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그리는 스님, 해선 스님의 범 내려왔다, 특별전시

한국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멸종했지만 해선 스님의 붓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곁에 돌아왔다.

호랑이 그리는 해선 스님, '범 내려왔다' 특별 전시

한국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멸종했지만 해선 스님의 붓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곁에 돌아왔다.


백수의 왕이자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호랑이 그림만을 고집하여 그림을 그리는 스님이 있어 소개해 본다. 바로 성주 보림사 해선 스님이다.

스님은 장애인을 위하여 사찰의 계단과 법당 문턱을 없애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들어가서 참배를 할 수 있는 법당을 10년 전에 경북 성주에 우리나라 최초로 창건했다. 해선 스님의 ‘문턱 없는 법당’은 단순히 문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경계를 없애자는 깊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 사찰이 보림사이다.

이 보림사 주지 스님인 해선 스님이 호랑이해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호랑이 그림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다. 스님이 최근 1년 반에 걸쳐 완성한 가로 8미터, 세로 2미터 30센티 '평화통일기원군호도‘ 속에는 11마리의 호랑이가 모두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여겨질 수 있도록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표현됐고, 사찰 인근의 나무, 백두산과 한라산 등 한국의 지형이 그림 속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그동안 작업한 40여 점의 작품과 호랑이 관련 영화가 함께 전시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해선 스님은 화가이자 가수, 시인, 수필가, 행위예술가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해왔으며 장애자, 외국인 근로자, 성서공단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옛 조상들은 호랑이를 범이라고 불렀으며 산신령,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는 호랑이를 산군(山君)으로,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등 신성시 해 왔다. 호랑이 숭배 사상과 산악 숭배 사상이 융합되어 산신(山神) 또는 산신의 사자를 상징하여 산신각의 산신도로 나타나 있는 등 한국 민족에게 신수(神獸)로 받들어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호랑이의 용맹성은 군대를 상징하여 무반(武班)을 호반(虎班)이라 하였으며, 호랑이는 병귀나 사귀(邪鬼)를 물리치는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져 호랑이 그림이나 호(虎)자 부적을 붙이면 이를 물리친다는 속설도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산의 왕, 즉 ‘산왕’으로 신앙되던 호랑이를 의인화하여 그린 산신탱을 모셔두고, 산신각이라 하여 구름과 먼 산을 배경으로 깊은 산기슭, 소나무 아래 부채를 든 산신과 동자, 앉아있는 호랑이가 묘사되어 있으며, 사찰의 아주 높은 위치에 전각을 지어 신봉해 오고 있다. 이같이 우리 민족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의 동물이 바로 백수의 왕 호랑이이다. 그래서 해선 스님은 호랑이 그림을 통하여 민족혼을 일깨우고 부처님의 법을 호랑이를 통하여 홍포 하고자 한다고 했다.

                                                                             평화통일기원군호도



범 에게  해선


핍박과 외침에 새겨진 상혼이 얼룩이 된 무늬들 범아 넌 그리 살아 왔구나

서슬 푸른 한을 눈빛에 담아 근접치 못 할 기운으로 버티며 겨레의 설움을 한줌재로 태우자

은빛갈기 바람결에 휘날리고 칠흑같은 밤을 가르며 동해의 새벽을 다시 열어보자

붉은 낙엽을 육중히 딛고서서 우뢰와 같이 울부 짖으며 썩어 문드러진 고목을 깨우자

백두한풍에 맞서 서로 뭉치고 동해의 온기로 다시 하나가 되면 회기하는 띰박질이 홀연히 꽃필 것이다

얼룩진 금빛 가죽을 벗어 버리고 눈물젖은 발자욱을 갯강에 씻으며 한민족의 태고적 부활을 꿈꾸어보자

핏내음으로 흉진 세월을 가슴에 묻고 범은 우리로 동화되어 태동하고 있다

범아 이제 우직한 꼬리를 치켜들고 하늘님 명을 가슴깊이 새겨보자

울음은 천둥이 되고 눈빛은 번개가 된다

범아 너의 비상은 이제 시작이다

겨레의 핏빛 맹약을 잊지말자 하나로 범이 되는 오늘에 말이다. 












해선 스님은 “한국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얼이고 정신이며,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88서울올림픽 때는 호돌이라는 마스코트가 있었고, 또 평창올림픽 때는 수호랑이라는 올림픽 마스코트가 있었죠. 그와 마찬가지로 월드컵을 할 때 축구선수들 가슴에는 백호 상징이 있어서 선수들과 같이 뛰곤 했습니다.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한반도에 굉장히 많이 분포했었습니다. 옛날 설화에는 물론, 특히 절에 가면 탱화 중에서 산신탱화가 있는데, 여기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짐승이 호랑이입니다. 호랑이가 우리 산신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호랑이가 하나의 숭배의 대상으로, 우리 민족에게 여겨지기도 했었습니다. 때로는 곶감한테도 지고 여우나 토끼한테도 지는 어리숙한 호랑이가 우리의 호랑이인데,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잊혀지고 소외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제 강점기때 무차별적인 말살 정책에 의해 사라진 우리 호랑이가 우리나라에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은 대단히 아쉬웠고요. 우리 민족의 정신을 담은 호랑이를 제대로 그려보자는 서원을 세우고 수행의 방편으로 시작했던 것이 호랑이 그림입니다.” 해선 스님은 지난 10여 년을 호랑이 그리기에 매진해 왔다고 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2월 27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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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