단화합과 개혁을 위한 사부대중위원회’는 지난해 9월,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재심결정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무효화 조치로는 호계원의 참회와 재심결정을 집행할 수 없다는 총무원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호계원 참회와 총무원의 입장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승스님이 ‘대사면’ 시점을 특정함으로써 논란을 낳았다. 여기에는 사부대중위원회가 “멸빈자 사면여부는 종도들의 공의를 모아 종헌종법에 맞게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한계도 한몫했다.
자승스님의 공언대로라면 중앙종회는 오는 3월 임시회에서 ‘종단화합조치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멸빈자 문제는 사부대중위원회가 지적했듯 ‘멸빈’ 징계에 대한 제도적 검토부터 현 사법제도의 진단과 대안마련 등이 수반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종도들의 정서적 괴리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앙종회가 ‘종도들의 공의’를 모으고 ‘종헌종법에 맞는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면을 추진한다면, 제2의 ‘서의현 재심 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 조계종은 지난해 3월 조계사 신도회관을 철거하며 총본산 성역화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예산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③ ‘임기 내 첫 삽’ 총본산성역화 논란 가중
자승스님이 “임기 내 첫 삽을 뜨겠다”고 공언한 총본산성역화 불사는 토지 매입 지연과 국고 지원 논란까지 겹쳐 예상보다 더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총본산성역화 불사는 조계사를 중심으로 견지동 일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고, 10.27 법난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계종은 지난 2014년 11월 총본산성역화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종단은 지난해 3월 조계사 신도회관을 철거한데 이어 인근 건물을 매입했고 불사 기금도 현재까지 약 55억원을 모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2016년까지 부지 매입을 완료한다는 계획과 달리 사유지 21필지 가운데 2필지만 거래가 성사됐다. 부지 매입이 지연되자 관련 업무는 총본산성역화사업 추진위원회에서 재무부로 이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인근 상인들은 ‘조계사 상가 세입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종단은 “무리한 보상금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총본산성역화불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0.27법난기념관 건립에도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유지를 매입해 국가에 기부채납 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사유지를 민간자본보조로 취득하게 한 후 국가가 기부채납 받는 방식의 예산운용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영국 연경불교정책연구소장도 “민간자본보조라는 방식으로 사유지를 취득한 뒤 이를 다시 국가에 기부채납하게 하는 방식은 종교단체를 부동산 중개업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고지원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10.27법난의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10.27법난피해자의명예회복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됐음에도 피해보상이 아닌 ‘국고 지원을 통한 기념관 건립’에 초점이 맞춰진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종교 성역화 사업 국고지원 타당한가’ 주제 토론회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배정된 조계종 10.27법난기념관 지원예산만 약 1060억원이다. 법난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한다 해도 예산배분의 형평성을 무시한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당한 피해보상과 국고지원 사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결과다.
자승스님의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조계종이 올 한해 기념관 건립과 성역화 불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 지난해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계종 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국회 공청회.
④ 조계종의 언론탄압 점입가경
조계종의 언론탄압이 해를 넘겨 자행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지난 2015년 11월 비공개 회의에서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을 ‘해종매체’로 규정하자, 조계종은 △취재지원 중단 △광고 및 개별후원 중단 △사이트 차단 및 접속금지 등의 언론탄압 조치를 강행해 왔다.
‘해종매체’라는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익명성 댓글이 종단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심지어 종단의 안위까지 흔드는 일이 있어 이것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언론탄압의 기저에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언론관’이 있다. 자승스님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예서도 있고 행서도 있는데 아직까지 (해당 언론이) 행서로 휘날리고 있다”며 “홍보국장이 해서를 예서로 만들던지 행서를 예서로 만들던지 해서 해결하라”고 발언했다. 언론사의 기사를 종단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인 셈이다.
문제는 언론탄압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계종은 모든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는 ‘출입기자 규정’을 제정키로 했다가 기자들의 반발에 부랴부랴 ‘의견수렴’에 나섰다. 해당 규정은 임의적 잣대로 출입기자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종단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거나 홍보국 협의 없이 종무원을 개별 취재할 경우 언제든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 매체만 선별해 브리핑을 하는 차별적 언론관도 드러냈다. 이에 브리핑에서 배제된 6개 언론사는 ‘교계 매체 선별 브리핑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한 후 “취재 기회와 편의는 모든 매체에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례없는 조계종의 언론탄압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 지난해 10월 열린 태고종 제125회 중앙종회 임시회.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스님은 이자리에서 종단 폭력사태에 대해 참회한 뒤, 자신의 거취는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⑤ 태고종 내홍, 총무원장 자격 논란으로
지난해 1월 발생한 태고종 폭력사태는 총무원장 자격논란을 야기하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님들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청사를 점거, 재점거하는 과정이 세간에 ‘생중계’됐고 종단은 둘로 쪼개져 비방과 소송이 난무했다. 유혈사태는 결국 ‘총무원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수감 중이던 총무원장 도산스님과 비상대책위원장 종연스님이 가까스로 ‘종단화합과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지만 법원은 두 스님에게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종교단체에서의 폭력행위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이후 도산스님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총무원장 업무에 복귀했으나 곧 자격 논란이 일었다. 사회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으므로 총무원장 자격이 상실됐다는 주장과 종회에서 총무원장 탄핵ㆍ징계를 결의하지 않았으므로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맞섰다. 결국 도산스님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혜일스님이 제기한 ‘총무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이 인용되면 총무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논란은 일단락 됐다.
우선은 법원의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도산스님의 거취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기를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도산스님이 법적 공방으로 임기를 채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산스님은 최근 발표한 신년사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다수의 종론이 모아지면 종헌종법 개정을 통한 총무원장 직선제를 추진하겠다”는 뜻까지 밝힌 바 있다.
‘한국불교전통종단’을 자임해 온 태고종은 이번 사태를 거치며 종단 부채가 59억 원으로 늘었고, 울산 보덕사 토지가 강제 경매로 매각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봐야 했다. 올 한해, 태고종은 종법에 따라 도산스님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숙제를 안았다.
여수령 기자 [email protected]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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