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시장 지하철 불법파업 주도 실형·해고됐던 사람을 지하철 기술본부장에

지하철 불법파업 주도 실형·해고됐던 사람을 지하철 기술본부장에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지하철 불법 파업을 주도하다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석치순(55)씨가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씨는 작년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 노동특별위원장을 맡아 박 시장 당선에 기여한 인물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은 인사 가운데 석 전(前) 노조위원장이 공사 김기춘 사장 결정을 통해 기술본부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며 "조만간 정식 인사 발령을 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기술본부장 직책은 전동차·철도·토목 등 지하철 기술 분야 총책임을 지는 전문 기술자가 맡는 자리다. 보통 20여년 근무자가 이 직책을 맡아 왔지만 석씨는 1984년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 차량검수부에 6급 기능직으로 입사한 뒤 1995년과 1998년 서울지하철노조 노조위원장을 역임하고, 1999년 4월 사측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하철 파업을 주도하느라 실질 근무 기간이 11년 정도다. 또 석씨는 불법 노조 활동으로 1999년 업무 방해와 폭력 행위 등으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지하철공사로부터 해고된 바 있다. 이같이 실무 경험도 적고 해고 이력까지 있는 석씨가 기술본부장에 발령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서울시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행자 의원(민주통합당)은 "지하철 시설 노후화로 중장기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기술본부장 자리에 석씨가 오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박 시장이 선거를 도왔다는 일로 보은(報恩) 인사를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석 전 위원장 내정에 박원순 시장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의회 교통위원회 최웅식·이행자 의원 등은 서울시가 석씨를 기술본부장에 앉히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박 시장을 직접 찾았다.

당시 의원들이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이란 자리는 전문 기술직이니 (석씨의 선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의견을 전했고 박 시장은 "(노조위원장을 지낸 석씨의 경우) 사람을 잘 다루는 것도 능력이다"고 답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석씨 내정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애초 기술본부장 선발을 위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서울시와 공사, 시의회가 각각 2명·2명·3명씩 추천한 인사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기술본부장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인사들은 사실상 서울시가 공사 몫까지 권한을 행사해 총 4명을 추천했다고 시의회는 전했다.

이행자 의원은 "시의회가 추천해 들어간 추천위원회 인사 3명은 석씨에 대한 기술본부장 추천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서울시가 추천한 4명이 석씨를 지지해 석씨가 기술본부장 추천자 최종 2명의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석씨가 한때 몸담았던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조합원들은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박 시장의 후광을 통한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기술본부장은 전문 기술자가 가야 하는 자리인데…(석씨는 아니다)'등과 같은 글을 남겼다.

박 시장은 작년 12월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박인배(59)씨를 지명하면서 '코드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박 신임 사장은 진보 성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민예총) 상임이사 출신으로 박 시장 취임 후 정책자문위원회에서 문화 분야를 담당한 바 있다. 당시 박 사장 추천을 위한 추천위원회 위원들은 모두 야당 성향 인사들로 채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서울시정을 감시하는 '시민감사옴부즈맨'에 박 시장 측근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고, 작년 말에는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선발에서 박 시장 선거캠프 시절 멘토단 중 한 명이었던 건축가 승효상(60)씨가 이사장 후보 최종 2인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사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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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