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를 극복한 수닷타 장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스라바스티의 거부 수닷타 장자는 친정의 권세에 기대어 오만방자한 며느리 수자타로 인하여 고민이 많았다. 장자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차리신 부처님께서는 그의 공양초대에 응하셨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홀로 장자의 가족들만 모인 자리에 참석하셨고, 공양을 마친 후 수자타를 만나셨다. 평소 법문 듣기를 싫어하던 수자타는 손님으로 오신 부처님을 대접하기 위해 억지로 앉아있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수자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다정한 목소리와 ‘일곱 종류의 아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그녀의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수자타의 간청을 받아 자연스럽게 법문을 시작하셨다.

어질고 착한 네 종류의 아내

“어머니 같은 아내란 남편을 마치 아들처럼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돌보고 아끼며 그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누이 같은 아내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혈육처럼 남편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어떤 일을 하던 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친구 같은 아내란 오래 헤어졌다 만난 벗을 대하듯 남편을 보면 기뻐하며 다정한 반려가 되어주는 것이다.

며느리 같은 아내란 겸손한 자세로 남편에게 순종하며 공덕은 남에게 돌리고, 궂은일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

예의를 잃지 않고 항상 모든 것을 어려워하고 조심하며 마음이 단정하다. 남편을 대할 때 공손하고 정성스러우며 행여 남편이 박대하여도 원망하지 않고, 오해를 받아도 다투거나 따지지 않으며 가정의 화목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 또한 안팎을 잘 섬겨 집안이 풍성하게 하며, 손님을 잘 접대하여 가문의 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악랄하고 무자비한 세 종류 아내

수자타는 부처님의 말씀 하나 하나를 마음에 새겼다. 며느리이자 아내인 그녀는 ‘며느리 같은 아내’의 덕목에 가장 집중했다. 수자타는 태어나서 줄곧 고귀한 신분과 부유한 친정, 아름다운 외모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사이에서 자랐고 항상 귀한 대접을 받았다. 칭찬과 찬사에 익숙한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를 섬기고, 책임을 지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가족의 화목이란 안주인 역할을 하는 어머니와 아내, 며느리의 보이지 않는 헌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수자타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고 시부모와 남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부처님은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주인 같은 아내란 게으름을 피우고 오직 먹고 꾸미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온갖 잔소리와 불평만 늘어놓는 것이다. 자식은 보살피지 않고 남편은 지나가는 나그네 대하듯 하며 집안을 돌보지 않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흐트러진 차림으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눈에 거슬리는 모든 것을 험담하고 남편의 열의와 성실함을 깎아내린다.

도둑 같은 아내란 남편이 전문 기술로, 장사로, 농사로, 노동으로 돈을 벌어오면 밤낮으로 그것을 빼앗을 궁리만 하는 것이다. 친정이나 이웃과 서로 짜고 재산을 빼돌리려 한다.

살인자 같은 아내란 마음에 자비가 없고 부정하여 바람을 피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남편을 짐승 보듯 무시하며 원수 같이 생각하여 끝내는 목숨을 빼앗으려 한다.”

부처님의 음성은 변함없이 부드러웠으나 악랄하고 무자비한 세 종류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수자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게으르고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행동들을 고스란히 들킨 것 같아 하염없이 부끄러웠다. 만약 반대로 악랄하고 무자비한 남편을 만났다면 지금 자신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를 생각해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돌이켜보니 남편과 시부모야말로 무례하고 철없던 자신을 어질고 착한 아내처럼 보듬어준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뉘우침의 눈물이자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잔소리 한 마디 없이 자신을 배려해준 남편과 시부모에 대한 감사함의 눈물이었다.


그대는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은가

이미 수자타의 마음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수자타가 눈물을 그치자 그녀를 다그치는 대신 다정하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는 데도 또 다섯 가지 착한 것과 세 가지 악한 것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 착한 것과 세 가지 악한 것입니까?”


다섯가지 착한 것이란

“첫째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가사를 돌보며,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시부모와 남편에게 드리는 것이요,

둘째는 집안의 재산을 잘 살펴서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요,

셋째는 말을 조심하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항상 정숙한 몸가짐과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한마음으로 시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남편에게 공손하여 친척들을 기쁘게 하며 칭찬을 받는 것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 착한 것이다.


세 가지 악한 것이란

첫째,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남편이 화를 내거나 꾸짖으면 불평하고 욕하는 것이다.

둘째, 좋은 음식은 자기가 먹고 나쁜 음식은 시부모와 남편에게 주며 간사한 얼굴과 거짓말로 가족과 남들을 속이는 것이며

셋째, 재산을 펑펑 사용하며 놀기만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추한 점을 지적하고 단점을 지적하여 싸움을 일으켜 끝내는 친척에게 미움을 받고 남들에게 외면당하고 천대받는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수자타는 눈물을 닦은 뒤 단정한 눈빛으로 자신의 허물을 담담하게 고백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스스로의 잘못을 마주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맑은 빛을 가득 담고 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그동안 어리석고 미련하여 한없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수자타여, 세상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신의 허물을 고쳐서 새 사람이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대는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은가?”

부처님의 질문에 수자타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저는 이제부터 며느리 같은 아내가 되어 교만하지 않고 시부모와 남편을 잘 섬기겠나이다.”

수자타를 칭찬하신 부처님

한 번의 법문만으로 자신의 잘못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만큼 선근이 깊고 마음이 순수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수자타가 진심으로 참회하고 또 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아낌없는 칭찬의 말씀을 하셨다.

“수자타여! 참으로 착하구나. 이제 너의 참회를 들어줄 것이며 계를 줄 것이니 잘 받들어 행하거라.”

수자타는 기뻐하며 부처님 앞에서 5계를 수지하고 재가신도가 되었다. 이어서 그녀는 부처님께 착한 아내는 어떤 복을 받으며, 나쁜 아내는 어떤 벌을 받는지도 여쭤보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한 아내는 이 세상에서 영예를 받고, 친족이 공경하며, 복을 받아 천상에 태어난다. 또 천상에서 수명이 다하면 도로 인간에서 왕후의 자손으로 태어나 나는 곳마다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다. 나쁜 아내는 사람들이 미워하여 싫어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다들 일찍 죽었으면 한다. 또 목숨이 마치면 지옥이나 출생, 노비로 태어나 그 속을 헤매며 벗어날 기약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으로부터 착한 아내와 악한 아내의 인과법을 들은 수자타는 이날 이후 어질고 현명한 아내이자 며느리가 되었다. 또한 그녀는 정성껏 계를 지켰고 시간이 날 때마다 법문을 듣고 스님들과 공양을 올렸다. 얼마 후 그녀는 수다원과를 성취하였다. 수자타는 부처님 당시 ‘아내의 도리’에 대한 법문을 들은 유일한 여인이었고, 그녀와 부처님이 나누었던 이야기는 <옥야경>으로 기록되어 훗날 많은 여인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수닷타 장자가 겪었던 아내, 아들, 며느리와의 갈등은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였고, 덕분에 우리는 2500년이 넘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부처님의 따뜻한 조언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수닷타 장자가 불교에 남긴 최고의 가치이자 보시와 공양이 아닐까.

편집부

<저작권자 ⓒ 한국역사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시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