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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

꺼져가던 선(禪)의 등불을 밝힌 한국의 달마 경허스님

천장암 입구. ‘승용차는 오르지 마세요.’ 푯말은 있지만 절로 들어가는 입구는 경사가 심해 일반 자동차는 오르지 못한단다. 차에서 내려 올려다보니 가파르기가 4륜구동도 쉽지 않을까 싶다.

 

꺼져가던 선(禪)의 등불을 밝힌 한국의 달마 경허스님

경허스님의 서산 천장암

 

 

서해바다가 지척인데 강원도 깊은 산골을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서산 고북면 장요리(일명 고요마을)를 통해 오르는 연암산. 마치 제비가 날개를 펼치는 형국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산이다. 서산과 홍성의 경계선인 고요마을. 이름처럼 조용한 농촌. 아니 산촌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논두렁을 따라 비탈진 길을 오르는 곳에 막 개간이 끝난 밭은 온통 붉은 황토 빛이다. 고북면의 농특산물인 ‘황토에서 자란 알타리 무’가 늦여름 바람에 춤을 추고 있었다.

 

경허스님이 17년을 머물던 곳. 천장암은 꼭꼭 숨어 있었다. 길은 구불구불했고, 대중교통편도 없다. 간신히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경사로를 따라 숲길로 들어서니 한 낮인데도 밀림처럼 어둡다. 짙은 풀 냄새. 늦여름 매미들은 사력을 다해 탄생의 의미를 나타내려 하고 있었다.

 

(천장암 입구 깨달음의 길 안내표지)

 

천장암 입구. ‘승용차는 오르지 마세요.’ 푯말은 있지만 절로 들어가는 입구는 경사가 심해 일반 자동차는 오르지 못한단다. 차에서 내려 올려다보니 가파르기가 4륜구동도 쉽지 않을까 싶다.

10대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차를 세우고, 천장암에 오르는 계단으로 들어섰다. 인적이 그리 많지 않았는지 돌계단엔 잡초가 무성하다. 우체부의 수고를 덜어 주려는 듯 계단 아래에는 우체통이 외로이 놓여 있었다.

 

(천장암 돌계단 밑에 놓인 우체통)

 

천장암까지 채 100m가 되지 않는 돌계단. ‘하늘이 숨겨둔 절’이라는 이름답게 계단이 다하는 곳까지 올라도 천장암은 보이질 않는다. 돌계단 위로 파란 하늘이 조각처럼 얼굴을 내밀고 그 사이로 하얀 뭉게구름만이 능청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돌계단 위로 뭉게구름이 손짖을 하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숨이 찰 만하니 옆 숲에 기다란 의자가 놓여 있다. 주지스님의 배려겠다. 연암산이 바위산이라 깎아지른 암벽으로 작은 물줄기가 타고 흐른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올랐던 돌계단을 돌아보니 경허스님이 앞서고 그 뒤를 따라 혜월, 수월, 만공(월면) 스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천장암에 오르는 돌계단 중간에 쉼터를 마련)

 

경허의 제자를 흔히 삼월(三月)이라고 한다. ‘북녘의 상현달’ 수월(1855~1928) 스님과 ‘남녘의 하현달’ 혜월(1861~1937) 스님 그리고 ‘중천의 보름달’ 만공(월면, 1871~1946) 스님이다.

혜월 스님의 선맥은 운봉·향곡·진제로 이어졌고, 만공 스님의 맥은 전강·고봉·혜암이 받았다. 고봉스님의 제자 중엔 해외에서 한국 불교를 알린 숭산 스님이 있다. 또 오대산 월정사를 지켰다는 방한암 스님도 경허 스님의 제자다.

이렇듯 불가에선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숙일 만한 선지식들이 스쳐 지나간 하늘이 숨겨둔 절 천장암. 하지만 절은 초라했다. 문화재라고 할 만한 유적도 없다. 법당은 낡았고, 그 앞에 스러질 듯 세월을 안고 산 탑 한 기뿐이다.

 

(천장암 전경)

 

경허가 장좌불와했던 한 평 남짓 작은 방 원성문(圓成門)이 그대로 남아 있고 원성문 앞에 작년 경허 입멸 100주기를 맞아 경허 탑이 조성됐다.

 

(경허선사 열반 100주년기념탑)

 

무애(無碍)의 깨달음을 한 경허스님이 연암산 아랫길을 돌아 천장암 원성문에서 마침내 법을 이루었으리라. 원성문 옆방에는 수월, 혜월, 만공 스님이 경허 선사를 시봉하며 머물렀던 방이 보였다.

 

(경허스님이 머물렀던 방)

 

천장암 주지 허정(虛淨) 스님과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평상에 앉아 경허스님 일화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천장암 오른편 대웅전 아래 터에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작년 경허 스님 입적 100주기를 기념하여 '경허기념관'을 짓고 있는 중이다. 1층은 반지하 형태인 건물의 특성상 습기를 시멘트 골조로 짓고 2층은 전통 목조양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2000년 연암산 산불로 주변이 모두 탔으나 천장사만은 용케도 산불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대신 물길이 말라 버렸단다. 이번 경허기념관 공사로 새롭게 물줄기를 찾았고, 그 수량도 예전보다 더 풍부해 경허스님의 가르침이 생명수로 다시 살아난 것 같아 기쁘다며 물맛을 보라 권한다.

 

최근 경허 스님의 보림처인 서산 천장사의 도로명 주소가 ‘천장사길 100’으로 변경됐다. 천장사의 옛 주소는 ‘서산시 고북면 장요리 1번지’였다. 정부의 새도로명 주소사업이 시행되면서 ‘서산시 고북면 고요동 1길 93-98’로 바뀌었지만, 주지 허정 스님의 노력으로 ‘천장사길 100’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허정 스님은 도로명의 부여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찾는 일임에도 ‘경허로’를 붙이지 못한 점에 못내 아쉬워했다. 또 제주의 올레길처럼 충청남도 예산군, 당진군, 서산시, 홍성군의 4개 시·군을 관통하는 ‘내포문화 숲길’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아쉽게도 제5구간 예정지로 거론되던 천장암이 제외된 부분에 대해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내포문화 숲길’의 테마는 ‘원효 깨달음의 길’, ‘백제 부흥군 길’, ‘내포 역사 인물 길[동학길]’, ‘천주교 순례길’ 등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불교중흥의 대선사이며 서산의 인물인 ‘경허스님’이 배제된 채 전국 웬만한 지역마다 거론되고 있는 ‘원효’스님을 앞세워 ‘원효 깨달음의 길’로 명명한 것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성을 소홀히 다루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천장암은 ‘경허기념관’이 완성되는 10월 12일 천장암에서 경허선사 관련 세미나와 ‘산사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다. 하늘이 숨겨둔 절 ‘천장암’이 세상 밖으로 그 문을 여는 날이다.

 

국운이 기울어가던 조선왕조의 땅에 홀연히 나타나 투철한 깨달음으로 꺼져 가는 선(禪)의 등불을 밝힌 경허 큰스님. 현대 한국선불교의 맥이 경허선사의 제자들과 법손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고 “꺼져가던 선(禪)의 등불을 밝힌 한국 선의 달마”라 일컫는 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문학의 향기 짙은 경허 큰스님의 선시 한 수를 소개한다.

 

世與靑山何者是 (세여청산하자시) 속세나 청산이 어찌 다름이 있으리오

春城無處不開花 (춘성무처불개화) 봄이 온 성 안에 꽃 안 피는 곳이 있겠는가

傍人若問惺牛事 (방인약문성우사) 누군가 惺牛(깨달은 소)의 일을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 (석녀심중겁외가) 돌계집 마음속 바깥노래로 어수선하다 하리라

출처 : 충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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